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자아자 Mar 03. 2020

알고리즘트레이딩 실패작1

야근으로 잃어가던 '나' 발견기


정말 미친듯이 야근했던 4개월이 지났다. 주3회는 새벽12-1시에 퇴근하고 그 나머지도 빠르면 7시, 늦으면 10시쯤 가는 4개월이었다. 나는 정말 배움이 좋고, 스스로 모티베이션을 잘 찾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야근 한달째되니 그런말 쏙 사라졌다. 택시타고 돌아가는 길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너무 우울했다. 


브리즈번 주변을 혼자 여행하면서

근데 야근은 뭐랄까, 야근자체가 힘든것 뿐이 아닌것같다. 같이 하는 사람들도 뾰족해지고 서로 상처를 주게되는 것 같다. 피곤이라는 탈을 쓰고 찌르고, 더 잘 찔리고.. 처음에는 남았는데도 이것밖에 못하는게 슬프다가, 내 삶이 없는게 우울했다. 그 다음에는 이렇게 고생하면서 상대적으로 이런 벌이밖에 못하는게 우울하다가, 마지막에는 모두가 뾰족해져 그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의 4개월은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시간이 되었다. 황당하지만 이것도 그러려니해야지. 


스티브잡스는 'connecting the dots'라는 말을 했다. '점들을 잇는다.'라.. 아무 관련이 없어보이는 일련의 경험들이 나중엔 자신의 자산이 되었다는 표현이다. 이 날의 경험들이,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이 시간들이 그래도 내 안의 무엇인가 자산이 되었을 것이다. 발현시키는 것은 내몫이다. 이런 사실마저도 짜증났다. 그리고 너무 부담스러웠다. 나는 그만큼 지쳐있었다.

1) 크리스 여자친구이자 잘 나가는 변호사인 나탈리아랑 2) 신 한국인 가족(크리스의 표현이다ㅋㅋ) 3) 브리즈번 데이투어에서 만났던 미국인 연구원 로버트를 우연히 버거집에서 재회

많은 고민들이 들었다. 너무나도 부정적인 단어들을 쉽게 사용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게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인가?'라고 질문해보았을 때, 아니었다. 나는 늘 내 삶과 시간의 주인이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한 것들이 모두 나의 자산인 삶. 우선 우울을 넘어서기로 했다. 그러나 뭘 해야할지 모르겠었다.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뭘 하더라도 어짜피 불규칙하게 그리고 종종 발생하는 야근때문에 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중 1월에 만난 대학원친구들과의 경험들이 내 생각을 크게 변화시켰다. 나의 대학원 절친인 크리스와 그의 여자친구 나탈리아가 한국을 10일정도 방문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회사일로 브리즈번에 갔다가 남아서 혼자 여행을 했다. 그 후에는 홍콩으로 가서 안토니와 안토니 가족들, 그리고 대학원친구 닉을 만났다. 돌아온 바로 다음날에는 한국에 설을 맞아 놀러온 싱가폴 친구 사라를 만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사촌을 만났다. 이 외에도 여행에서 많은 '처음'보는 사람들을 만났다. '처음'보는 이들과 '오랫만에' 보는 이들 속에서 나는 다시 '나'를 찾았다.

1) 브리즈번 회사 컨퍼런스에서 만난 홍콩오피스 동료들과 홍콩에서 함께 점심 2) 안토니 가족들과 함께 설 맞이 3) 홍콩에서 일하는 말레이시아 친구 닉


회사에서는 다양한 관심을 갖는것보단 하나에 몰두해 전문성을 키우길 원했지만, 밖에서는 다양한 관심을 갖는것들이 나의 자산이었다. - 내 단점인 줄 알았던 것이 다른 관점에선 장점이었다.


나는 회사에서 내가봐도 옷을 더럽게 못입고 무색무취인데, 대학원 친구들은 너무나도 내가 옷을 잘입는다고 했다. - 나도 모르게 빛을 잃어가던 중, 내가 처음부터 빛이 없었던 사람은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그리고 포기하면 실패지만 견뎌서 Death valley를 극복하면 그건 '성장스토리'이며 '성취과정'이다. 90점, 100점만 받던 사람은 90점을 받지 못하게되면 그 과정이 힘들어 방황하지만 cutoff가 50점이라고 할 때 51점씩 받던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만족하며 꾸준히 나아간다. 잘 하는것보다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 -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되 '꾸준'해야만 궤도에 오를 수 있음을 깨달았다.

1) 늘 너무 따뜻한 싱가폴 친구 사라 2) 오랫만에 홍콩에 돌아온 안토니의 오랜친구 샘과 그의 영국인 여자친구 케이트

그래서 나는 요즘 그 어느때보다도 열심히 산다. 워라밸을 지킬 수 없는 직장을 다니기에, 회사에서 돌아오자마자부터 잠을 줄여가고 있다. 야근할때보다 더 늦게자는데도 덜 피곤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알고리즘 트레이딩 공부이다. 예전부터 꾸준히 관심있었지만 아직 한참 모자란 실력이었고, 여전히 모자르다. 머리속에 아이디어는 많은데 아직 구현을 잘 못한다. 그래도 서두르지 말자,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헤헤)



쓰다보니 근황일기를 또 길게 써버렸다. 이제 진짜 퀀트 이야기를 기록해야 겠다.


처참한 나의 첫 성적 (하늘색) / 비교대상 (흰색) - 벤치마크에 비하면 14.45%라는 수익이 그닥 좋은 성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퀀토피안에서 너무 좋은 전략을 발견했는데(https://www.quantopian.com/posts/new-strategy-presenting-the-quality-companies-in-an-uptrend-model-1), 여기서 쓰는 필터를 나의 기준으로 바꿔 적용해보고 싶었다. (참고로 위 그림은 가장 성적이 안좋은 구간에 대해서만 Backtest를 한 결과임)


1. universe: 미국Q500

2. 매월말 리밸런싱 - 리밸런싱 기준은 EBIT/EV가 상위인 주식 50개 중 최근 10일을 제외한 6개월동안 수익률이 가장 좋은 주식 15개를 매수

(거래내역을 다시 보니 매수가 항상 15종목만 이루어졌던게 아니라 3종목씩 되기도 했었다.. 이것도 다시 확인해보자)

3. 시세추종필터: S&P 50일 이동평균이 S&P 200일 이동평균보다 낮으면 리밸런싱

(지금 거래내역을 보는데 거의 80%이상이 거래됬던걸 봐선 S&P가 꾸준히 나빴나 싶은데 벤치마크를 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알고리즘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다.)

4. 남은 돈은 채권ETF에 투자


EBIT/EV는 #퀀트로가치투자하라 책에서 증명한 지표이고, 해당 지표로 나도 Filtering해서 매입했던 주식에서 좋은 결과들을 거두었기에 알고리즘으로 꼭 만들때 적용해보고 싶었던 지표이다. 그런데 결과는 처참하게도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 ㅠㅠ


이게 EBIT/EV의 문제라기보다는 모멘텀전략이나 리밸런싱 주기 등등이 복합적으로 겹쳐져 그렇지 않을까 싶다. 실패를 기록해 좀더 나은 전략들을 찾아가봐야 겠다. :)

작가의 이전글 소소한 취미생활 - 알고리즘 트레이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