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
자기의 실적에 한 숟가락만 얹으려 해도 급발진하는 나의 동료들,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속 마음은 모르겠다. 이게 미국인의 사회생활인가 싶다가도, '아니 근데 이건 선넘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나의 회사 생활. 나는 과연 내년 이 시점에도 이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늘 고민하는 주제다. 이러한 고민을 매일 매일 다채롭게 선사하는 나의 직장 동료들, 그 중에서도 A와 B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업무 중 그들의 기분을 '덜' 상하게 하는 나의 비법까지도.
트럼프가 당선되며 나의 회사 생활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부는 중이다. 원래도 그랬지만, 상위자 간의 알력 다툼이 이전보다 점점 심해지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했던가, 바로 내 상황을 의미하는 적절한 속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예로, 나의 상위자 중 한명이 매니저에게 대놓고 '우리의 상황은 안전한 것이냐 (Are our jobs secure for now?)' 라고 물었을 때는 커피를 마시다 사레가 들 정도로 놀랐다. 한국에서는 감히 물어볼 수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 발언의 주인공은 A로, 나를 최종 면접에서 강하게 밀어준 사람이자 나에게 일을 제일 많이 시키는 사람이다. 사람 자체는 참 좋지만 - 그렇게 따지만 안 좋은 사람이 있던가?- 자신의 실적에 다른 동료들이 조금이라도 개입하려고 하면 얼굴빛이 달라지는 사람. 나에 대한 A의 이미지는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사람 1위'로 자리잡았다. 심지어 나의 매니저보다 말이다. 나는 어디까지나 A를 보조하는 역할이고 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어떠한 질문을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판단 후 실적이 될 만한 나의 업무는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주도하는 A, 나는 A가 (아직도) 많이 불편하다.
그렇다면 B는 어떨까? B는 자신의 사생활과 일의 경계가 매우 뚜렷한 사람이다. 참고로 A에 이어 나에게 일을 제일 많이 시키는 사람 2위. 일의 범위와는 별개로 가족이나 개인사를 물어보는 이른 바 (내가 싫어하는) 미국의 문화인 'Small talk'이 우리 사무실에서는 특히 활발한데, 그 과정에서도 절대 자신의 속내나 사생활을 절대 밝히지 않는 B. 나는 처음에 B와 독대할 때마다 침묵을 유지했지만, 침묵이 길어질수록 나는 B가 더 어색해지고 업무를 통한 소통도 꺼려졌다. 지금이야 입사한 지가 꽤 되어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지금도 같이 있으면 나는 조용히 묵언수행을 시전한다.
다른 동료들도 있지만, A와 B를 선정한 이유는 이 둘의 성격이 매우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적을 향한 욕망은 둘 다 끝이 없지만, 직장 생활 내에서 업무 및 타인을 대하는 자세가 정말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직장 생활은 이럴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오피스 내에도 양 극단을 달리는 이런 두 사람이 있는 만큼, 절대적인 일반화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러한 고정 관념을 가지고 미국 회사에 입사한 사람으로서, 그 때의 내가 얼마나 안일했는지 살짝 반성하는 중이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다른 사람들도 많으니 이 이야기는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이해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이러한 경험은 나라마다, 직무마다, 개인의 특성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 해외, 특히 미국의 회사 생활은 동료의 성향 파악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같은 접근법이라도 어떤 동료는 기꺼이 나를 도와줄 수 있고, 다른 동료는 자신의 권위에 도전했다고 생각하여 기분이 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접근법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이건 나도 해답을 줄 수가 없다. 직접 부딪혀 보고 데이터를 쌓을 수 밖에 없다. 특히 한국처럼 'C라는 상황에서는 D를 해야한다'- 라는 법칙이 사람마다 매우 다양하게 적용되기에, 이 부분은 - 솔직히 말하자면 - 내 행동으로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각 동료의 기분을 한 두번 정도 상하게 하면 '아 이 사람은 이러한 점에서 기분이 상하는구나' 라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런 과정 없이도 동료와 잘 협업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에게 알려주길 바란다.
물론 나도 2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수도 없이 기분이 상했고, 나도 그들에게 그랬을 것이다. 해외 직장 생활은 한국의 그것보다 변수가 다양하기에, 입사 전, 입사 후라도 '나의 어떠한 문화적 배경은 유지하고, 이런 것은 자제해야겠다'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나도 지금 배워가는 과정이지만, 언젠가는 극복하고 보다 마음이 편안한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조금만 더 힘내자고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