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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Jul 05. 2023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얼룩진 우리 마음도 세탁이 필요합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소설을 조금 더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읽어보게 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의 걱정을 잊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야기들을 적어봅니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_ 윤정은 지음 _ 북로망스 출판사]

1) 낮의 달을 보지 못하는 이유 (P.29)

 밤이 서서히 내려앉는다. 깊은 어둠 속에서도 해가 지듯 천천히 어둠은 밝음으로 이어져 달과 해가 같은 하늘에 공존한다. 낮의 달을 보지 못하는 건 낮의 해를 보려고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소녀는 가만히 무릎을 안고 웅크려 앉아 밤을 꼬박 샌다. 새벽이 오고 아침이 온다. 어둠이 영원할 것 같아도 아침은 다시 온다. 살아 있는 한 노력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건, 이 아침을 맞이하는 날들 아닐까.

 "살아 있는 한, 영원한 어둠도 빛도 없구나."


2) 빨래와 함께 그들의 슬픔과 아픔도 깨끗이 지워지길 바라며 (P.41)

 지난 시절에 누군가의 슬픔을 듣고 위로를 건넨 날이면 지은은 집으로 돌아와 그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빨래를 했다. 조물조물, 세제를 넣고 빨래를 주무르고 하얀 거품을 바라봤다. 빨래를 물에 헹궈낼수록 거품과 함께 옷에 묻은 먼지와 때들도 물에 흘러 내려갔다. 빨래가 끝나면 그들의 슬픔과 아픔도 깨끗이 지워지길 바라며 빨랫감을 탈탈 털어 널었다. 빨래를 걸어두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장면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감정의 찌꺼기들도 같이 말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지은이 간절한 마음으로 빨래를 한 다음 날이면, 어두웠던 이들의 표정은 말끔하게 펴 있었다. 구름이 걷힌 말끔한 하늘처럼.


3) 오세요, 마음 세탁소로. (P.48~49)

마음의 얼룩을 지우고,

아픈 기억을 지워드려요.


당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구겨진 마음의 주름을 다려줄 수도,

얼룩을 빼줄 수도 있어요.


모든 얼룩 지워드립니다.

오세요, 마음 세탁소로.

-주인 백-


4) 세탁비는 마음의 빚 (P.53)

 "지금 지우고 싶은 마음의 얼룩이나 다리고 싶은 구겨진 부분 있지? 여기서 그걸 다려주면 마음 편안하게 살다가, 낯선 타인이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대가 없이 도와줘. 그게 세탁비야. 오케이?"


5) 슬픔이 때론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해 (P.55)

 "어떤 아픈 기억은 지워져야만 살 수 있기도 하고, 어떤 기억은 아프지만 그 불행을 이겨내는 힘으로 살기도 하지. 슬픔이 때론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해."


6) 종일 밝게 웃는 사람들 (P.57)

 "종일 밝게 웃는 사람들 보면 왠지 마음이 짠해. 욱신거려. 종일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딨어. 웃음 뒤에 슬픔을 감추어야만 살 수 있으니까 웃는 거지. 마음에 얼룩으로 남은 아픔을 지워야만 숨 쉴 수 있는 사람도 있어."


7)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P.69~70)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 줄 알아?" (중략)

 "숨 쉬기. 숨 쉬기가 제일 중요해. 숨 잘 쉬어야 살 수 있잖아?"

 "의외네요, 숨 쉬기라니."

 "숨 안 쉬면 어떻게 사니. 숨 잘 쉬어야 잘 살지. 숨 쉬고, 밥 먹고, 일하고, 낙담하고, 기뻐하고, 투닥거리고, 미워하고, 때론 사랑하고, 다시 일하고, 잠들고, 걷고, 숨 쉬고. 이게 기본이지. 잘 자고 잘 먹고 잘 웃기 위해서는... 숨 쉬는 게 기본이야."

 "숨 쉬기라.."

 "응. 숨이 잘 쉬어지면, 그때 문제를 마주하며 살아가면 돼. 문제없는 인생은 없어. 인생에 문제가 생기면 극복해 나갈 뿐이야. 도망가고 해결하고 그런 게 극복이 아니고, 그 문제를 끝까지 피하지 않고 겪어내는 거. 그게 극복이야."

 "끝까지 피하지 않는 게 극복이면 너무 힘들지 않나요?"

 "물론 힘들지. 어렵고. 하지만 그렇게 겪어내고 난 뒤에 그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게 되는 거야. 마음의 얼룩도 그래. 자기 얼룩을 인정한 순간, 더 이상 얼룩이 얼룩이 아니라 마음의 나이테가 되듯이 말이야.

 사는 거, 너무 두려워하지 마. 그날까지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장담할 수 없는 너무 먼 미래의 일도 생각하지 마. 미리 걱정하지 마. 그냥 오늘을 살면 돼. 오늘 하루 잘 살고, 또 오늘을 살고, 내일이 오면 또 오늘을 사는 거야. 그러면 돼."


8) 마음이 아프다는 건 (P.79)

 "괜찮아. 마음 아픈 거, 정상이야. 마음이 아프다는 건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거야."


9) 자신을 믿고 응원해 주는 한 명 (P.139)

 "사람은... 누군가 딱 한 명만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해 주면 살 수 있는 거 같아."

 "... 한 명 만요?"

 "응, 진정으로 믿어주는 한 명. 그 한 명을 만나기가 어렵잖아. 그래서 나는 그 한 명이 되어주고 싶어. 누군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안녕을 빌어주면 더 살아갈 힘이 나지 않을까 싶어서."


10) 상처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P.211~212)

 제가 상처를 안고 살다 보니 오랫동안 마음이 지옥이었습니다. 살다 보면 남으로부터 상처되는 이야기를 들어 마음이 찢어지고 아플 때가 있습니다. 노력해서 좋은 관계를 이어가려 해도 비난받기도 합니다. 또 반대로 어떤 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제가 마음의 마법을 경험하고 난 뒤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나를 비난하고 욕설을 퍼붓는다면, 받지 마세요. 택배도 수취 거부나 반품이 있듯이 나를 모욕한 그 감정이나 언행을 반품해 보세요. 물건을 주었는데 받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닙니다. 누가 나를 싫어하고 미워한다면 그 마음을 받아서 상처로 만들지 마시고 돌려주세요. 받지 않고 돌려주었으니 상처는 내 것이 아니고 상대의 것입니다. 마음의 천국을 방해하지 말고 수취 거부하세요. 그래도 됩니다.


[책장을 덮으며]

 여름이 되다 보니 빨래를 더욱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빨래를 하고 나면 옷이 깨끗해집니다. 깨끗한 옷을 보면 상쾌한 마음도 생깁니다. 우리는 매일 세수를 하고 몸을 씻습니다. 밥을 먹고 나면 설거지를 하고, 입었던 옷을 세탁합니다. 집은 청소를 합니다. 그런데 매일 같이 사용하고, 때로는 상처를 받는 우리 마음에 대해서는 새롭게 해주는 시간을 갖지 못했던 경우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앞으로는 마음속에 남아 있는 얼룩도 자주 세탁을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얼룩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던 나의 마음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던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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