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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ZURE POET Oct 09. 2015

안녕이라 말하지 말아요

상한 말들의 세상, 꿈꾸는 말들의 향연 - 김민휴의 시


안녕이라 말하지 말아요
      - 이은봉 시 <사월아 안녕>에 붙여

                    김 민 휴

나는 사월, 안녕이라 말하지 말아요
오늘은 오월 일일이야, 하지 말아요
오늘은 사월 삼십일일, 내일은 삼십이일
모레는 사월 삼십삼일, 그리고 또
사월 삼십사일, 삼십오일, 삼십육일

저 산에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고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진다 한들
사람의 마을에 갈 봄 여름 없이 눈물꽃 피고
갈 봄 여름 없이 눈물꽃 지네요

붉은 동백꽃으로 뚝 떨어져
저만치 찬 바다 밑에 내가 혼자서 있더라도
영영 몇 걸음 못 걸어나오더라도
제발 안녕이라 말하지 말아요, 나는 사월
사월 삼백육십오일, 사월 삼백육십육일
그리고, 그리고, 잊지 말아요
그 다음 날은 사월 일일이잖아요

난, 갈 봄 여름 없이 당신과 헤어지고
갈 봄 여름 없이 당신과 있어요, 힘내요
안녕이라 말하지 말아요, 울지 말아요
사월, 하고 힘껏 불러봐요, 사람의 마을에
눈물꽃 마르는 날까지 함께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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