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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자아자 Oct 24. 2021

운용사는 어떻게 미래 주가를 평가할까?

ARK Invest의 테슬라 평가모델 살펴보기

 

나의 가장 친한 대학원 친구로 현재 데이터사이언티스트인 친구와 최근 연락을 하면서 재밌는 얘기를 했다. 이 친구는 테슬라가 지나치게 고평가되어있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몇 번 하면서 테슬라의 주가가 하락한다는 쪽에 베팅할 수 있는 파생상품 포지션 매입을 생각중이라는 이야기를 몇 번 한 적이 있었다. (이 친구의 직업과 주식에 대한 견해는 전혀 상관이 없음을 밝혀둔다. 얘기하면 할수록 순전히 '느낌'으로 얘기한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다:P)


고백하건데, 나는 테슬라 주식이 상승할지 하락할지는 커녕 테슬라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산업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했고 단지 하락에 베팅하는 파생포지션 매입이 미국 플랫폼에서는 굉장히 쉽다는 얘기에 초점을 맞춰서 듣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제 링크를 몇개 보내주었다. ARK Investment에서 공개한 2025년 테슬라 주가평가 모델인데 자신은 가정을 몇 개 바꿔보았는데 하락하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ARK에서는 2025년 테슬라 평균주가를 $3,000로 예상하고 있고, 글을 쓰는 2021년 10월 24일 기준 가장 최근 종가(10월 22일 금요일)는 $909.68이다. 그런데 $3,000은 커녕 하락이라니. 통계모형이 input값에 취약하다는 것이 다시금 떠올랐다.  



ARK는 돈나무 언니가 이끄는 역대급 수익률을 기록한 ETF로 우리에게 익숙한 운용사가 아니던가? ARK가 비트코인과 테슬라에 굉장히 기대를 높게 매긴 운용사라는 점일 차치하더라도, 어쨌든 글로벌 운용사에서 주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소수의 가정값 변화에 따라 어떻게 결과가 천차만별일 수 있을지 굉장히 궁금해졌다.


https://github.com/ARKInvest/ARK-Invest-Tesla-Valuation-Model?fbclid=IwAR1ghCDtgBsyC9i6IToUUha3rHy9fwXPXDZEiJfs_GN9r1EXogQ_u_wvHJ8


https://ark-invest.com/articles/analyst-research/tesla-price-target-2/?fbclid=IwAR0-1jdd-mUwGiioHbAEiQ9lut9gD0fT1ZilI1REAq71v-B4fseUSKyKL1U






평가모형 엑셀 구성

우선 ARK의 평가모형의 기본적 구조는 테슬라 가치평가를 위한 기초가정값 (하늘색)과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위한 파라미터값 (노란색)으로 나눠진다.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눈 것은 아마도 테슬라가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평가받는 부분이 크기때문에 기존의 "적정 가치"평가모형이 현재 주가를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2020년 약 $700의 주가도 후술하는 deterministic모델에서 계산해내어 해당 모델의 정당성을 부여하긴 했지만, 그래도 테슬라의 주가는 "미래변화를 이끄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덕분에 프리미엄을 받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늘색 부분은 통계학에서는 deterministic한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미래 적정 주가'는 '이 값'이다]라는 한가지 값을 생성하는 모형이다. 경영학에서 주로 다루며 증권사의 기업공개부서나 애널리스트들이 보편적으로 쓰이는 가치평가모델이 적용된 부분이다. 회사의 가치평가 위한 기초 가정값, 자동차 모델별 평균판매값(ASP: Average Selling Price) 가정값으로 나뉘며 내장 모형에 맞춰 적정주가 한 개의 값을 생성해 낸다.  


노란색 부분은 확률론적 모델에 기반한 평가에 관한 내용이다. 상황에 대한 몇가지 흐름을 대전제로 삼되, 다음날 주가자체는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무작위로 주가 예측치를 생성한다. 이 때 몬테카를로는 가장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여지는 정규분포를 기반으로 예측치를 생성하기 때문에 직관적이어서 이해하기 쉽다. 다만 소수의 예측치로는 상당히 '우연'에 좌우될 수 있으므로 예측치를 최대한 많이 생성해 평균치(혹은 범위)로 예상주가를 생성하는데, ARK는 5,000개의 시나리오로 평균치를 미래 주가로 예상하고 있다. 


