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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Jul 04. 2023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삶을 위로해 주는 공간, 휴남동 서점.

마음이 편안해지는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었습니다.

평소 소설을 자주 읽지는 않지만, 제가 좋아하는 공간인 서점을 배경으로 쓰인 소설이라는 점에서 읽게 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따뜻한 이야기들을 적어봅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_ 황보름 지음 _ 클레이하우스 출판사]


1) 좋아하는 책을 추천할 수 있을까? (P.35~36)

 "미안합니다. 제가 괜한 걸 물었어요. 사람마다 다 취향이 다른데 말이죠."

 손님이 서점 대표에게 책을 추천해 달랬다고 '미안하다'고 하다니. 손님에게 적절한 책을 추천하지 못한 대표가 손님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건데. 서점 대표가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무작정 손님에게 들이미는 건 옳지 않다고 영주는 생각했다. 앞으론 서점 대표로서 옳은 행동만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주는 서점 일을 하는 틈틈이 생각을 정리했다.


- 객관적인 시선

객관적인 시선으로 책을 바라보자. 내가 '좋아하는 책'이 아닌 손님에게 '좋은 책'을 추천하려면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 질문

책을 추천하기 전에 먼저 손님에게 물어보자. '최근에 어떤 책을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요?' '평소에 어떤 장르 책을 주로 읽으시는데요?' '요즘에 주로 하는 생각은?' '좋아하는 작가는?'


2) 좋은 책의 기준 (P.40~41)

 그렇다면 좋은 책의 기준은 뭘까? 개인의 입장에선 자기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주는 개인을 넘어 생각해야 한다. 

 다시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좋은 책의 기준은?


- 삶에 관해 말하는 책. 그냥 말하는 게 아니라 깊이 있는 시선으로 진솔하게 말하는 책.


영주는 민철 엄마의 벌게진 눈을 떠올리며 다시 답을 해봤다.


- 삶을 이해한 작가가 쓴 책. 삶을 이해한 작가가 엄마와 딸에 관해 쓴 책, 엄마와 아들에 관해 쓴 책, 자기 자신에 관해 쓴 책, 세상에 관해 쓴 책, 인간에 관해 쓴 책. 작가의 깊은 이해가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면, 그 건드림이 독자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게 좋은 책 아닐까.


3) 커피의 발견 (P.64~65)

 지미는 원두가 분쇄되는 동안 민준의 머리에 커피에 관한 정보를 있는 힘껏 밀어 넣어주었다. 전설에 따르면 인류가 커피를 발견하게 된 건 염소 때문이라고 했다. 염소가 작고 동그랗고 빨간 열매만 먹었다 하면 지치지도 않고 날뛰는 걸 보고, 염소지기가 커피 열매의 존재와 그 효과를 알았다는 거였다.

 "그래서 그냥 고트빈이라고 상호를 정했지. 이거 저거 생각하기도 귀찮아서."


4) 다 취업을 위한 일 (P.78~79)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민준은 허공에 대고 말했다. 이어서 속으로 문장을 끝맺었다.

 '다 취업을 위한 일이었구나.'

 민준은 유치원에서 받아쓰기를 백 점 맞았던 순간을 기억했다. 선생님은 빨간색 색연필로 '100'이라는 숫자를 큼지막하게 써줬다. "민준이, 잘했다"라며 엉덩이도 팡팡 두드려줬다. 민준은 선생님의 칭찬이 왠지 부끄러웠지만 그럼에도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집으로 달려와 공책을 부모님께 펼쳐 보이자 부모님은 아들을 번쩍 들어 올리며, 먹고 싶은 게 뭔지 물었다.

 "그때부터였던 건가." 민준은 냉장고에서 달걀 두 개를 꺼내며 말했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 대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 초, 중, 고등학교에서 한 모든 일. 대학교에서 한 모든 일. 그 결과물들. 취업을 포기한 이상 이 결과물들이 더는 필요 없게 되었다는 걸 민준은 깨달았다.


5) 핸드드립 커피 (P.165)

 지미는 주전자를 들어 원두 전체를 적셔주면서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확실히 핸드 드립으로 내리면 커피에서 더 깊은 맛이 나. 이상해. 기계가 더 정확할 텐데."


