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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온뒤 Nov 04. 2020

44. 기상청의 얼굴들

기상청 마크 변천사

 오랜만에 명함 정리를 하다가 기상청에 처음 입사했을 때 받은 명함을 발견했다. 어찌나 공무원스러운지 딱딱한 문체에 영문과 한글 이름, 아래쪽에는 기상청의 오랜 구호였던 '하늘을 친구처럼, 국민을 하늘처럼'이라는 캐치프라이즈가 적혀있었다.(사실 삼단논법에 의하면 국민을 친구처럼 이 되는 것 같아서 계속 조심스럽게 사용했다.) 밝은 파란색과 주홍이 들어간 마크도 지금과 달랐다. 그러고 보면 대학생 때 받았던 기상청 홍보 노트에는 또 다른 마크가 그려져 있다. 태양의 얼굴과 태극마크가 들어간 특이한 로고다.


 기상청도 공공기관인지라, 최근에는 모든 기관에서 동일하게 사용하는  정부 상징마크를 사용하고 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모든 기관의 정체성이 없는 동일한 마크에 지루함과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익숙해지니 오히려 마음 편히 쓸 수 있거니와 이 기관이 공공기관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서 편하다. 거기다 기상청의 경우에는 기존 마크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더 적응하기 쉬었다.



2016년부터 사용되었던 기상청의 정부 상징마크 로고(출처: 기상청)


 한국에서 많이 이용하는 태극마크에서 조금 변형을 한 모양인데, 진취적은 대한민국을 상징한다고 한다. 마크뿐만 아니라 글꼴도 통일시켰다. 깔끔한 느낌이 한 기관의 마크만 보자면 좋은데, 다양한 기관이 섞여 있는 페이지를 볼 때면 기상청을 찾는데 한참 걸리기도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크는 바로 앞의 마크였던 '날씨 이야기'마크다. 예전 기상청 마크는 World Best 365라는 구호를 쓰던 시절에 만들어졌다. 아마 2008년일 것이다. 글씨체도 따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마크는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햇살과 우산이 혼합된 형태(주황색 부분), 구름, 바람(연하늘색 부분), 그리고 바다다. 네 가지 구성요소는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소 이기 도하니 기상청을 표현하는 데에는 이만한 로고가 없다. 다만 흑백으로 했을 때 명암차가 뚜렷하지 않은 점은 약간의 단점이기도 했다. 이 마크는 자체적으로 결정한 마크라 그런지 여러 가지 응용 버전(윤곽선만 있는 형태, 흑백 형태 등등)이 많아서 골라 쓰는 재미도 있었다. 내가 가장 처음 가진 명함도 바로 이 마크를 사용하고 있다.


 이 마크를 단 명함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다. 외국기관과 교류를 할 때, 명함을 주고받게 되면 으레 명함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상대 기관은 어떤 상징을 사용하고 있는지 보게 된다. 상징이 따로 적히지 않은 기관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지고 있는 편이다. 이 마크를 사용할 당시에는 기상청 로고가 있는 명함을 보고 디자인에 대한 칭찬을 받는 일이 꽤 있었다. 절묘하게 만들어진 햇볕 모양의 우산, 몽실몽실한 느낌이 드는 구름, 딱 봐도 공기와 물을 표현한 아래쪽은 태극무늬를 닮기도 했다. 심지어 아이들과 함께 그리기에도 꽤 좋다! 특히 주황색 부분을 설명할 때면 다들 오호라, 하고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여러모로 상징성이 잘 나타나서, 글씨 없이 마크만 봐도 기상청이라는 것을 맞추는 사람도 많았다.


기상청 과거 마크, '날씨 이야기' (출처: 기상청)

 

 반면에 기상청에서 오래 계셨던 분들에게 익숙한 마크는 태양과 사괘 무늬가 들어간 마크이지 않을까. 무늬 속 태양은 웃는 듯 우는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태양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다르게 보면 동서남북을 나타내는 나침반을 형상화한 것 같기도 하다. 사괘 마크는 한국을 표현하는 의미로 보이기도 하지만, 바람과 안개를 나타내는 이미지로 보이기도 한다. 원형으로 글씨를 바깥에 새겨서인지 깔끔한 인상을 주는 것은 좋지만 단색으로 이루어진 모양이다 보니 아무래도 단순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 마크는 기상청 최고의 기념품인 '날씨 맞추기가 너무 힘듭니다' 우산에도 새겨져 있고, 오래된 근무복에도 달려있다. 입사하기 전 기상청 홈페이지를 들락거렸던 나에게도 추억이 많은 마크인데, 기상청 '날씨 잡이' 대회를 참가하게 되면 볼 수 있는 마크였기 때문이다. 해마다 기상청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모든 마크가 다 학교 마크보다 다 익숙했을지도 모른다. 기상청의 첫 마크이다 보니 사람들이 가지는 애정도 각별한 것 같다.


1999년에 만들어진 로고. (출처: https://www.designlog.org/)


 요즘에는 조금 뜸하지만, 기상청의 캐릭터인 기상에도 기상청을 나타내는 중요한 얼굴 중 하나다. 사실 다른 기관들의 캐릭터와는 달리 1등신 캐릭터라 실제로 홍보활동에 쓰이는 인형 옷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구글에서 '기상청 캐릭터'를 검색하면 인형탈이 나오는데, 뭐라 표현하기 힘든 구현도를 가진다. 하지만 인형탈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용은 귀엽고 동글동글한 모양이라 정감이 가서 어디서든 인기가 좋다. 개인적으로는 솜 인형이 정말 귀여운데, 한정판이라 늘 구하기가 어렵다. 가장 흔한 것은 각종 행사 부스에서 뿌려대는 캐릭터 타투인데, 의외로 잘 만들어져 있어서 손등에 스티커를 붙여도 언뜻 보면 포X몬 같기도 하다.


 어떤 로고를 사용하든, 어떤 캐릭터를 사용하든 예쁜 것보다는 그 로고를 보았을 때 기관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내게는 추억과 즐거움으로 남아있는 마크들이지만, 사실 어떤 사람들에게 기상청의 마크는 부정적인 이미지일도 모른다. '기상청'만의 마크는 사라져서 정부 상징만으로 기관의 이미지는 특정하기 어려워졌지만 그래서 그 기관에 일하는 사람들을 더 노력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뭘 하는지 모르겠네.' 하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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