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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6. 미국 애들도 애들이다. 미국 젠지들 육아하기

어쩌다 보니 실리콘밸리 UXUI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by 소르지

입학도 전에 침 튀겨가며 입학 패키지에 굳이 굳이 욱여넣고, 또 기회만 되면 교수님들 앞에 미끼를 던져가며 어렵게 따낸 TA 자리를 입학 후 두 쿼터가 지난, 봄(spring) 학기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른아이들과 부딪쳐가며, 또 한편으로는 닳고 닳은 교수님들의 입맛에 맞춰가며, TA를 하며 쌓았던 경험이 저의 미국에서의 첫 사회생활이자 가장 솔직한 미국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경험인 것 같아, 저는 참 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썰을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너네 개인주의 아니었어? excuse가 너무 많은 미국인들


미국인과 미국의 환상 중에 하나가, 개개인의 자유와 취향을 인정해 주는 개인주의였습니다. 저는 이 개인주의가 혼자서도 잘해요 인 줄 알았습니다. 미국의 잼민이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 TA 첫날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포커페이스를 장착하고 ot에 들어갔습니다. 교수님이 커리큘럼과 수업 룰에 대해 설명하시다가, 정신병 진단이 있으면 과제 제출 날짜와 시험 시간을 배려해 줄 테니 당일이든 지나서든 알려달라는 얘기를 당연하게 하셨습니다. 한국 사람으로서는 이런 이야기를 교수님이 첫 시간에 미리 꺼내는 것도 참 생소했고, 실제로 30명도 안 되는 반에서 5명 이상의 학생들이 연락을 해온 것도 참 놀라웠습니다. 한국이었다면 정신병력을 먼저 밝히려 하지도 않았을뿐더러, 교수님이 이런 예외사항을 먼저 배려하려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그렇게 진단 서류를 제출한 학생들 중 몇몇은 정말 병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었습니다. 우울증 같은 병은 상담만으로 진단받을 수 있고, 그 진단서로 학교 생활, 기숙사 생활, 인턴 기회 등 다방면의 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일부 학생들이 악용을 한다는 것을 석사생 친구로부터 듣게 되었습니다.


소수인 것이 오히려 권력이 되는 나라. 개인주의를 악용하는 일부 학생들을 보며 미국도 잼민이 교육은 똑같이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공교육을 가정형편과 상관없이 거의 평등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식의 범위가 좁은 반면, 미국의 교육은 가정의 경제력, 주변 환경에 따라 편차가 아주 큽니다. (이미 마이너 인종의 사람으로서 인종 차별적 발언은 피하고 싶지만) 비상식적이라고 낙인찍힌 인종에 대한 편견도 그런 교육차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TA 되기는 했는데 평가도 받아요? 픽미 픽미


조교는 뭘 하는 사람인가? 조교의 역할은 한국에서와 유사한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는데요. 유사했던 것은 수업의 진행을 돕고 자료 전달, 공지 등의 잔업을 돕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는데, 겸사겸사 휴가를 떠난 교수님의 인터넷이 광탈되었을 때 교수님을 대신해 시간 때운다던지, 숙제 검사와 점수를 매긴다던지 하는 일은 매우 유사했습니다.


다른 것은 office hour라는 것을 운영했어야 했는데, 특정 요일 특정 시간을 열어두고 학생들이 과제에 대한 질문이 생기거나, 진로에 대한 고민 등 다방면의 고민을 해소해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미국의 TA는 다음 학기를 이어 갈 수 있을지 없을지 평가를 받는 시스템이었기에 학생 프로듀서님들의 간택을 받기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하려 노력해야 했죠. 학교조차 자유 시장인 미국.. 이랄까요? 최대한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써가며 과제의 방향성을 이끌어주고, 진로 상담을 해주고, 심지어는 한국 기초 화장품도 소개해주는 미국 젠지들과의 교감의 시간이었습니다.




TA 자아를 획득하였습니다. 미국인 너네 뭐 돼?


미국 젠지들과 소통하다 보니 미국인도 한국인과 사고방식이 별반 다를 것 없구나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사회적 가면이 아직 덜 쓰인 갓 입학한 학부생들과 대화하다 보니, 쿨한척해도 이들도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고, 내 옆에 잘난 친구를 질투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확 체감 됐달까요? 그들의 민낯을 보고 나니 겁이 좀 없어졌습니다. 내가 한국에서 갈고닦은 사회생활과 여러 경험들이 똑같이 통하는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도 그랬구요. 한국 학부생들을 대하듯 장난치고, 얘기를 들어주고, 칭찬하고, 때로는 따끔한 말도 하며, 미국의 학부생들과 쌓아가는 교류들은 제가 미국인들을 친근하게 느끼게 되는 큰 자양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수업조교 생활을 하며, 어른아이 미국 학부생들과 뒤엉키며 쌓은 경험과 인사이트들을 공유해 보았습니다. 다음화에서는 코로나 덕(?)에 2년 동안 4번의 인턴 생활을 한 흔치 않은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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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커피챗/멘토링 후 짧은 피드백을 부탁드릴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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