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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ZURE POET May 13. 2023

흐리멍텅도 나쁠 건 없어

시간을 저어가는 삶을 위한 향연 - 김민휴의 시

흐리멍텅도 나쁠 건 없어

 

 

점점 구별이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

밤에는 깊은 잠이 없어지고

낮엔 또렷한 생각이 없어지고 있어

하루 스물 네 시간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깨어 있는 채로 잠들어 있는 것 같고

잠들어 있는 채로  깨어 있는 것 같아

 

누가 와서 휘저었을까

나누어져 있던 것들이 자꾸 섞여

경계가 점점 사라져

또렷한 의식과 흐릿한 의식이 섞여

의식과 무의식이

꿈과 현실이 섞이는 줄 모르게 섞여

 

점점 좀좀 수록수록

돌아가신 부모님이 살아 있고

본 지 좀 지났을 뿐인 친구가 죽어 있는거야

부모님은 분명히 돌아가셨고

친구는 분명히 잘 살고 있는데

 

단단했던 경계들이

드디어 사그라들고 무디어지고 있어

삶과 죽음에 대한 경계

이승과 저승에 대한 경계까지

 

점점 좀좀 수록수록

칼날 같던 경계들, 바늘 끝 같던 분별들

맥 못 추고 있어

나 태어나기 전 모두 돌아가셨는데

조부님이, 아니면 외할머니가

어딘가에서 잘 살고 계신 것도 같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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