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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자아자 Mar 10. 2019

런던에서 배운 환경습관 3가지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사사로운 곳에서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섹시미

요즘 미세먼지의 기승으로 '곧 공기도 사마시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섞인 농담이 자연스럽게 오고가고 있다. 거리를 거닐고 있으면 죄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재난영화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곤 한다. 또 얼마 전에는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지방 어느 곳에서는 쓰레기 산이 생겼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환경오염을 요즘 직접 생활속에서 겪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모두가 느끼고 있다. 우리의 생활습관이 바뀌어야만 한다는 것을. 물론 정부가 맡아야 할 역할도 크지만 근본적으로 우리의 생활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개선될 수 없는 문제이다. 


나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일년간 영국의 중심 런던에서 석사생활을 했다. 런던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는 런던의 심장부에 있어 지형적으로도 유럽의 경제 중심으로서 각종 아이디어가 집결되는 곳이었을 뿐 아니라, 열정있는 젊은 학생들이 주도하는 다양한 사회문화 캠페인의 열기를 주도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만난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는 이들에게서 '멋'을 느꼈다. 사람을 멋있어 보이게 하는 섹시한 멘탈이랄까? 멋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더 좋은 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환경친화적 철학이 담긴 절약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1. 텀블러 + 머그컵 사용

정책적으로 커피집에서 마시는 커피는 머그잔 이용이 강제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일회용 컵에 주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 직장인들은 커피 마시다가 금방 다시 나가서 일해야 한다는 이유로 주로 일회용 컵을 애용하고 있으며, 행사가 있을 경우 혹시라도 격식을 갖추지 못하는 것으로 보일까봐 일회용컵+슬리브+뚜껑+빨대 까지 모두 챙겨준다. 


최근 진행중인 프로젝트에서 대형 행사가 있었고 내빈들을 위해 커피를 제공했다. 커피는 그냥 들어도 괜찮을 만큼 따뜻한 정도였지만 '거기 있으니까', '안하면 뭔가 허전해서', '아유 너무 뜨거워(?)' 등의 이유로 슬리브를 끼웠다. (슬리브를 끼워야 할만큼 뜨거우면 빨대를 챙겨가는 아이러니는 무엇..?)



색깔 빼는 처리 비용이 더 들어 "차라리 소각하는 게 경제적"
비닐덮개 압착한 플라스틱컵도 완전분리 안돼 모두 버려져


출처: 조선일보, 보기만 좋은 컬러 커피컵, 애써 분리수거해도 소각장 간다, 2018.05.08



2018년 영국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라떼 부담금 (Latte Levy)를 매기는 것을 논의했다. 기준점이 되는 디폴트를 '음료+일회용컵', 추가 옵션을 '음료+일회용컵-일회용컵'='음료'로 할인해줬던 기존의 관행에서 디폴트값을 '음료'로만 잡으면 '음료+일회용컵'=비용추가로 프레임을 바꾸는 아이디어이다. 물론 시행시 소비자 거부감 조성 등 시장점유율 하락 등을 고민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고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미 큰 화두가 되어 많은 이들의 의식이 올라가 있었다. 


LSE의 친구들은 텀블러가 없는 상황에서 커피를 시킬 경우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일 경우 되도록 최소화하려고 했다. 하루는 아침에 기숙사 친구이자 브라질+포르투갈 이중 시민권자인 셀리나와 함께 등교하면서 커피를 사는데, 셀리나가 슬리브와 뚜껑을 끼우지 않는 것이었다. 


"슬리브랑 뚜껑 없어도 괜찮아?"

"응, 나는 잠깐 마시고 나면 쓰레기될 거 환경에 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근데 뚜껑 없으면 가다가 흘러서 불편할텐데, 괜찮을까?"

"응, 도서관까지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으니까 좀만 조심하면 괜찮을거야!"


나는 이 말을 들은 이후 나도 꾸준히 환경오염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 왔음에도 작은 실천부터 해나가지 않았던 것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작은 곳에서부터 실천하는 셀리나가 멋있어 보였다. 브랜드 로고가 박힌 일회용 커피컵을 들고 바쁜 도시를 활보하는 이들이 멋있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환경에 대한 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섹시미'라는 것을 느꼈다. 그 이후 나도 일회용 컵을 쓰더라도 최대한 필요한 것들만을 챙기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하루에 두 번 이상 커피를 사먹게 되는 경우는 썼던 컵을 다시 가져가 채워달라고 하기도 했다. 


김혜수의 'No Plastic Challenge'.  환경을 생각하는 김혜수가 더욱 멋있어 보인다.


