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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Jan 01. 2025

오징어게임과 민주주의

다수결은 과연 민주적일까요?

(오징어게임2에 대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은 잠을 늦게 잤습니다.

오징어게임2를 봤기 때문입니다.

많은 시리즈 물이 그렇듯, 전편보다 못하다는 반응도 다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2에서 전편과 비교했을 때,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매 게임을 마치고 난 이후 실시하는, OX 투표였습니다.


참가자들은 현재까지 누적된 금액만 가지고 게임을 그만둘지?

아니면 게임에 계속 참가하고 인당 금액을 늘릴지?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투표결과는 항상 50% 대 50% 수준의 동률에 근접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게임진행자는 투표에 앞서 항상 민주적 절차를 강조했습니다.

"참가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반영하여, 게임의 진행여부를 결정하겠습니다."라고 말이지요.

투표가 거듭될수록,

상금보다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는 X파와 게임을 마칠 때마다 3~4배 이상 올라가는 상금을 보면서 "한 게임 더!"를 외치는 O파 간의 갈등은 고조되었습니다.


게임 참가자가 대부분 거액의 빚으로 삶의 희망이 없었던 사람들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게임에서 나가도 사는 것이 사는 게 아닌 것보다는,

죽음과 맞바꾼 거액의 상금에 배팅하는 그 모습이 아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 눈을 사로잡은 것은

내 생각과 다르면 상대를 배척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생각과 신념이 다르면, 상대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적으로 대하는 모습도

현대 사회의 이분법적인 모습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는 흑백의 논리를 강요받곤 합니다.

가히 중간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징어게임2는 이러한 우리 삶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이 무조건적으로 맞고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오징어게임2를 통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미워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다른 이념 또는 다른 생각도 포용할 수 있는 생각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중앙일보 2024.12.27. 금요일 기사 중]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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