6) 회사 인간 (P.174~175)

 "다른 말로, 노동자를 '회사 인간'으로 변형시킨다. 헤파이토스는 노동자가 헌신적인 마음가짐과 개인적 도의를 느끼게끔 장려하기 위해 설계한 '팀'이나 '가족' 같은 조직 내부 용어를 통해 노동자가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도록 다그쳤다. '팀', '가족'같은 이상은 직장을 경제적 의무보다는 윤리적 의무를 지는 장으로 재규정하여, 노동자를 조직적 목표에 더욱 강하게 옭아맨다."

-일하지 않을 권리. 78페이지-


7)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 (P.270)

 민철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국어 선생님이 얼마 전 이런 말을 했다고 했다.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 그러니 너네도 너네가 뭘 할 때 즐거운지, 설레는지 꼭 찾아내야 해. 사회가 인정해 주는 일보단 너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 그 일을 찾으면 사람들 말에 덜 흔들리며 살 수 있을 거야. 다들 용기 내라. 알았지?"


8)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P.278)

 민준은 커피를 내리면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말 그대로, 정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거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도 실력이 늘었다. 커피 맛이 좋아졌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이런 속도로, 이런 마음으로 성장해도 충분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세계 최고 바리스타가 돼서 뭘 하겠는가. 삶을 갈아 넣은 후에 최고라는 찬사를 받아서 뭘 하겠는가.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민준은 지금 자기가 신 포도의 여우가 된 건가 싶었지만, 아니라고 결론을 냈다. 목표점을 낮추면 된다. 아니, 아예 목표점을 없애면 된다. 그 대신 오늘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거다. 최선의 커피 맛. 민준은 최선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9) 누군가가 나를 위해 일해준다는 사실 (P.342)

 누군가가 나를 위해 일해준다는 사실에 늘 고마움을 느껴요. 민준 씨가 없었다면 휴남동 서점은 지금 같은 모습이 되지 못했을 거예요. 책을 읽으러 왔다가 커피 맛에 유혹당한 손님들이 생기지도 않았을 거예요. 하나둘 늘어가는 민준 씨만의 단골 또한 생기지 않았겠지요. 휴남동 서점이 민준 씨 등장 이후 달라진 건 비단 커피맛 때문만은 아니에요. 민준 씨의 정갈하면서도 성실한 모습이 저에게 귀감이 되었다는 말을 제가 언젠가 했던가요? 정말 그래요. 한 공간에서 같이 일을 하는 동료가 고요히 제 할 일을 꼼꼼히 하고 있는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어요. 민준 씨가 일하는 모습을 며칠 보고 나서 전 민준 씨를 완전히 믿기 시작했어요. 이 험난한 세상에서(!) 나 아닌 타인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감사한 일인지 민준 씨도 잘 알죠? 


10)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P.362)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민하고 흔들리고 좌절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애써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스스로 나를 포함해 나와 관계된 많은 것을 폄하하게 되는 세상에서 나의 작은 노력과 노동과 꾸준함을 옹호해 주는 이야기를, 더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느라 일상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나의 어깨를 따뜻이 안아주는 이야기를.


[책장을 덮으며]

 서점은 책을 통해 나를 만나는 공간입니다. 사람들은 책을 통해 마음속으로 책과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사람들은 책과의 대화를 통해 삶의 어려움을 치유받고, 힘든 시간을 극복해 나갈 힘을 얻게 됩니다. 휴남동 서점은 우리가 흔히 아는 일반적인 서점과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결혼생활 때문에, 취업에 대한 어려움으로, 자녀에 대한 걱정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각자 저마다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서점으로 모입니다. 그리고 책과의 대화뿐만 아니라 서점이라는 공간 안에서 서로를 따뜻하게 이해하고 기다려 주곤 합니다. 그와 같은 편안함이 휴남동 서점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현대인들은 항상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경쟁해야 하고, 항상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휴남동 서점은 조금 특별합니다. 휴남동 서점은 지친 일상을 조용히 위로해 주는 공간입니다. 숨 가쁘게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휴남동 서점과 같이 지친 우리들을 채워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우리 모두는 새롭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휴남동 서점은 어디인가요? 저도 저만의 휴남동 서점과 같은 공간을 생각해 보게 되는 힐링이 되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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