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방해하는 5가지 마음의 장애 - 2. 악의
2. 악의(부정적이고 공격성을 띠는 마음)
: 주로 화, 성냄, 분노로 표출됩니다. 자타에 대한 해로운 분별심을 일으키며, 조화로운 마음을 파괴하고 단절하는 성질이 있죠. 자애와 연민 수행으로 다스리면 도움이 됩니다.
명상과 일상에서 드러나는 악의
일반적으로 명상을 하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편안할 거라고 짐작합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고요해지는 단계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도달하게 됩니다. 먼저 직면해야 할 많은 것들이 있죠. 그중 하나가 ‘악의’입니다. 이 개념어의 어감이 주는 뉘앙스 때문에 매우 거칠고 폭력적인 이미지를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악의는 거칠고 공격적인 단계부터 아주 미세한 단계까지 범위가 넓습니다.
명상을 오랜 시간 시도하면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불편합니다. 다리가 저리거나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결리기도 하죠. 그럴 때 다시 자세를 바로잡아 앉아보지만 곧 불편한 감각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때 ‘왜 이렇게 아프지? 빨리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생각은 악의로부터 오는 생각입니다. 놀라운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단 명상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불편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주 하는 생각이기도 할 테니까요.
악의는 단절과 파괴의 성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것이 일상에 적용되면 어떻게 발생하는지 예를 들어 살펴보죠.
한 수험생이 목표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합니다. 수능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죠. 곧 중요한 9월 모의고사에서 목표한 성적을 갖추기 위해 몰두합니다. 어느 날 동급생 친구가 학원에서 실시한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올랐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어떤 기분인지 공감하기에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건투를 빌어주었죠. 이것은 자기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그날 저녁, 계획한 공부 시간에 문제집을 풀며 오답 노트를 정리하는 중이었습니다. 계속 틀리는 유형의 문제를 또 틀린 것을 발견했습니다. 순간 짜증이 치솟습니다. 급작스럽게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초조함도 일어납니다. 이미 계획했던 공부 시간이 끝났고, 취침할 때가 되었지만 이대로 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걱정과 긴장에 사로잡혀 뒤척이다 겨우 잠에 빠져듭니다.
자, 위의 예시에서 어느 부분이 악의일까요?
수험생은 타인의 기쁨에 진심으로 축하할 줄 아는 공감능력을 지녔습니다. 또 자기가 세운 계획을 차곡차곡 이행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이성적인 면모도 보이죠. 이런 사람에게 악의가 웬 말일까요?
이 예시에서의 악의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짜증이 치솟고 피로감이 몰려오며, 스스로에게 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대목입니다. 자기 자신을 향한 악의에 해당합니다. 악의는 마음의 단절과 파괴를 일으킵니다. 스스로 상처를 입히는 것과 같습니다. 또 상처 입은 마음을 모른척하고 지나치는 것이죠. 이런 마음은 반복적으로 세상과 자신을 분리하고 단절해 치우친 시야를 갖게 만듭니다. 성취를 이루어도 외롭고 허전하며,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초조함을 자아냅니다.
아주 작은 것에서 비롯된 악의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생각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으로도 악의가 드러납니다. 자기 자신이 잘 되기를 바라지 못하며, 진정으로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바랄 수 없게 됩니다. ‘이것만 하면, 이것만 이루면...’이라는 우물 속에서 고통받습니다. 가장 심각하게는 자해와 자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 타인에게 드러날 경우에는 상대가 잘 되는 꼴을 보기 싫고, 급기야는 영영 내 눈앞에서 사라지기를 바라게 됩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주로 이런 마음 상태에서 일과를 보냅니다. 제 주변에도 이런 문제를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악의와 반대되는 마음은 자애입니다.
자애의 마음은 어떨까요?
자애는 책임과 돌봄의 마음입니다. 명상 중 몸에 불편한 작용이 일어나면 즉시 그것을 책임지고 돌보려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불편함이 있구나. 어떻게 돌봐주면 좋을까?’하며 고통을 직면하는 쪽으로 초점을 두게 됩니다. 자애는 마냥 따뜻하고 물렁한 마음이 아닙니다. 매우 단호한 결기와 균형 잡힌 친절이 겸비된 마음입니다.
갓난아이가 몸에 큰 상처를 입고 발버둥 치며 울고 있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우는 것을 달랠 뿐 아니라,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입니다. 또한 다시는 아이가 큰 상처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고 보살필 것입니다. 이것이 자애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갓난아이와 같이 돌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애는 악의로 고통받는 자신의 마음을 구할 뿐 아니라, 세상 모든 존재들과 연결되는 아주 유익한 에너지입니다. 한 순간이라도 자애를 일으킨다면 즉시 타오르는 고통을 직면하고, 상처를 돌볼 기회를 얻습니다. 모든 존재가 악의의 그물에서 벗어나 행복하고 편안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