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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자아자 Feb 21. 2022

2022 베이징 올림픽 기억하고 싶은 선수들

올림픽 덕후의 선수들의 노력 되새기기

나는 워라밸이 훨씬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했으며, 요즘 코로나로 재택이 엄청 늘어나 출퇴근에 드는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줄었을 뿐 아니라 에너지도 아끼고 있다. (절-대 근무중에 봤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시차가 1시간 밖에 차이나지 않는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다! 이것은 올림픽을 열심히 보라는 온 우주의 움직임이 아닌가?(ㅎㅎ)


농담은 뒤로 하고, 세계의 모든 선수들이 피땀 흘려 준비한 그 성과가 가장 찬란히 빛나는 이벤트가 바로 그 올림픽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연예인들 이야기보다 이런 치열한 자기관리와 승부의 세계에 사는,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들의 이야기가 좋아 올림픽을 열심히 본다.





1. 하뉴 유즈루

"아니 덜 알려진 선수들을 좋아한다고 해놓고서 하뉴 유즈루?"라고 한다면.. 미안하다..ㅎㅎ 맞다 하뉴는 (뒤늦게 인지하고 보니 초특급) 슈퍼스타지만 단지 나에게는 그닥 알려진 선수가 아니었다. 김연아의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스케이터들이 소개될 때 여러번 이름을 들었었는데, 나는 그를 '엄청 잘하지만 약간 4차원인 일본 스케이터'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어떤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경기 2일 전 베이징에 도착해 본경기 직전 딱 한번의 연습만을 한다는 태도가 '신비주의를 고수하고 싶은 조금은 거만한 챔피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스케이터들이 최대한 많이 경기장에 적응하고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해 빨리 와서 제한된 빙상장 이용 시간을 최대한 써보고자 하는데 1번 연습만 한다니.. 이미 이룰 것은 다 이뤄서인가? 헝그리정신이 없는 선수는 내가 올림픽을 사랑하는 이유과 거리가 멀기에 그의 경기는 솔직히 별로 기대되지 않았다. 그렇게 쇼트경기를 봤고, 그는 실수를 했다.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그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가질 걸 다 가졌는데도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끝없이 도전'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던 그가 프리경기에서 쿼드러플 악셀을 시도했다. 넘어졌다. 해설의 말이, 쿼드러플 악셀을 도전한 남자 선수는 그가 처음이며 모든 것을 가졌으나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고 했다. 신선했다. 왜냐면 트리플악셀로 프로그램을 미리 계획했던 선수들도 올림픽이라는 무대의 부담감 때문에 클린 경기를 펼치기 위해 더블악셀로 낮추는데, 이 선수는 오히려 도전했다.


어느 정도 목표의 근처쯤 올 때면 나 뿐 아니라 모두가 어느 정도 안주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지기 마련이다. 그리고는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때를 가끔씩 추억하고 더 나아가고 싶겠지만 그때만큼은 몸이 절박하지 않기에 거기서 멈추게 된다. 그래서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고 나면 다시 방향성을 잡고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다시 치열하게 산다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런데 이미 남자 피겨선수 최초이자 유일하게 2연속 올림픽 금메달과 각종 대회를 휩쓸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가 더 높은 곳을 향해 꾸준히 도전한다니.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그 기록을 새로 써보려 모험을 감행한다니. 피겨를 정말 사랑하기에 피겨를 정말 더 더 더 잘하고 싶은 그 마음. 새로운 도전의 방향을 잡기까지 얼마나 스스로가 고민했을까 싶었다.



2. 다카기 미호

다카기 미호는 24살의 일본 스피드 스케이터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을 열심히 봤던 사람이라면 '다카기'라는 이름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왜냐면 그의 언니 다카기 나나도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이기도 하고 다카기 미호가 5000m, 10000m를 제외한 무려 5가지 종목(500m, 1000m, 1500, 3000, 팀추월)에 나왔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면, 김민석 선수는 팀추월에 참여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기록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체력 회복의 문제 때문!) 그리고 3000m를 제외한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땄기 때문에 여러번 언급되었을 것이다. (3000m도 무려 6등!)


