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분들이 꽤 있다. 두 명의 고마웠던 손님들을 꼽아볼까 한다.
1. 옮겨 옮겨~
이직할 때가 거의 다 되어서 만난 한 아주머니가 대뜸 “여기 너무 힘들어. 옮겨~”라며 오지랖을 부리셨다. 자녀가 공무원을 하고 있을까? 매번 “공무원이 뭐 힘들 게 있냐”는 세간의 반응을 보다가 이 아주머니를 만나니 참 위로가 되었다. 나의 상황을 잘 알고 하신 말씀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힘들겠다는 공감을 얻었던 첫 민원인이라 기억이 남는다.
2. 오히려 감사를 남긴 그분
자가격리반에서 일할 때 정보 안내를 잘못 해드린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전화거신 분이 한숨을 살짝 쉬시다가도 힘든데 고생 많으십니다라고 하고 끊어서 정말 기억에 남는다. 코로나로 많이 팍팍해진 삶이었는데 그렇게 남에게 자기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실수에 여유를 두어줄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지금도 기억에 남는 민원인이다.
이제 기억이 희미해져 공무원 단상에 글을 남기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잠깐(2년)경험한 공무원 세계는 비합리적인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해와 관용이 있을 때 공무원 사회도 점차 쇄신하는 분위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