지금까지 내가 알던 성공은 진정한 성공이 아니었습니다.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 성공의 아이콘처럼 느껴졌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사람은 '서울에 자가도 있고, 대기업도 다니면서, 회사에서 지위도 있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은 저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되는 꼰대의 표상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이라면 한 번씩을 고민했을 법한 이야기들을 쉽고 솔직하게 풀어쓴,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교훈적인 이야기들을 '리더십, 직장생활, 가족, 인생, 재테크' 5가지 주제에 따라 옮겨 적어봅니다.
1) "팀장은 리더야. 보고서 만드는 사람이 아니야. 보고서에는 팀원의 다양한 의견들이 담겨 있어야 해. 팀장이 전부 필터링해버리면 그건 팀 보고서가 아니지. 리더는 자신이 돋보이기보다는 구성원들이 돋보이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는 사람이야. 팀원일 때는 우사인 볼트여도 상관없지만 팀장이 되면 히딩크 같은 감독이 되어야지." (1권. P.123)
2) 40년 넘은 아파트에 살면서 불편을 호소하던 상사는 나와 따로 식사까지 하면서 궁금한 걸 물어보셨다. 마지막 남은 계란말이까지 양보하시는 걸 보고 확실히 대인배임을 알았다. 이 분은 크게 되실 분이다. 나는 그 집을 끝까지 가지고 가실 것을 조언해 드렸다. (3권. P.260)
나한테 마지막 계란말이를 양보하면서까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상의를 했던 상사는 상무가 되었다. 마지막 계란말이를 양보한다는 것은 나를 진심으로 존중한다는 뜻이다. 직원들을 존중하는 것은 사람은 자기 자신과 회사를 존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치 잘하는 사람 대신 이런 사람이 임원이 되었다는 것은 회사가 변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3권. P.274)
3) 박 사장님은 미리 꺼내둔 케첩을 찻잔에 짠다. 계란말이 위에 바로 뿌리지 않아 다행이다. 아마도 예전에 탕수육 소스를 붓지 않고 찍어먹는 나의 성향을 파악하신 듯하다. 이런 사소한 배려가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감사를 갖게 한다.
푸푸 푹 푸우푹.
처음에 공기만 나오다가 불그스레한 케첩이 쭉 빠져나온다. 공기만 나올 때는 시끄럽고 케첩이 나올 때는 조용하다. 빈 수레는 요란하고 꽉 찬 수레는 조용하다. 현명한 사람은 무겁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가볍다. (3권. P.326~327)
1) 매년 실적을 보면 이익을 꾸준히 내는데도 불구하고 회사는 항상 위기라고 말한다. 회사 내 어딜 가나 '혁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구들이 북한의 선전 포스터처럼 곳곳에 붙어 있다. 직원들에게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시대에 맞춰 변화하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무엇이 혁신이고 무엇이 창의이고 무엇이 변화인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2권. P.77)
2) '우리 회사를 위하여, 우리 사업부를 위하여, 우리 팀을 위하여' 회식 때마다 외친 '위하여'만 수백 번이다. 그렇게 회사를 위한다고 외치던 그때는 진심이었던가. (2권. P.308)
3) 자꾸만 전 회사와 비교하게 된다. 전에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서는 회의 참석자가 여기처럼 많지도 않았다. 소수의 참석자가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에 대해 검토했다.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진행이 꽤 된 것도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접었다.
그런데 여기는 아니다.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기획하고 진행한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을 위해서라도 어떻게 해서라도 끝을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 끝이 좋지 않을 거라는 걸 예상하면서도 말이다. (3권. P.194~195)
4) "제품이 만들어지는 걸 봐. 네가 말한 대로 고객 맞춤이 아니라 생산자 맞춤이지? 실무자들도 다 살아남으려고 사장, 임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
"네? 그게 말이 돼요?"
"신제품이 기존 제품과 별 차이 없다고 지적했잖아. 신체품 자체보다는 자기 임기 때 신제품이 나왔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야."
"와... 그건 짐작도 못했네요."
"또 중요한 게 있어. 책임도 안 져."
"무슨 뜻이죠?"
"우리 본부장은 자기가 속으로 이미 답을 정해놔. 그리고 각 팀장들 보고 어떻게 할 건지 보고하라고 해. 자기가 정해놓은 답과 비슷한 보고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그리고 그게 나오면 그나마 낫다면서 그걸로 하자고 그래. 결과가 안 좋으면 보고를 했던 팀장한테 뒤집어씌워. 그렇게 지금 10년째 임원하고 있어."
"우리가 그런 사람 밑에서... 하아..."
