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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자아자 Mar 03. 2019

혁신의 방해자, 규제와 그 이면

혁신을 가로막는 

런던정경대(LSE) 재학 당시, 졸업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친구들은 각자 인턴 혹은 정규직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하나둘씩 결과를 맺어갔다. 관찰해보니 많은 수의 친구들이 취지나 사업모델에 공감한단면 스타트업 혹은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것에 어떠한 거부감도 없었으며 실제로 일을 함께 한 친구들이 많았다. 나 역시도 그러한 영향으로 싱가폴에서 스타트업에 잠시 몸을 담그기도 했었다. 


"너 스타트업에서 인턴 해본건 어때? 일은 만족스러워?"

"응, 너무 좋아. 내가 공감하는 사회 문제에 대해서 ~~한 해결방법을 가지고 접근하는데다가 사람들도 여러 다른 분야에서 와서 나한테 엄청 다양한 것들을 알려줘. 게다가 스타트업이라서 실무에 직접 참여할 기회도 많았어서 몇 달동안 정말 많이 배웠어!"

"와 잘됐다!"

"응. 사람들이랑도 정말 많이 친해지고 너무 만족스러워."


런던정경대라면 어떠한 통계를 이용하더라도 영국 내 옥스브릿지(Oxford + Cambridge)를 잇는 3위의 학교이며, IB(Investment Banking)로 가는 비율이 높고 동시에 학생들 취업 압박이 너무 심해 만족도가 떨어지는 학교이기도 하다. 그런 '취업사관학교'에서도 스타트업은 흔한 진로였다. 이는 영국의 스타트업이 그만큼 풍부하며 사회적 대우가 대기업 못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훌륭한 인재들이 수혈된 스타트업은 성공의 확률이 높아지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나는 혁신을 이끄는 스타트업 생태계는 늘 장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현재 취업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고용을 이끌 수 있는 '좋은 기업'이 적기 때문이다. 왜 우리 나라에는 좋은 기업이 적을까? 청년들이 도전정신이 없어서? 이미 너무 시장을 이끄는 기술을 가진 기업과의 격차가 커서?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어느정도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인정 받은 스타트업에 한해 논한다면, 성공이 가시화되기까지의 시간이 규제가 너무 촘촘하기 때문에 death valley가 길어져 결국 고사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규제는 생기는 것이며 왜 쉽게 없애지 못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각 이익집단의 '이익'때문이다. '혁신'은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매력적인 단어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 질서를 깨뜨리기 때문에 기존 질서에서 생계가 이어지던 사람들에게는 위협이다. 규제를 만드는 주체인 정당과 정부의 입장을 보자면, 각 정당은 지지해주는 이권집단의 표 이탈을 막을 동기가 있다. 정부는 (이익집단 회원수 * 3) = (가정 수)라는 많은 이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것을 구제할 책임이 생기고 이에 2차적으로 이어지는 경기 불안정, ... 최종적으로 유발되는 사회 불안정 등을 막아 임기동안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메커니즘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 이권집단은 '대기업과 종사자'들과 같은 집단이 될 수도 있지만 '의사연합', '택시기사연합' 등도 있다.



1. 의료

한국경제, 韓 의료기기 허가에 3년, 美 반년이면 유통…'규제 코리아' 떠날 수밖에, 2019.01.09

규제 때문에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 올리브헬스케어플랫폼은 자체 개발한 복부지방량 측정기를 한국에서 출시하려다 무기한 연기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을 내고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아마존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그럴 만도 하다. 지난해 컨설팅업체 삼정KPMG가 글로벌 투자 상위 100대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설문조사한 결과 63곳이 ‘한국에서는 사업하기 힘들다’고 응답했다. 원격의료 금지, 빅데이터 규제 등이 이들 기업이 꼽은 어려움이었다.

또 국내에서 의료기기를 출시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여부 평가를 추가로 거쳐야 한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제품 개발 후 출시까지 1년도 안 걸리지만 국내에서는 2~3년 넘게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경제, [취재수첩]어느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좌절, 2018.12.17

