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저어가는 삶을 위한 향연 - 김민휴의 시]
종일 은행잎이
떨어지고, 쌓였다
김 민 휴
은행잎이 생각에 노란 물을 들인다
가을이 가기 전에 맑은 날을 잡아
이 숲길에 두텁게 깔린 석양의 은행잎을
좋은 가을 물과 가을 하늘로 버무려
노란 은행잎 벽돌을 좀 찍어야겠다
5톤 트럭으로 대여섯 대 찍어둬야겠다
은행잎이 떨어지고 종일
가을비가 내리는 날 아껴두었던
노란우산 꺼내 쓰고 집을 나서 숲길을 걸으면
나는 도무지 현실적이지 않아
도무지 지금 같지 않아, 여기 같지 않아
아득하고 아련한 꿈을 꾸지
월출산 옥판봉에 겨울이 오고
백운동 별서 정원 모란체에 흰 눈이 쌓이면
산다경 옆, 산 남쪽 푹한 곳에
때깔 고운 은행잎 벽돌 다독다독 쌓아
인절미 굽고 떡차 달이는 냄새 폴폴 나는
노란 벽돌집 한 채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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