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저어가는 삶을 위한 향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김 민 휴
개새끼 한 마리 움직이지 않는 염병하게 더운 여름 한 낮,
갑자기 한 개의 문장이 머리를 살별 같이 흘러갔단다
내가 내려왔다고 석구형이
군서면사무소 옆뒤 월산청국장집에 가서 점심을 사주었다
형은 김치찌게를 먹고 난 이름을 첨 들어본 반계탕을 먹었다
보니 반계탕은 반마리 삼계탕이었다 맛있었다(닭이 좀 크니까...)
꽤 오래 식당을 하고 있는 이집 노부부, 여자분은 내가 평소 말을 곱게 하신다
우리지방 분이 아니구나 생각하는 분이다
남자분은 석구성과 같은류이다
왜냐면, 손님인 석구성과 술 두 병을 나눠 먹을 때도 있고,
읍내 동호회 소식 등 바둑 얘기를 종종하는 것을 봐서이다
면사무소 직원, 근처 농협직원 등 손님이 많아 분주한데...
석구성이 계산하면서 가만히, 오후에 뭐하요 하고 묻는다
얼른 생각을 굴린 듯한 이분 특별한 일 없어,
(바둑 한 판? 그래 한 판! 흘흘흘)
그 때, 도저히 들을 수 없는 거리 같은데... 주방에서
뭐가 없어, 오후에 병원 가야 하잖아! 그리고... 그리고...
오, 이 남자분 몸의 목 위 부분을 직접 보지 않은 분에게
그의 이빨 하옇게 드러낸 웃음 제대로 묘사해 전할 수 있다면
이렇게도 쉽사리 모든 걸 내려놓는 절정의 포기와 복종을
완전 찍소리 못하고... 근데 뭐지 저 얼굴은 완패하는 행복감이 줄줄 흐르는 표정
(우리 없었던 일로... 흐흐흐)
석구성도 힘 못 쓰는 말꼬리를 흐물흐물 잡아당겨 도로 입에 넣는다
내 발은 먼저 신발을 걸쳤고, 내 어깨는 문을 밀었고, 내 손은 마당밭 사과나무에서 사과 한 개룰 훔쳤다네
네 손가락은 수도꼭지 물에 사과를 뿌득뿌득 문질렀네
이 때에 처음 본 문장 한 개가 머리속을 스윽 흘러갔네
방금 본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디운 것이었구나
“남자가 여자에게 지고 있는 장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구나”
나는 아주 아끼는 보물을 살짝 꺼내 살짝 보여주듯이, 석구형에게 이 문장을 살짝 보여준다
곧, 나는 이렇게 들었다, 나이가 드니까 그게 그래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문장은 여태 뭐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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