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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ZURE POET Mar 08. 2023

受而不愛

시간을 저어가는 삶을 위한 기도

受而不愛


               김 민 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무상을 알고,

가지려 하거나 버리려 하는 갈애와 집착이 고통을 낳음을 알고,

나라고 착각하는 다섯 가지 덩어리 색온 수온 상온 행온 식온, 오온이 일체 공하여 본래 나는 있지 않다는 무아를 알고

순간 순간 마음에 떠오르는 일체의 생각과 말과 행동과 사념이 사라질 때까지

 

그저 본다. 그저 듣는다. 그저 냄새 맡는다. 그저 맛본다. 그저 느낀다. 그저 알아차린다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다만 대상을 특별하게 보며

무한히 되뇌인다: 보인다 들린다 냄새난다 맛난다 느껴진다 알아차린다

 

눈에 턱 걸려 마음에 들어오려 하면, 보인다 보인다 보인다 보인다 보인다...

 

귀에 거슬려 마음에 들어오려 하면, 들린다 들린다 들린다  들린다 들린다...

 

코를 자극하여 마음에 들어오려 하면, 냄새난다 냄새난다 냄새난다 냄새난다...

 

혀에 감겨 마음에 들어오려 하면, 맛난다 맛난다 맛난다 맛난다 맛난다....

 

피부에 닿아 마음에 들어오려 하면, 느껴진다 느껴진다 느껴진다 느껴진다 느껴진다...

 

마음에 나타나 자리 틀어잡으려 하면, 알아차린다 알아차린다 알아차린다 알아차린다...

 

잠시 내게 들른 눈, 귀, 코, 혀, 몸, 의식의 대상이 윤회의 바퀴 밖으로 나갈 때까지 조용히 염불한다

 

갈애가 생기지 않게, 아상이 만들어지지 않게, 아집이 가져지지 않게, 그것이 그저 지나가도록 집중한다

 

번뇌의 굴레, 업의 굴레, 과보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윤회연기와 번뇌연기의 근본 뿌리인 무명과 갈애를 여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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