노란색의 가정입력부분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에 입력할 각종 파라미터를 최소/약세 시나리오/강세 시나리오/최대로 4가지 대전제 시나리오에 맞춰서 입력하는 Inputs부분과 평균판매가 파라미터에 대한 MC ASP Tables로 나뉜다.  




큰 그림에서 엑셀 구성이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보았다. 이제는 개별시트가 어떤 요소들을 고려하며 모델을 구성하는지 살펴보자. 엑셀에서 입력된 값 중 까만색은 사용자가 임의로 바꿀 수 없는 값이고 하늘색 값만 바꿀 수 있는 가정들이다. 4개의 시트에 걸쳐 입력해야하는 가정값이 매우 많기 때문에 변수 하나하나보다는 틀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살펴보는데 집중하겠다.




1. 핵심 요인 - 최대 총 마진, 자본효율성, 최대 연간 생산증가량, 2025년 사람이 운전하는 ride-hail 네트워크내 차량 침투율, 2025년 자율주행차량 중 테슬라 침투율


: ARK가 생각하는 2025년 테슬라의 가장 중요한 지표들이다. 

- 최대 총마진과 자본효율성은 완성차업체로서 규모의 경제를 얼마나 달성하느냐에 관한 문제로 보여진다. ARK가 생각하는 2025년은 자율주행차량이 대세가 되는 시기이고 그 시기 테슬라의 점유율 뿐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인 비용시스템을 만들었는가를 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 최대 연간 생산증가량은 성장주로서의 저력을 보고자 하는 지표가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래도 성장주는 '얼마나 많이 팔았는가'라는 절대값보다는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가'라는 비율이 조금 더 중요하다.

- ride-hail 네트워크 침투율, 자율주행차량 침투율이 가장 재밌는 부분이다. ride-hail은 ride-sharing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ride-sharing이 쏘카같이 다수의 운전자가 한대의 차량을 운전하는 것이라면 ride-hail은 한명의 운전자가 다수의 승객을 태우는 택시나 우버와 같은 개념이다. ARK는 자율주행차량 이전에 보다 안전한 수익창출모델로 ride-hail시장에도 테슬라가 침투할 것으로 보고있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ride-hail은 아무래도 운전기사입장에서 드는 비용인 연료값, 보험료 등을 낮춰야 수익이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연료값이 저렴한 전기차를 선호해 테슬라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라 판단한 것 같다.

자율주행 침투율부분이 아마 전기차를 넘어선 궁극적인 테슬라와 모빌리티 업체들의 지향점일 것이라 생각한다. 2025년이 되면 시장의 규모도 커지지만 현재 완성차 업체들, 중국의 전기차 업체들 등 경쟁이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테슬라가 얼마나 우위를 점하면서 시장성장을 함께 유도해내느냐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2. 재무제표상 가정 - 얼마나 자본을 효율적으로 쓰는가(자본비용을 낮추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 마진 가정 - 기투자집행된 비용 외에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항목들을 살펴보고 있다.


4.  보험 가정 - 테슬라가 보험도 제공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으로 보고있는 듯 하다. 테슬라가 운전자의 패턴 데이터를 모두 전송받기 때문에 운전자의 주행습관 분석을 기반으로 보다 객관적이고 정교한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다는게 '보험사업 진출'의 아이디어이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쪽에서만 현재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글을 봤던 것 같다. 보험업 진출은 위에서 잠깐 언급한 ride-hailer의 비용요소인 연료값, 보험료의 부분의 아이디어에서 확장된 수익구조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전방위적 보험업 진출이라고는 볼 수 없고, 테슬라 운전자에 한해 제공한다는 것이며 현재는 보험료가 보험전문업체 대비 비싸 가입자 수가 높지 않다고 봤었는데, 이 부분 역시 테슬라의 시장침투율이 높아진다면 규모의 경제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5. Ride-hail 가정 - "platform fee at scale", "Miles per year per car"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단순히 택시운전자에게 차량을 판매하는 비즈니스모델이 아닌 리스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6. 자율주행 가정 - ARK에서는 궁극적으로 로보택시까지 테슬라가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Tesla platform fee"는 이런 로보택시 플랫폼업체로 확장하는 테슬라의 사업모델을 그리고 있는 듯 하다. 


7. 가치평가 가정 - 얼마나 성장하는 기업일 것인지, 얼마나 수익성이 좋은 기업일 것인지 등에 대한 가정이다.


