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부끄러운 직업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비온뒤입니다.
장마 한 중간에서 이제는 폭염으로, 날씨가 급변하는 세상입니다.
첫 번째 출간 소식을 알려드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새로운 출간 소식으로 찾아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두 책이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는 사뭇 다른 책이 출간되었거든요.
이번 책은 기상예보관이 이야기하는 일상을 담았습니다.
'오늘도 밤샘근무를 마치고'라는 매거진의 이야기들을 다듬고 엮어서 낸 두 번째 작품입니다.
제 이야기를 자주 읽으시는 분들은 아실지도 모르지만, 사실 쓰기 시작한 것은 <맑음, 때때로 소나기>의 이야기들이 먼저였답니다. 저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한 권 한 권 시리즈물로 내는 프로젝트에 저도 참여하게 된 것이죠.
마침 기상청의 사람들이 TV에 자주 나오는 시기라, 여러분께서 기상예보관이라는 직업에 조금은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용기도 생겼었더랍니다. 짧은 시간에 두 권의 책을 준비하며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 적도 많았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두 권의 책을 쓴 작가가 되었습니다.
혹시 서점에서 보신다면 한 번쯤 들추고 가 주시면 더욱 감사할 것 같아요.
더운 여름, 시원한 그늘에서 건강하게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책은 아래의 서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터넷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2588739
≪산책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출간 소식 전해드립니다.
[일하는 사람] 그 첫 번째,
언제나 고개 숙여 하늘을 바라보는 기상예보관의 세계
전 국민이 모두 한 번씩은 잘라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오늘의 날씨를 예보하고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는 기상예보관들이다. 특히 요즘처럼 기습적으로 기상 상황이 변할 때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들, 하루가 멀다 하고 욕을 먹지만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하루도 쉬지 않고 본인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내는 대한민국의 (공기업도, 공사도 아닌) 공공기관 소속 공무원 기상예보관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맑음, 때때로 소나기』가 문학수첩에서 출간된다.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 경험과 생각을 담아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에세이 시리즈 [일하는 사람]의 첫 주자로 나서는 9년 차 기상예보관 ‘비온뒤’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갈까. 우리가 뉴스를 보며, 인터넷 기사를 읽으며 손쉽게 깎아내리는 그들의 속마음은 어떠한지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그러나 차마 본명을 밝히지는 못한) 비온뒤 작가의 때로는 맑고, 때로는 소나기 내리는 일상이 펼쳐진다.
직업을 말하는 것이 부끄러운 사람이라면, 그 직업을 택하면 안 되는 것이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때가 있다. 나는 꽤 자주 직업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다. (……) 그런데도 문득문득 바라보는 하늘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지구가 그려내는 그림이 황홀해서 떠나지를 못한다. 예측과 예상과 예견과 예보를 넘어 내가 그린 미래가 그대로 실현되는 날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공무원이 된다. 내게 예보를 한다는 일이란 그런 것이다. 한 사람 몫을 다하는 그런 삶.
--- p.8~12, 「부끄럽지만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중에서
나는 아마 평생 구름과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일 것이다. 대학 때부터 계속 구름이 사람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날씨를 공부해 왔고,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그런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비행기를 타면 공부하는 기분이 되곤 한다. 구름을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 p.28, 「하늘을 보는 사람의 직업병」 중에서
예보관들의 회식은 비교적 빨리 끝난다. 늦게 시작하기 때문에 술을 급하게 마실 때가 많고, 내일도 12시간 근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 회식의 결론도 그것이었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것. 그때만 해도 2020년쯤 되면 종이는 쓸 필요도 없고 예보는 100% 맞을 줄 알았지.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들이 옆에서 기압계도 불러줄 줄 알았지. 그런 등골이 서늘하기도 하고 희망 사항 같기도 한 농담들.
--- p.143~144, 「팩스 뜯어 일기도 그리던 시절」 중에서
“기상청에서 일하세요? 이번 주말에 제가 캠핑을 가는데, 날씨는 어때요?” (……) 외부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는 한정되어 있다. 특히 사나흘 뒤의 예보라면 간단히 만나는 자리에서 휴대전화를 뒤적여서 찾을 만한 자료는 기상청에서 발행하는 주말 예보 정도밖에 없다. (……) 그런데, 이렇게 쉬는 날까지 일해야 하는 거야?
--- p.166~170, 「매일이 일하는 기분」 중에서
제일 걱정되는 때는 기상청 사람들의 결혼식 때다. 비가 오면 ‘기상청 다니는 친척이 결혼했는데 비가 오더라’는 이야기가 평생 따라다닌다. 어느 직원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후 꼭 결혼은 3월에서 5월, 또는 10월에서 11월 초 사이에 날씨를 엄청나게 신경 써서 하기로 결심했다.
--- p.177~178, 「그래서 쟤 기상청 사람이라고 했잖아」 중에서
하늘이 좋다. 내 밥벌이라서 좋은 것이 첫 번째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도 좋다. ‘하늘’이라고 부르는 공간의 공허함을 좋아한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공기로 가득 차 있고, 하늘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구름은 비를 뿌려준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좋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하늘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는 그 불명확함도 좋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면 하늘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데, 그곳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다.
--- p.224~225, 「비슷하지만 다 다른」 중에서
미래 영화나 근미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상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진짜로 저런 현상이 일어날 것 같아?”라고 내게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보통 이렇게 답변한다.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다.
--- p.256~258, 「재난 영화, 즐길 수 있어?」 중에서
더불어, 채널 예스에 첫 번째 책인 '산책하기 좋은 날씨입니다'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책과 함께 읽어 보시면 여름 날씨를 조금 더 즐기게 되실지도 모르겠어요.
http://ch.yes24.com/Article/View/45313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