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AZURE POET Oct 10. 2015

초록 도토리

상한 말의 세상, 꿈꾸는 말의 향연 - 김민휴의 시

초록 도토리

                  김. 민. 휴

  신갈나무 도토리가 무럭무럭 크고 있습니다
  이 도토리가 익어 떨어지면 또 가을이 오겠습니다
  햇님도, 바람도, 새소리도, 고추잠자리 나는 소리도
  다 멈춘, 맑고 높고 아련한 가을날
  깊은 산속 오솔길에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는
  뚝, 하고 부러지는 나뭇가지 소리만 못하지 않습니다
  목련꽃이 지고나면 목련나무를 보지않는 사람
  마음같이, 지금은 아무도
  신갈나무 가지 사이에서 이렇게 도토리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줄 모르는 모양이지만
  가을날 산길에 도토리들이 떨어지면
  도토리 묵을 좋아하는 신랑을 둔 늙은 신부도 줍고
  아빠, 엄마 산책을 따라나온 도토리 한 알보다
  쬐끔 더 큰 조막손도 두 손에 가득 쥐고
  처녀와 함께 운동 나온 강아지도 주워 입에 물고
  다람쥐도 부지런히 주워 모아 곳간을 채울 겁니다
  세상엔 들여다보면 아직 누구의 눈길도 이르지 않은
  깨알같은 존재들이 부지런히들 살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산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