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기 전 그리고 군 제대 후, 대게니 물회니 대하니 조개니… 어머니를 따라 대구 근교를 따라다니며 제철에 맞는 날것들을 꽤나 챙겼다. 뭐가 맛있고, 뭐가 싱싱한 것인지는 잘 몰랐다. 지금도 잘은 모르지만, 좋은 식감이 무엇인지는 아는 것 같다. 입안에서 느끼는 감각에 따라 맛을 평가한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수산물을 즐겼다. 이십 대 중반, 친구의 어머니께서 식당을 차렸다. '안 갈 수가 없지. 돈을 좀 써야지.' 제철 음식이라며 생굴을 내주셨다. 메뉴에는 없지만 우리를 위한 특별식이었다. '이런' 굴김치까지. 나름 잘 먹었다. 잘 먹고 집에 잘갔지만, 속이 좋지 않았다. '과음했나 보다.'
서른 초반, 그 당시 몸담던 회사에서 회식을 했다. "지금이 새우 철이야! 간장새우, 그거 기가 막혀. 그리고 생굴 진짜 맛집이 있어. 날것 좀 먹나?", "(고민) 그럼요. 좋아하죠." 비극의 시작이었다. 회식의 말미에서부터 속이 안 좋았다. '술 때문인가?' 집에 가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했다. 몇 시간 동안 고통스러웠다. 가히 살아오며 가장 아팠던 순간이었다. 도저히 아팠다. 지금의 아내가 급하게 찾아왔다. "병원 가자." 갑각류 알레르기, 고열 40도. "이제부터 절대로 수산물 안 먹는다."
간혹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회부심'을 가진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자칭 회 전문가. "참치는 말이죠.", "이걸 안 먹어 봤어?"… 세월을 지나, 나를 보는 내가 내린 답은 "저는 회는 안 좋아하는데 초밥은 좋아해요. 다만 초밥을 정말 배불리 먹고 싶지만, 그래 본 적이 없어요."이다. 이제서야 나름의 확신으로 사람들께 대답한다. "저는 회를 즐기진 않아요." 나를 아는 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아내의 생일을 맞아, 스시 오마카세를 처음 접했다. "여보, 오마카세는 달라.", "초밥이 초밥이지, 비싸기만 하지.", "먹어 보고 이야기하자. 몇 년 전부터 가자고 했잖아." 연애 시절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스시 오마카세를 어언 4년 만에 가는 거 같다. 군소리하지 않고 서울 종로에 위치한 식당을 방문했다. 디귿자 테이블, 그 가운데 요리사. 손님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기대감 가득 채워 앉아 있었다. 첫 음식이 나오기 전, 기대감에 눌러진 카메라 셔터들. 덩달아 기분이 찰칵거리며 들썩였다.
광어에서부터 자연산 전갱이, 가리비 관자, 간장에 절인 참치 등살, 참치 뱃살, 생강 올린 청어, 다진참치, 달걀구이까지. 일일이 음식에 설명을 곁들이며, 보는 식감이 충족된 하루. 그 짧은 몇 시간들. 카드 단말기 소리 스르륵 듣고, 대문 나서며 바로 말했다. "여보, 이제 초밥 먹으려면 돈 아껴서 오마카세만 가자. 기분이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