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에
- 뮤즈에게
김 민 휴
자꾸 깹니다
11시 반에 자리에 들었는데
1시 반에 깨고,
2시 42분에 깨고,
3시 48분에 깨고,
5시 21분에 깹니다
지상의 어느 시인의 시밭에
살내린 영혼의 시들이 영글어가는 모양입니다
깨밭 같은 그이의 시밭에
몰래 숨어들어
깨알 같이 잘 여문 알곡을 받아와
내 시의 씨앗을 하고 싶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했으니
좋은 시의 씨를 받아
내 시밭에 심어 잘 가꾸고 싶습니다
뮤즈여!
이 가을엔, 고픈 여행자가 사과밭 울타리를 넘어
사과 한 알을 구득하듯
당신의 시밭에서
영근 시의 씨앗을 서너 톨만
훔쳐 도망쳐오는
죄를 허락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