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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그림 Feb 28. 2024

가족회사 구성원으로 잘 지내기

공무원을 퇴사하고 가족회사에 다니고 있다.


원래부터 아버지 사무실에 다닐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교를 막 졸업하고 나서 취업이 어려울 때 어머니 아버지는 아버지 사무실에 취직해볼 것을 제안하셨었지만, 그 때는 그렇게 노력 없이 얻는 '쉬운' 일자리 말고, 내가 사회에 뚫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헀었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하지 않는 결정이지만, 가족회사에 들어오고 나니 이 또한 만만한 사회생활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가족회사의 장단점을 정리해보고 앞으로의 다짐을 적어보고자 한다.


단점부터 가볼까? 


단점 일. 공과 사의 영역 구분이 서로 어렵다.


아버지는 아버지 대로 내가 너무 편해서 사적인 이야기를 일과 섞어서 많이 할 수가 있고, 이걸 들어줘야 하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커서 결국 사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선을 그었다. 아버지는 처음에 본인이 그렇게 선을 넘었다고 얘기하니 불쾌해 보이셨지만 이내 잘못된 점을 고치겠다고 하셔서 다행히 우리의 회사생활은 유지될 수 있었다. 아, 아버지가 사장이니까 '나의 회사생활'의 유지이겠구나.


나 또한 거꾸로 아버지 회사니 너무 편해서 사장님의 말씀을 '감히' 다리 꼬고 듣기도 하고, 사장님이 일을 많이 하려고 애쓰는 것을 별로 감사함 표현 없이 넘어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는 스트레스 받는다고 직설적으로 이야기도 해서 사장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 (나한테 이렇게 하는 직원...네가 처음이야!)


단점 이. 아버지의 기대가 힘들 수 있다.


아버지는 나를 열심히 키우셔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의 능력에 대한 때로는 기대와 욕심이 있으신 거 같다. 기대 없이 그냥 놀고 먹게 해주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만, 때로는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닦달들이 회사 생활을 꽤나 피곤하게 만들었다. 못 할 때는 좋게 가르쳐주지만 아버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내가 잘 못하는 것이 있을 때는 꽤 혹독한 지령이 내려오기도 한다. 무덤덤하게 잘 버티지 않으면 까딱하면 감정 상하기 쉬운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단점은 이 정도인 것 같다. 


장점 일. 복지가 좋다. 아버지는 월급도 그래도 많이 주는 편이고 병원에 가거나 무슨 일이 있을 땐 일찍 퇴근도 장려해주신다. 원래 직원이 있을 때는 주4일을 했었고 지금은 직원이 나가 주5일을 하지만 그 만큼 월급을 올려 받고 있어서 이건 이거 대로 성취감이 있다. 


장점 이. 가족 관계가 상승파동형으로 좋아진다.


아버지와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아버지의 일상에서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자라오면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하는 것만 주로 보고 자랐기에 내가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인간적인 단점들을 보고 또 부족한 점들을 격려할 수 있는 자리에 있기는 처음이 되었다. 때론 아버지의 부족한 모습들을 보며 반응은 별로 안 좋을 떄도 있을 지언정 고쳐드리고 아버지가 수용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서로 성장하는 것 같다. 대면할 일 별로 없이 살던 우리 가족이 나로 인해 조금씩 서로를 수용하고 지지함을 배워갔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가족회사 입사, 어렵지 않다. 순간의 끌림만으로 가능하다. 본능적인 가족에 대한 애정. 그것이 우리의 공동 회사생활로 이끌었다. 하지만 유지의 문제는 또 다르다. 건강한 방향으로 같이 나아가도록 서로를 격려할 수 있는, 고난과 약간의 체념 그리고 영광의 자리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가족회사 입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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