... 창업 5년차인 헬스케어 전문기업 엠트리케어 박종일 대표의 하소연이다. 이 회사는 비접촉식 스마트 체온계, 이와 연동되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체온은 물론 주변의 온도·습도도 측정할 수 있고 상태에 맞는 해열제 복약량, 복약 시간, 복약 방법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600만 건의 영유아 체온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빅데이터로 지역별 독감 지도 구축 계획을 세웠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 그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의료기기를 개발하려다 광고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그는 “사업모델이 엇비슷한 미국 킨사는 900만달러 이상을 투자받았는데 우리는 규제 때문에 영세기업을 못 벗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보건산업 창업기업 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보건산업 분야 창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창업기업 수(생존해 있는 기업 기준)는 4144개다. 이 가운데 의료기기·보건의료정보 업체는 60.1%인 2493개다. 헬스케어 분야 창업이 비교적 활발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작 헬스케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반응은 냉소적이다. 뛰어난 정보기술과 풍부한 의료 데이터, 접근성 좋은 임상 환경을 갖춘 우리나라가 한때 헬스케어 기업엔 최적지로 여겨졌지만 현실은 딴판이기 때문이다. 의료 빅데이터 하나 제대로 쓸 수 없는 등 규제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투자 유치액 기준으로 글로벌 톱100 헬스케어 기업에 국내 기업은 한 곳도 없다. 한국 인구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스웨덴 기업 세 곳이 포함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서 언급되고 있는 규제 중 하나인 '원격의료'의 경우, 이를 반대하는 의료계는 "의료 민영화 반대"라는 큰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내면을 들여다보자면 "대형병원에 환자가 쏠릴 것"을 우려하는 군소병원들의 입장이 숨어 있다. 게다가 이러한 일부의 반대 때문에 의료민영화 논란과 무관한 유망 기술까지도 저해되고 있다. 이 역시 같은 맥락으로 결국 의사협회의 이권지키기라 볼 수 있다. 


의료분야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몰리는 분야 중 하나다. 과거 7080 대한민국이 공학 중심의 발전 뒤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공학에 몰렸던 것을 고려한다면, 의료분야의 인재풀은 최상이며 혁신이 가장 기대되는 분야임에도 일부 이권단체의 반대로 수많은 혁신의 시도들이 한국을 피해 미국 등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2. 모빌리티


중앙일보, 중국서만 100억 회 이용했다...1년새 세계 이용객 40% 늘어난 공유차 시대, 2019.03.03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滴滴出行)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중국 내 디디추싱 이용객은 5500만 명, 이용 횟수는 100억 회(누적)에 달한다. ...
  
이들은 자동차 구입을 꺼린다. 경기 둔화 여파로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이용하기 쉬운 차량 공유 서비스를 선호하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제조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 하락했다. NYT는 “차량 공유 서비스가 중국에서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자동차판매협회(NADA)은 미국 시장에서 올해 판매될 자동차가 지난해(1700만 대)보다 줄어든 168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
  
공유 자동차 서비스를 선호하는 미국인은 늘고 있다. 통계분석업체인 스태티스티카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공유 자동차 시장 규모는 156억 달러(약 17조5344억원)로 2016년의 127억 달러보다 대폭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 나올 때마다 논란빚는 '승차공유'...이번엔 타다, 법적 판단은? 2019.03.02 

우리나라에서 ‘택시의 대안’은 거의 규제의 벽에 막혔다. ‘우버’는 규제와 수사를 거쳐 쪼그라들었고, ‘콜버스’는 규제 때문에 사업의 방향을 바꿨다. ‘풀러스’도 택시업계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카카오 카풀'은 시범 서비스 단계에서 이미 중단됐다.

이번에는 ‘타다’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이 서비스는 승객이 스마트폰으로 차를 부르면 11인승 카니발을 보내준다. 택시비보다 20% 내외 비싼 가격이다. ...

서울개인택시조합 전·현직 간부들은 ‘타다’의 이재웅 쏘카(VCNC의 모회사) 대표와 박재욱 VCNC(타다 운영 회사) 대표를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타다가 운전자를 고용해 11인승 승합 렌터카로 여객을 운송해 관련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참고로 이에 덧붙이자면, 이재웅 대표는 "쏘카, 타다는 택시와 경쟁해서 시장을 빼앗을 생각이 없다. 우리는 자동차 소유를 줄여 새로운 이동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본인의 페이스북에 밝힌 바 있다.


이번 갈등 역시 크게는 타다, 풀러스 등 혁신을 이끄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기존 모빌리티를 책임지던 택시업계의 견제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택시운전자들이 많은 경우 기업에서 퇴출된 중장년층으로 정부의 노령층 복지가 상당히 빈약하다는 점 등 때문에, "생존권"은 지금까지 우버와 카카오 카풀마저도 물리쳐낸 저력의 논리이기도 하다.


해외를 나가 본 사람이라면 우버(Uber), 그랩(Grab), 디디추싱(Didichuxing) 등의 단어가 익숙할 것이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공유차 플랫폼과 기존의 택시가 함께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되었고 소비자 만족을 향해 함께 경쟁하고 있다.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고 더 빠르고 더 환경친화적인 공유차'라는 이 트렌드는 '자율주행자동차'와 함께 '모빌리티 혁신'이 이루어져 나가는 구체적 방향 중 하나로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되었다. 


