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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우작 Oct 20. 2022

보통의 점심

    "점심은요?", 하루 일과의 버팀목 그리고 분기점인 점심시간. 모두는 어떻게 보낼까?


    보통은 도시락을 챙긴다. 부득이하게 직장 동료들과 식사를 하는 경우가 거의다. 점심 한 끼의 마지노선. 나의 점심값의 상한은 4천 원인 듯하다. 적어도 아깝지 않은… 사실 4천 원도 아깝다. 우선은 간이 세다. 다음은 식자재 값이 대략 눈에 보이는데, 그 금액을 웃돌 때 '아깝다. 만들어 먹으면 금방인데.'라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의 '수고'에 대한 아까움은 절대 아닌, '내 입맛은 내가 잘 아니까.'라는 적당한 합리화.




(좌) 김밥 재료 (우) 기본 김밥

    

    직장, 외부에서 먹는 도시락은 간편함이 핵심이지 않을까. 성대한 음식은 저녁으로 양보하고 최대한 가볍게, 젓가락질의 횟수를 절약할 수 있는 그런 음식이 옳게 느껴진다. 바로 김밥이 그런 듯하다. 기본 김밥부터 크레미, 참치, 청양고추, 유부, 매운어묵 김밥까지. 출근 날 아침은 이상하고 당연하게 바쁘다. "여보, 내일 6시에 일어나서, 도시락 챙기고 출발하자.", "좋아, 차 막히니까 일찍 나서야지."


    예상은 그러하고 당연하게 비켜 간다. "더 일찍 나서자.", "응, 오늘따라 막히네.", "도시락 챙기느라 늦었어.", "전날에 준비하자." 물론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은 김밥이 최고지만, 전날 챙겨 넣어 둔 김밥도 썩 훌륭하다.




어니언 베이글


    베이글은 꽤 든든한 주식이 된다. 우리의 점심, 아침에 준비한 음식을 6시간 정도 후에 먹는 꼴이다. 아내와 나의 점심은 오후 1시다. 토스트기에 구운 베이글은 오후가 되니 질겨졌다. "좋은 베이글이 아닌가? 아님 원래 이런가?", "밀도가 식빵보다 높아 그럴 거야." 식감이 썩 좋지 않았다. "여보, 베이글은 그냥 챙겨 가자." 어니언 베이글, 밤잼 그리고 샤인머스캣. 1일 1과일을 실천하고자 한다만, 잘 안 된다. 빵만 먹으면 밥이 아니라 간식으로 느껴진다. 채소, 과일, 달걀은 필수!




에그마요 샌드위치


    에그마요 샌드위치 정도로 부르면 될 거 같다. 달걀, 채소, 치즈, 크림치즈, 마요네즈가 살짝 들어 간 샌드위치. 제철 과일을 가급적 챙겨 먹으려는 아내와 나. 빵 그대로도 좋지만, 뭔가 씹을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달걀이 들어가야 풍성한 맛이 난다. 풍성함보다는 포만감이 더 알맞은 표현인 것 같다.




(좌) 돈가스 카레 (우) 스테이크 카레


    '카레를 챙겨 가면 어떨까?' 간혹 이렇게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스무 살에 맞춰 자취를 시작하면서, 즉석 카레는 중요한 주식이었다. 대체할 것들을 마땅히 찾지 못했고, 드문드문 장을 보면서 즉석 카레를 항상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미 그 맛에 익숙해졌고, 주식과도 같던 카레는 이미 물려 버려 카레를 식당에서 사 먹는 일은 거의 없었다. 결혼 후 아내는 카레를 해 주겠다며 고체 카레를 가지고 만들었다. "내가 카레 많이 먹어 봤거든, 물려.", "여보, 그거랑 달라, 먹어 봐." 어느 날은 돈가스가, 어느 날은 크로켓이, 어느 날은 소고기가 얹어진 카레. "맛있다." 맛있는 맛. 건강한 맛. 덤으로 수제 피클까지.


    "점심 드셨어요?", 하루 일과의 버팀목 그리고 분기점인 점심시간. 모두는 보통의 점심을 어떻게 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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