내가 다카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바로 500m에서였다. 4조 경기였던 것 같은데 다카기는 중장거리 전문이기 때문에 500m는 초반 스퍼트를 높이는 훈련의 목적으로 나온 듯 했다. 다카기 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자기가 전문으로 삼는 종목의 근처(?) 종목에도 종종 출전한다. 예를 들어 김민선 선수는 500m 전문인데 막판 지구력을 기르기 위해 1000m 경기에 나오기도 했으나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자신의 포커스는 500m이며 1000m는 500m을 위해 타는 것임을 밝혔다. 어쨌든 다시 다카기의 얘기로 돌아가, 4조라는 조 자체가 메달에 대한 기대가 크지는 않은 조인데 (스피드스케이팅은 뒤로 갈수록 기록이 좋은 선수들이 포진) 그녀의 기록을 뒷 조 중 단 한명만이 깨버려 은메달을 따게 된 것이다. (그 때 다카기는 그다지 메달에 대한 기대가 없어보였다. 여유있는 미소를 보이고 바나나를 먹고 마무리 운동을 하고 있었을 뿐)


이 모습에 흥미가 동해 더 찾아보니 그녀는 원래 중장거리 전문이지만 다른 분야도 함께 꾸준히 연습해 all-rounder가 된 선수로, 무엇이 그녀의 specialty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 모든 분야에서 잘하고 있는 선수였던 것이다. 500m에서 메달을 따는 선수가 2400m인 팀추월에서도 은메달을 땄다. 여담이지만, 다카기 나나가 200m를 남기고 넘어지지 않았다면 디펜딩 챔피언인 일본팀이 우승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일본팀은 경기 내내 캐나다를 앞서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바퀴에서도 캐나다 선수들은 얼굴이 지쳐가서 일그러져가던 반면 일본 선수들은 정말 평온했다. 이 평온한 얼굴에서 다카기 미호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피어 오르기도 했다. 도대체 체력이 얼마나 좋은 것일까.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을 유심히 듣다보니 단거리, 중장거리, 장거리 전문 선수이냐에 따라 스타일이 굉장히 확연히 달라지고 (스퍼트가 좋지만 막판 지구력이 부족하다던지, 출발은 굉장히 늦지만 천천히 가속이 붙는다던지), 500m만 추가되어도 선수들이 비슷한 수준의 기록을 유지하지 못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모든 분야에서 잘할 수 있기까지 다카기 미호는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10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따는 등, 이번 베이징에서만 1금 3은, 총 7개의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이번 올림픽에서만 뛴 거리는 13200m라고 한다.


그럼 다카기는 타고난 천재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기록을 보면 첫 메달은 2011년 아시안게임 팀추월 동메달이었다. 그 이후 메달은 2015년 세계선수권이었으며 올림픽 첫출전은 바로 2018년 평창이었다. 현재 28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어린 나이부터 시작했지만 계속 메달권에서 주목받는 특급 에이스는 아니었던 것이다.


네덜란드 선수들처럼 신체 조건이 좋은 선수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타고난 자신의 조건을 탓하며 포기했을 수도 있을텐데 그 기간을 묵묵히 견디고 이겨내 결국 일본 동계올림픽 여자선수 최다 메달리스트가 되었다.



그동안 연재가 없었던 것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언젠가 어느 글에서는 꼭 기술하고 싶었던 내용인지라 비록 맥락은 맞지않으나 막간의 코너처럼 쓰고자 한다.나는 주식 분석 전문 블로거가 되고 싶었다. 꼭 출간을 하고 싶다는 나름의 목표도 있었는데, 위에 기술한 이직으로 사실 지금 방향성을 잃은 상태이다. (?!)왜냐면 외국계 증권사로 이직하게 되면서, 개별 주식 거래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었기 때문이다 (흑흑).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투자자 개인이 내부자정보를 알더라도 이용할 수 없는 ETF, 뮤추얼펀드 뿐이다. 뮤추얼펀드는 공시의 투명성이 높지 않고 ETF같은 경우 각종 기관에서 발행하는 지수를 따라 포트폴리오를 변경한다. ETF의 비중 변동에 대해 왜 회사가 이 종목을 넣고 뺐을까에 대해 써볼까도 고민했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지수를 추종하는 경우 오히려 '지수'에 더 주관이 개입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돌아가, 지수가 어떻게 구성되나를 생각해보면 그 회사 자체의 내부적인 기준을 가지고 하는 것인데 이것은 절대로 공개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글을 본의아니게 쓰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네이버 블로그에는 꾸준히 금융시장 지표 해석 (재료와 움직임, 그리고 생각해 볼 거리)에 대해 매일매일 올리고 있다. 재밌는 내용은 아니라 생각하는데 간단하게 경제뉴스를 요약해서인가? 하여튼 아무도 안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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