"내가 신입일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어." (3권. P.198~199)
1) "그날 저녁에 왜 아들에게 그렇게 화가 났을까 생각해 봤어. 아들이 누군가에게 납치됐을 것 같다는 불안감을 표출한 것인지, 날 걱정시킨 아들에게 화풀이를 한 건지 계속 생각해 봤어. 그런데 둘 다 아니더라. 나는 학교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들고 기다리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좋은 엄마가 될 기회를 날려버린 것에 대한 억울함이랄까. 그게 제일 크더라고. 결국 아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엄마', '아들과 아이스크림 먹으며 같이 하교하는 최고의 엄마'가 되길 원한 나를 위한 거였어." (1권. P.254)
2) "그 일이 있고 나서 아들이 진짜 많이 울었어. 종일 공부하다가 그때 잠깐 게임한 건데 마침 그 모습을 당신이 본 거거든. 그 뒤로 나는 이 아이의 울타리 같은 안식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마구간의 말들도 위협을 느끼면 난폭해지잖아. 사람도 그래. 조이면 조일수록 더 튀어나가려고 하는 법이고. 집은 물리적 안식처, 나는 정신적 안식처. 내가 당신과 싸우는 모습도 아들한테 보여주기 싫었어. 그러면 집도 나도 아들의 안식처가 되어줄 수 없으니까..." (1권. P.256)
1) "시험을 못 봤을 때 어떠셨어요? 학교 생활 다 망친 것 같고 세상이 끝난 것 같지만, 나중에 되돌아보면 그때 왜 그렇게 고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똑같아요. 회사에서 은퇴했다고 해서 삶을 은퇴한 게 아니에요. 사기 한 번 당했다고 해서 인생이 막을 내리는 게 아닙니다." (1권. P.242)
2) "인생은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선택의 연속이야. 너 출근할 때 생각해 봐.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어 내려갈까, 그냥 서 있을까 고민하지. 저 멀리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으면 뛸까, 그냥 다음 거 탈까 고민하잖아. 뛰어가서 탔는데 사람이 많아. 그러면 다음 차 탈 걸, 그러지. 다음 차에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자, 열차에 탔어. 좌석이 하나 남았는데 옆좌석에 덩치 큰 남자가 있어. 좁아도 앉아 갈까, 그냥 서서 갈까 고민하지. 만약에 앉았는데 옆의 덩치남 때문에 불편해. 그러면 그냥 서서 갈 걸, 그런 생각들 거 아니야? 반대로 서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그냥 서 있었어. 그런데 사람들이 많아지고 점점 다리가 아파지면 그냥 불편해도 앉아서 갈 걸, 할 거 아니야. 모든 선택에는 후회가 따르기 마련인데 애초에 그 후회를 할 필요가 없어. 아무도 답을 모르거든." (1권. P.283)
3) "자네는 처음 볼 때부터 자세가 된 친구였어."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는 약속 시간보다 항상 20, 30분을 일찍 도착했어. 그렇다고 내 사무실로 바로 들어오지도 않고 저 멀찌감치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내가 불편해할까 봐. 다 봤어. 시간을 지킨다는 건 결국 신용을 쌓아간다는 것이거든." (중략)
"사업이든 투자든 직장이든 모든 것의 기초는 예의와 매너야. 한마디로 덕(德)에서 출발해야 한다네. 그게 없으면 아무리 큰 업적을 세워도 결국에는 콩밥 먹게 되어 있어.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서 성공해야 한다거나 저 사람이 나보다 잘난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상대를 누르고 잘돼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는 절대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없지."
(3권. P.241~242)
4) 꺼림칙한 게 있으면 말에 미사여구가 많다. 물건이 좋으면 미사여구가 필요 없다. 그냥 사실만 알려주면 끝이다. (3권. P.271)
5) 불안할수록 수영장에서 수영 한 번 배워보지 않고 바다로 뛰어든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자신의 상황과 환경이 바뀌면 이성과 감정이 균형을 잃고 비상식적이고 경솔한 선택을 하게 된다. (3권. P.333)
6) "재능이 뭘까? 수십만 유튜버들이 어떤 재능이 있어서 그렇게 된 걸까. 나는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구독자 수가 늘지 않아도, 비난하는 댓글이 달려도 오랜 시간 꾸준히 영상을 만들어 올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재주, 재능이라는 건 타고난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하는 힘, 힘들어도 꾸준히 버텨내서 결국에는 잘하게 되는 능력, 그런 게 아닐까 싶어." (3권. P.345)
1) "그 피자 칼이 어디는 네 번 지나가고, 어디는 한 번만 지나가잖아."
"네. 그게.. 왜요?"
"꼭 도로 같지 않아? 그냥 거기서 끝나는 도로가 있고, 어쩔 수 없이 다른 도로들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도로가 있어. 그게 내가 좋아하는 도로야." (중략)
박 사장님은 피자 끝에 딱딱한 부분을 이리저리 보면서 말씀하신다.
"이 끝에 있는 딱딱한 빵 부분 있잖아. 중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가치가 낮아져. 그래서 사람들이 안 먹고 버리는 건가? 부동산 관점에서 따지면 버리는 게 맞아. 중심에서 멀리 있으니까. 멀리 있는 땅들은 얼마든지 있어. 결국 부동산은 입지라고 하는 거야."
오늘 박 사장님의 강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도로와 입지. (3권. P.165~166)
2) 정 대리는 부자가 되고 싶은 건지 부자처럼 보이고 싶은 건인지 모르겠다. 부자처럼 보이고 싶으면 지금처럼 살면 되고 부자가 되고 싶으면 지금처럼 살면 안 된다. 결국 정 대리는 카드가 정지되었다고 한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부자가 되기는커녕 부자처럼 보일 수조차 없게 되었다. (3권. P.280)
3)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자는 승리자고,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자는 패배자다. 투자의 세계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 같은 말은 통하지 않는다. 무조건 벌어야 한다.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 승리자가 되는 길은 험난하다. (3권. P.292)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을 선호합니다.
대기업에 다니며 대기업 명함을 가지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 또한 그랬습니다. 내가 이래 봬도 'OOO인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 본연의 모습에 집중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우리가 가진 껍데기 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 자신 본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 또한 '서울에 자가 있으면서 대기업 다니는 부장'이라며, 자기 위안에 머물렀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그리고 다짐해 봅니다.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안목을 조금씩 키워가야 하겠다고 말입니다. 책에 적힌 것처럼 기회는 계속 온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포기하기에 늦은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