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임산부 배려석이라구요.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었습니다.
한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는 지하철에서도 임산부 배려석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집 첫째가 아내 배속에 있었던 2011년에는 임산부 배려석 자체가 없었지요.
아내는 지하철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대부분 서서 다녔다고 합니다.
임산부 배려석이 생기기 전에는 노약자석에 앉아 있기도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나이 많으신 분들께서 노약자 석에 앉아 있는 젊은 여성을 비난해서 이슈가 된 적도 있고요.
임산부 배려석을 노약자석과 떨어진 지하철 가운데 쪽으로 한 것이 좋다는 생각도 듭니다.
올해 여름의 일입니다.
용산역에서 신도림 방면으로 가는 1호선 안.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지하철에는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임산부 보호석 근처에 서 있던 저는,
임산부 보호석 앞에서 만삭인 아랫배를 붙잡고 힘들게 서 있던 한 여성분을 보았습니다.
그 앞에는 핸드폰으로 고스톱을 하고 있는 나이 많은 어르신이 앉아 있었습니다.
다들 뭔가 불편함을 느끼는 분위기 속에서,
제가 임산부 보호석에서 게임을 하던 어르신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어르신. 여기 임산부 배려석이에요.”
어르신이 ‘이건 뭐야?’라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시고는,
계속 핸드폰으로 게임을 했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말했습니다.
“여기 임산부 배려석이라구요.”
어르신은 ‘아, 모른 척 앉아갈 수 있었는데 이 사람 때문에 귀찮게 되었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라는 표정으로,
저를 위아래로 흘겨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아랫배를 붙잡고 있던 임산부는 저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요즘은 지하철을 타 보면 임산부 보호석을 비워두는 문화가 잘 정착된 것 같습니다.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직 버스는 임산부 보호석을 비워두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버스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임산부를 배려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