게다가 카풀과 달리 타다의 경우 기존 택시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택시업계쪽의 경우 완전 불리한 경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경쟁력이 없음에도 소비자들이 타다 등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제 진정 '소비자만족'을 향해 경쟁해야 할 때이다.




3.  금융

중앙일보, [규제OUT]금감원장 賞까지 받았는데 불법 스타트업 될뻔한 사연, 2019.02.18

정부에 규정 묻고 창업, 성공 확신했다 ... 사업은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정부발(發) 위기'를 맞았다. 그해 중반 암호화폐 광풍이 불자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나오기 시작했다. ... 영업을 하려면 요건을 맞춘 뒤 사업 허가부터 받아야 했는데 자본금 규정부터가 큰 벽이었다. 송금업을 하려면 10억원, 환전업을 겸하려면 20억원의 자본을 확보해야 했다. ... 그는 "해외 송금업이 발전한 싱가폴만 해도 같은 사업 모델의 자본금 요건이 1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자본금 마련 만으로도 한국은 싱가폴에 비해 스무배쯤 창업이 어려운 셈이다.

투자자를 모아 겨우겨우 자본금 요건을 맞추자 이번엔 인력 규정이라는 장벽에 맞닥뜨렸다. ... 
"전문인력 7명을 구하는 것만 해도 하늘의 별따기인데, 이익이 생길때까지 들어갈 인건비를 미리 마련하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어렵게 인력 요건까지 맞추자 이번엔 전산설비 요건이 또 다른 장애물이 됐다. ... 그러나 국내 규정은 금융 사업자는 클라우드를 서버로 쓸 수 없고, 반드시 물리적 서버를 갖추도록 요구했다. 
...
8개월에 걸쳐 라이센스 요건을 다 갖췄지만 정작 사업 유형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막판에 제외했다. 블록체인 기술에 의구심을 갖는 정부 분위기가 바뀌지 않아 다른 송금 기술들로만 허가를 받았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정부가 상을 준 기술은 정작 제외된 셈이다. 

암호화폐를 포괄하는 블록체인의 경우 여러가지 쟁점 포인트가 있다. 우선 ICO를 통해 투자자금을 모집하는 스타트업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자금모집 방법이나, 지난 '비트코인의 투기성과 그에 대한 투자자 보호'로 인해 대한민국은 ICO의 갈라파고스가 되었다. 개인의 무분별한 투자의 위험을 막기 위해 기업의 ICO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학생들이 늦게잔다고 게임산업을 규제해버린 것과 원론적으로 그닥 다르지 않다. 결국 게임규제가 생긴지 약 10여년이 된 지금 한국의 게임산업은 많은 힘을 잃고 중국업체에 선두권을 내어준지 오래이다.


또 하나의 쟁점은 가장 근본적인 것이기도 한데, 블록체인을 기록하는 툴이라 볼 수 있는 '암호화폐'의 개념 자체가 기존 중앙권력인 정부, 혹은 은행 등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탈중앙화를 외치는 암호화폐가 하나의 기존 권력세계에 편입되어 화폐로 인정받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지도 모른다.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방향을 전환해 기존 시장에 편입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환전 스타트업 '모인' 역시 비슷한 사례이다. 


불편한 금융을 혁신하려는 핀테크업체들이 '토스', '뱅크샐러드'처럼 성공한 사례들도 있다. 토스의 경우 간편송금을 처음 이루어낸 주자로 최근 정부의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라는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토스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 되어 현재의 저력을 갖기까지 2011년 이후 갖은 규제들로 약 8년이라는 소요되었다. 2013년 베타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이듬해 금융당국에 의해 서비스가 폐쇄되는 바람에 정식서비스는 2015년에서야 출시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제2의 토스를 희망하는 많은 수의 기업들은 '가상계좌 발급 중단', '최소 자본금', '인력의 수', '서버망 위치' 등 다양한 규제들로 보수적 입장만을 견지하는 은행권과 정부의 미온적 태도 때문에 고사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과 구글 등 거대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반독점법으로 조사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로 인한 독점적 지위때문에 새로운 혁신을 저해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 혜택이 시장 내 모든 참여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기업이 생기고, 더 많은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시장에는 더 좋은 서비스가 더 좋은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공급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이권단체 보호가 단기적으로는 표심잡기에 더욱 도움이 될지 모른다. 아직은 신산업은 말그대로 신산업이기에 이권단체가 형성되지도 않았거나 아직 힘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혁을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어느순간 스타트업들은 여건이 되는 환경으로 이전해가고 오래된 프레임에 갖혀 있다가 장기적인 경제난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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