이 이후는 전기차 판매 비즈니스, 보험업, ride-hail 비즈니스로 사업라인별 산업의 규모, 테슬라의 비중, 수익 등을 다룬다.



두번째 시트는 평균 판매가(ASP)에 관한 시트이다. 우선 첫번째 테이블을 살펴보자면, 전기차의 각 모델별로 판매단가와 모델별로 속한 시장의 수요를 가정한다. 앞서 가정한 침투비율을 곱하면 테슬라의 판매 대수를 구할 수 있으며, 앞서 테슬라 사업의 규모를 가정했으므로 이번 시트에서 총 판매대수와 판매단가를 이용해 손익분기점을 다시 추론해나간다.   


두번째 테이블은 ride-hail 평균판매가에 관한 표인데, 내가 정확히 이해한건진 모르겠지만 맨 왼쪽은 서비스 단가로 보인다. 다만 단위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1마일당 추가 청구비용일 것 같긴 하다. 예: 총 5마일 주행시 $4+$3x4=$16)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동일하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시의 규모의 경제 수준마다의 손익분기점을 계산하려고 하고 있다.   





(왼) ARK 가 설정한 가정값 (오) 친구가 넣은 가정값. 이 외 모든 가정 동일

세번째 시트와 네번째 시트는 바로 몬테카를로의 가정을 입력하는 시트이다. 다만 구조적으로는 앞서 살펴본 첫번째, 두번째 시트와 동일하므로 내용을 살펴보진 않겠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우선 흔히 통계적으로 예측치를 계산할 때 한개의 시나리오에서 나오는 몬테카를로 예측치의 범위(예: 95% 신뢰수준에서의 상하값)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 자체를 4가지로 나눠서 봤다는 것이다. 시나리오가 흔들릴 경우를 세심하게 고려한 구조이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점은 바로 친구가 보내준 파일과의 비교였다. 네번째 시트는 완전 동일한 가정을 사용하였으며 세번째 시트에서 그 수많은 가정 중 단 5가지 항목만을 변경한 것인데 (상이한 부분만 캡쳐함) 예측치가 확연히 다르다. ARK는 평균 $3,200을, 오른쪽 스크린샷은 $400정도로 계산하고 있다. 


차이가 나는 부분을 정리하여 보자면

- 최대 총마진

- 사람이 운전하는 Ride-hail 시장 침투율

- 로보택시 런칭 확률

- 연간 최대생산 증가율

- (테슬라 고객중)테슬라 보험을 가입한 차량의 비율


주로 "성장"에 관한 부분이며 기존 산업의 수익성 증가부분과 새로운 산업으로의 확대로 나눌 수 있다. 성장주를 평가할 때 "성장"에 대한 가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엿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나는 모빌리티쪽은 문외한에 가깝기 때문에 이 가정이 적절한지를 살펴보려면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감히 가정을 평가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이를 통해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은, 운용사는 지금 4개로 시나리오를 나누어서 보고 있는데 과연 보수적 시나리오가 정말 "보수적"인가 하는 점이다. 가장 간단하게 비교해보자면, 최소와 약세 시나리오에서는 최대총마진만 다른걸 확인할 수 있는데, ARK는 최대총마진을 최소 20%, 약세시나리오에서 40%로, 오른쪽 친구의 입력값은 각각 5%와 13%로 보고있다. 이 결과 약세시나리오의 예측적정주가는 $1,600 대 $250으로 무려 6배이상 차이가 난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궁금해져서 현재 내연기관 최대의 완성차업체인 도요타의 총마진을 찾아봤는데, 몇 년간 20%가 되지 못했다. 테슬라가 혁신적인 기업이라지만, 약세시장의 최대 40% 총마진은 적정한 것인가? (친구의 가정이 더 현실성이 있다는 말이 전혀 아니다. 가정에 따라 값이 너무나도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비교한 것 뿐이다. 물론 이 두 개 변수만 고친다고 해서 $250이 $1,600으로 비약적으로 커지는 것은 아니고 고만고만하게 변동하긴 한다. 여러가지 요소가 섞이도록 잘 조합이 된듯..)


분명 테슬라는 기존의 가치주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서 가치가 매겨지고 있다. "세상을 바꿀 기업"이라는 이미지의 프리미엄이 얹혀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지표 자체로는 테슬라의 주가를 설명할 수 없었고, 앞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돈을 걸고 하는 투자자라면 "예측값"만 볼 것이 아니라 "예측값의 기반이 되는 가정"이 적정한것인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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