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에 대한 상호 존중이 필요합니다.
(특정 지역 / 구단에 대한 감정은 없다는 점을 알려드리며 글을 시작합니다.)
롯데자이언츠 야구단을 보면 생각나는 단 한 사람.
김대리님이 생각납니다.
(김대리님은 어느덧 김 부장님이 되었습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김대리님은 뼛속까지 부산 사나이였습니다.
부산 자이언츠 야구가 있는 날이면 김대리님 이하 사원들은 언제나 야근을 해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윗분이 퇴근하지 않으면 아랫사람들은 퇴근할 수 없는 문화가 있었는데,
김대리님은 퇴근하고 집에 가면 야구 앞부분을 볼 수 없다고 항상 회사 사무실에서 야구를 다 보고 퇴근하셨기 때문입니다.
스피커로 중계방송을 틀어 놓으셨기 때문에 응원가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간혹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사무실에서 줄 담배를 태우기도 하셨습니다.
롯데가 지고 있어서 대리님이 담배를 태우면, 제 속도 타 들어갔습니다.
부정적인 분위기의 여파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롯데가 이기면 기분 좋게 치맥을 하러 갔습니다.
롯데가 지면 뭔가 썰렁한 분위기 속에 치맥을 하러 갔습니다.
롯데의 승패와 관계없이, 다음날 새벽 출근은 어김없이 해야만 했습니다.
금요일 저녁.
당시 여자친구이자 지금의 아내가 문자를 보냅니다. (카톡 아님 주의)
"내일 만날 수 있어?"
제가 답 문자를 보냅니다.
"아직 대리님 말씀이 없으셔. 기다려봐."
무슨 말인가 하시겠지만, 금요일 저녁 대리님이 퇴근하시는 순간이 항상 제일 긴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OO아. 내일 보자."
(주말 출근 당첨. 그런데 몇 시까지 나오라는 말씀은 절대 안 하십니다. 저는 이른 아침부터 나와 있어야 합니다.)
"OO아. 이번 주 수고했다. 다음 주에 보자."
(아싸! 주말 자유!)
지금 생각해 보면 웬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같냐? 할 수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채 20년이 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지금 시기에 주말 또는 휴일에 나와서 일하라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연히 휴일근무수당 없었습니다.)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생긴 것은 최소한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쉬고. 부당한 지시는 시키지도 않고, 행하지도 않는 문화.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고와 처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직장 내 상호 간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존중하는 분위기도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서로 존중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모두가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