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나라에서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기
앞선 글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독일에서 의무교육을 받은 사람은 아니고, 학사와 석사 유학을 와서 공부를 마치고
교육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다. 주로 교구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 2년 정도까지의 학생들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데,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는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많이 생각나진 않아도 이건 배우는 게 비슷하다 이건 많이 다르다 하는 정도는 기억이 난다.
학사 졸업작품을 위해서 여러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방문해서 인터뷰를 했었고 한 학교와 꾸준히 테스트를 했었다. 그때 느낀 게 독일 초등학교 1학년은 한국의 유치원을 학교에 집어넣어 두고 유치원에서 하는 교육과 초등학교 1학년의 과정을 섞어둔 것 같다였었다.
물론 독일 초등학생이 만 6세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학제가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한국 유치원에서 한글을 가르치거나 숫자를 가르치는 게 나이에 맞는 발달인 것 같기도 하다.
독일의 교육 시스템은
유치원 (Kindergarten)
초등학교 (Grundschule 1~4학년)
중등교육 1 (Sekundarstufe 1 - Hauptschule 5~9학년 혹은 10학년 - Realschule 5~10학년 - Gymnasium 5~12학년 혹은 13학년)
중등교육 2 (Sekundarstufe 2 Gymnasium -Abitur / Ausbildung)으로 간다.
유치원은 의무교육이 아니지만 한국도 그러하듯 유치원을 보내지 않는 집은 드문 것 같다.
흔히 키타 라고 하면 미취학어린이가 가는 기관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키타는 킨더타게스슈테테의 줄임말로 크리페와 킨더가르텐을 포함하는 상위개념이다.
Kita (Kindertagesstätte)
-Krippe: 0-3세
-Kindergarten: 3-6세
크리페와 킨더가르텐이 같이 있는 곳도 있고 따로인 곳도 있다. 돌보는 어린이의 나이가 다르기 때문에 조건이 조금 다른데, 그 때문에 우리 회사에서도 3세 미만용 제품을 만들면 테스트가 더 까다롭게 들어간다.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부모가 일을 한다면 우리나라처럼 보육시설에 보낼 수 있고 -자리가 있다는 가정하에- 크리페는 2개월부터 보낼 수 있긴 하지만 보통은 6개월 - 1세부터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3세의 여름 가을 시즌, 독일의 학기가 시작되면 킨더가르텐으로 옮기게 되는데 킨더가르텐에서 6세의 여름까지 보내고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물론 선생님이나 부모의 신청으로 조기입학이나 (Schuleingang mit 5) 입학연기도 (Einschulung zurückstellen) 가능하다.
내가 독일 교육시스템 중에 제일 놀랐던 건 초등학교가 4년제라는 것이었는데, 4년을 다녔던 그 성적과 교사의 평가로 중등교육기관이 정해지는 것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있다고는 하지만 일단 중등교육기관 하웁트슐레, 레알슐레 혹은 김나지움으로 가는 것이 초등학교 4년으로 나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특별한 목적이 있는 중학교가 있지만 고등학교 때 좀 더 명확하게 나뉘는 것에 비해 5년은 빨리 정해진다. 하웁트슐레는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특성화- /실업계 고등학교, 김나지움이 인문계 고등학교이며 레알슐레는 졸업 후에 하웁트슐레처럼 직업교육을 받을 수도 있고, 다시 김나지움으로 가서 학년을 채워서 종합대학을 갈 수 있는 졸업시험을 치르거나, 김나지움을 가지 않고 전문대에 갈 수 있는 졸업시험을 치고 진학을 할 수도 있다.
주에 따라서 게잠트슐레(Gesamtschule)라는 통합학교도 있는데 하웁트슐레, 레알슐레, 김나지움이 같이 있는 형태로 학생별로 선택이 가능하다. 물론 성적이 중요 포인트.
독일도 사람 사는 곳 이기 때문에 학군도 있고, 좋은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도 있다. 학군지 집값이 한국만큼 비싸지 않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 강남의 학군지처럼 전국에서 유명한 것이 아니라서 한 학군지로 몰리지 않기 때문)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도시의 경우 학군지 근처는 집값이 비싸고, 학교에 맞추어 부모들이 이사를 가기도 한다.
사립학교를 다니기 위해 타 도시로 학교를 다니는 경우도 있고, 해외로 연수를 다녀오는 학생들도 있다. 꼭 여기라고 한국과 다르게 정규교육만 받았어요 하는 건 아니고 예체능 사교육은 한국보다 비싸기도 하다. 학년이 어리면 부모가 데려다주고 데리고 와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보다 부모의 손길이 더 많이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느낀 독일의 의무교육과정 중 한국과 다른 하나는 한국은 선행을 위해 과외를 받고, 독일은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 학생들이 나머지 공부를 위해 과외를 받는다는 것이다. 독일에도 과외나 학원이 있으며 한국과 다르게 유급도 있다. 그리고 의무교육과정은 말 그대로 의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보거나 홈스쿨링을 할 수 없다. 부모는 자식을 학교에 보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의무교육기간엔 학교에 보내야 한다.
독일의 의무교육 기간은 보통 만 6세의 여름 가을 (주마다 차이가 있음, 학기가 시작하는 기간부터) 9년에서 10년까지가 의무인데 의무교육의 종료시점은 18세 전후로 성인이 되어 종료가 되거나 혹은 그전에 아우스빌둥을 마치거나 아비투어 시험을 치르면 의무가 해제된다.
내가 사는 곳엔 내가 아는 (혹은 들어본) 한국인은 나까지 셋이 있는데 그중 한 분은 한 번도 본 적은 없는 동료의 친구 어머니이시다. 예전에 독일에 간호사로 오셨다가 정착하신 분이라고 한다. 내가 한국인이 없는 곳에 사는 것과 별개로 독일은 유럽에서 한인이 제일 많이 사는 나라인데 독일 관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에 사는 한국 국적자는 36000 명 정도라고 한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곳은 프랑크푸르트와 노스트라인 베스트팔렌의 루르 지역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배웠던 그 루르공업지역 거기가 맞다). 내가 그곳에서 학부모로 사는 게 아니라서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어학 할 때 본 것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한국인 과외도 많이 하고, 학원도 있다고 한다 어학 할 때 한국에서 스카이 나온 대학생들이 교포 자녀 과외하는 걸 종종 봤는데, 독일어가 서툰 한국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불법) 노동이었다.
독일의 의무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으로서 대학을 다니며 느꼈던 독일인들의 수업시간의 태도는 발표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토론을 즐겨했으며 무언가 정해야 할 것이 있으면 끊임없이 토론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남녀노소 책을 많이 읽고, 듣는 것이었다. 글쓰기 과제나 시험이 많았는데 어릴 때부터 훈련되어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대학에서 만난, 일하면서 만난 독일사람들은 다수가 수다쟁이인데 내 생각엔 이것도 습관처럼 훈련되어 와서 수다쟁이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책을 많이 읽고 글쓰기를 많이 훈련한 수다쟁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 취향의 책들을 서로 추천해 주며 그 주제로 토론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