2. 간단한 포장


온라인에서 배송을 시키면 "엇?!"싶을 만큼 간단하게 포장이 되어 왔다. 한국의 경우, 박스+내용물+내용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비닐포장으로 주로 온다면, 영국에서는 박스+내용물로만 왔다. 이미 내용물의 기본 포장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장품을 산다고 하면 화장품 각이 충분히 내용물을 보호한다고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택배 포장을 뜯을 때 과정이 너무 간단해서 '이렇게 간단하게 오면 물건 손상될 수도 있는것 아닐까?'싶었지만 여러번 택배를 받다보니 멀쩡한 내용물들을 보면서 '이것만으로도 충분했구나'라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 컨설턴트로서의 정규 입사를 앞두고 마트에서 캐셔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하면서 너무 놀랐던 것은, 많은 고객들이 청과류를 담기위해 비치해놓은 무료 비닐봉지 (얇은 크린랩)를 포장이 필요하지 않은 상품들에도 일일이 씌우더라는 것이었다. '설마'할 수 있겠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때문에 바코드가 안찍혀 일일이 꺼내고 다시 넣는 일이 많았다. 플라스틱에 쌓여 판매되는 두부처럼 잡았을때 조금 습기가 닿을 수 있는 제품들은 유독 그렇다. 혹여 전혀 습기와 상관없는 햄과 같은 제품들도 크린랩으로 포장하는경우도 종종 있었고, 그럴 경우 습기가 있는 제품들은 두번씩 크린랩을 씌워 오시더라. 허! 어짜피 제품을 쓸때는 다 일일이 까야하고 손에 물을 묻혀가면서 요리할텐데, 장바구니에 담기까지 그 잠깐의 순간동안 손에 습기가 안닿도록 포장했어야 했나 싶었다. 차라리 잠깐 묻히고 휴지로 닦는 것이 환경오염 측면에서 훨씬 괜찮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나는, 그런 '청결'을 따지며 이중삼중 비닐포장하시는 분들보다 묵묵히 자신의 가방에 구매한 물품들을 챙겨가시는 분들이 훨씬 멋있어 보였다.


 


과도한 포장의 문제를 지적하는 김혜수. 백번 맞는 말이다. 이미 포장용기에 담긴 텀블러를 굳이 더 깨끗하게 보관하기 위한 비닐은 필요하지 않았다.



3. 사회적 리사이클링


'친환경 트렌드의 테스트베드'로서의 영국을 가장 잘 설명하는 항목이 아닐까 싶다. 일례로 박원순 시장이 시작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아름다운 가게'는 영국의 옥스팜을 모델로 한 비영리기업이다. 아름다운가게, 혹은 옥스팜의 주요 사업 모델은 잘 쓰지 않지만 좋은 제품들을 기부받아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하게 자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고, 멀쩡한 제품을 필요한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또 그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또한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식품들을 수집해 요리한 뒤 도움이 필요한 노숙자들, 노인들 등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푸드사이클 Food Cycle'이라는 비영리재단 역시 매일 영국 전역에서 이루어지는 매우 활발한 단체이다. 시내 중심가인 Holborn, Marylebone 같은 지점들은 3주전부터 자원봉사 자리 예약을 해야만 자리가 있을 정도로 참여자가 굉장히 많다. 이 단체 역시 셀리나를 통해서 알게 되어 나도 몇 번 참여할 수 있었다.


아침이면 수거팀이 변색되는 바람에 겉이 예쁘지 않아 판매할 수 없는 과일, 채소들, 유통기간이 거의 다 된 파스타 면 등을 동네 마트등을 돌며 수거해온다. 그러면 요리팀이 당일 재료 상황을 보고 메뉴를 정해 요리하고 서빙팀은 동네의 어르신 등과 대화를 나눈다. 이를 통해 노인, 노숙자들은 외로움을 덜고 따뜻한 한 끼를 먹을 뿐아니라 마을로 봤을 때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고 참여자들은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나 역시도 직접 참가해보니, 일회성의 봉사활동인데다 한 번 참여하는데도 2시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아 부담이 적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환경과 주변 이웃에게 이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행복이 가장 컸다. 그리고 이 곳에서 만난 봉사자들과의 대화가 많은 자극이 되었다. 자주 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그들의 생각이 멋있었고 실천하는 용기가 대단해 보였다.


푸드사이클의 홈페이지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더 멋있고 예쁜 사람이 될까, 어떤 사람을 더욱 우리는 멋있게 느낄까라는 질문은 모두가 한번 쯤 해본 질문일 것이다.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철학을 실천하는 것이 진짜 '멋진 사람'이 아닐까. 특히 환경은 모두가 공감하는 철학이기에, 멋쟁이로 인식될 확률도 높다(?). 농담이고,  '멋쟁이'가 되는 노력들은 늘 유행이 되듯이, 작은 멋진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다 보면 어느샌가 너도나도 합류해 친환경 멋쟁이 트렌드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순간의 편의를 위해 선택한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버리는데는 몇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쓰레기를 만들고 버린다. 하지만 이것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문제들은 너무나도 크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녹아가는 북극의 빙하로 살 곳을 잃어가는 북극곰,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먹이인줄 알고 낚아 6000km를 돌아와 새끼에게 나눠주는 알바트로스, 빨대에 코가 끼여 피를 흘리는 물개, 쓰레기 소각장 옆에 살면서 발암물질 호흡으로 암에 걸리신 이웃들 등 직접적 피해자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이 심각성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소비가 주는 '멋'뿐 아니라 이제는 '환경에 대한 관심 실천이 진정한 섹시멘탈'임을 알고 추구하는 멋쟁이들이 속속 늘어났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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