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척하는 결론

생각은 대체로 돌아오는 편이다

by 하진
bread-5671124_1280.jpg ⓒ Pixabay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피했고, 피하기 위해 생각을 했고,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중요한 일은 생각이 필요한 일이었고, 중요하지 않은 일은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머리를 쓰는 일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한 가장 번거로운 방법이 되었다.


지시가 문제인지 자신이 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기분이 어떤지, 누가 옆에 있는지, 말이 지나간 뒤 공기가 잠깐 어떻게 되는지 그런 것들이 더 남았다. 그래서 아무리 멀리 가는 생각도 결국은 우물 안으로 돌아온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편이었다.


사람들 머리가 노릇하게 구워진 빵 같다는 생각을 가끔 했다. 이미 꽤 많이 구워진 느낌이 들 때도 있었고, 확실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는 전부 요리되는 재료들에 불과하고, 그것들이 부대끼며 사는 중이라면 굳이 서로를 해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은 대체로 아무 결론도 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이름만으로 사람은 움직였고, 누군가는 이유 없이 글을 잘 써서 시인의 마음을 울렸다. 이해되지 않아도 계속 넘기게 되는 페이지. 그래서 생각은 언젠가 합리적인 척하는 결론을 하나 만들었다.


말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주변이 지워진다는 사실을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보다 무엇이 울리는지를 기다리는 편이 조금 더 오래 남았고, 아주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그 감각은 충분히 반복되었다. 아무 말이나 옮기느니 괜찮은 생각이 울릴 때만 진동하는 물성에 가까웠다.


의미를 만들기보다는 의미가 지나갈 자리를 비워두는 쪽이 자연스러웠다. 붙잡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은 생각들은 대부분 애초에 오래 남을 생각이 아니었고, 오래 남는 것들은 굳이 붙잡지 않아도 스스로 자리를 찾았다.


사물에도 생명이 있다고 가정하는 편이 더 편했다. 하프도, 총도. 그렇게 생각하면 손이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멈추는 시간이 늘어났다.


쥐는 순간보다 놓는 순간을 조금 더 오래 보게 되었고, 그 사이에 지나가는 것들이 있었다. 언제든 움직일 수 있었고, 움직이지 않는 쪽을 택하는 데에도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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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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