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뷰랑이 Nov 24. 2023

비발디 - 클라리넷 협주곡 1번 '산탄젤로'

그런 곡이 있었어? 

클라리넷 협주곡 하면 보통 모차르트를 떠올리게 됩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OST로 유명해진 모차르트의 대표작품이지요. 그렇다면 그 전의 클라리넷 작품은 존재하지 않았던 걸까요? 


1. 클라리넷의 역사 

클라리넷은 17세기 중반 유럽의 목동들이 주로 사용했던 민속 악기 샬뤼모(Chalumeau)를 목관악기 제작자 요한 크리스토프 데너가 그의 아들과 연구해 내놓은 악기입니다. 언뜻 리코더와 비슷해 보이지만 데너 부자는 두 개의 중요한 키를 악기 상단에 부착해 샬뤼모보다 정확한 음정들을 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후 18세기 내내 진화를 거듭하며 악기 길이와 키의 개수가 늘어났고 손쉬운 운지와 더욱 정교한 음정을 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덕분에 악기의 종류 또한 베이스 클라리넷, 바세트 호른, 피콜로 클라리넷 등 다양한 악기들이 이미 18세기에 제작되었지요. 

  

야콥 데너의 클라리넷 <출처: mim.be, Brussels (벨기에 브뤼셀 악기박물관)>  


따라서 모차르트 이전의 클라리넷은 작품을 연주하기 위한 악기로서는 아직 완전하지 않았다고 보입니다. 18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키 네 개짜리 클라리넷이 나오면서 비로소 왼손이 오른손 위로 오는 양손의 위치가 굳어졌으니까요. 그리고 모차르트는 완전체가 된 이 악기를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는지 1789년에 클라리넷 오중주를 쓰며 악기의 기능을 마스터하고 그가 세상을 떠난 1791년에 클라리넷 협주곡을 완성했습니다. 이 작품은 클라리넷의 역사를 새로 쓰며 19세기 초반부터 악기 성능이 급속도로 발전합니다. 이후 클라리넷 제작계의 흐름은 크게 두 줄기로 나뉘어 프랑스는 뵘 시스템, 독일은 뮐러의 시스템을 고수하며 오늘날에 이르렀지요.


그렇다면 모차르트보다 전 시대 작곡가인 비발디 클라리넷 협주곡은 어떻게 존재한 걸까요?




2. 비발디 클라리넷 협주곡 1번 '산탄젤로 <Sant'Angelo> - A. Vivaldi(1678-1741)

이번에 앙상블 뷰티풀 랑데부가 연주하는 비발디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비발디가 직접 작곡한 곡은 아닙니다. 독일의 작곡가 A.N Tarkmann이 비발디의 오페라 아리아를 주제로 만든 클라리넷 작품으로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음악인데요, 한국에서도 아직 잘 연주되지 않는 주옥같은 작품입니다.


 35살의 비발디는 오페라에 도전하기 시작했고 1713년 인연이 된 극장이 바로 베네치아의 산탄젤로 극장이었습니다. 상연한 오페라만 1000곡이 넘는 산탄젤로 극장은 그야말로 베네치아 오페라의 전성기를 이끌었지요. 그런 역사적인 극장의 감독이 된 비발디는 작곡뿐만 아니라 오페라의 공연과 흥행까지 도맡아 4년간 무려 10곡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립니다. 그중 '올림피아데(L'Olimpiade)'와 '별장의 오토네(Ottine in Villa)'의 아름다운 아리아 선율을 모아 재탄생된 음악이 클라리넷을 위한 협주곡입니다. 사실 비발디는 늘 비슷한 멜로디를 쓴다는 평이 있긴 합니다만 이 작품의 각 악장은 놀랍도록 아름답고 개성이 돋보입니다. 


1악장 Allegro - 비발디의 오페라 '올림피아데' 중 <Lo Seguitai Felice - 나는 즐겁게 그를 따라갔다>의 선율을 가져온 곡으로 현악기와 하프시코드의 유쾌한 서주로 시작합니다. 클라리넷이 연주하는 바로크 시대 화려한 장식음들이 특징이며 B-flat 장조 특유의 순수한 밝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2악장 Larghetto - 1장과 마찬가지로 오페라 '올림피 아데' 중 <Mentre dormi - 당신이 자고 있는 동안> 아리아에서 발췌된 아름다운 세레나데입니다. 베이스의 오스티나토가 푸근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끌며 중간 부분의 짧은 클라리넷의 카덴차는 잠시 현실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내 장식음이 가미된 세레나데로 돌아와 꿈결 같은 순간을 이어갑니다.


3악장 Presto - 비발디의 오페라 '별장의 오토네'의 아리아 중 <Gelosia-질투>의 노래로 폭풍 같은 16분 음표의 선율로 시작합니다. 중간 부분의 클라리넷의 구슬픈 노래는 클라리넷이 낼 수 있는 극한의 아름다운 음색을 요구합니다. 분위기는 다시 활기차지고 테크닉적으로 가장 어려우면서도 화려한 마지막 피날레를 향해갑니다.


이 작품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클라리넷으로 연주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바로크 음악의 중심에 설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 악보를 구하기 위해 앙상블 뷰티풀 랑데부의 클라리네티스트 김우연 님과 예술감독 김가람 님이 편곡자 Tarkmann을 컨택해 배송까지 2개월이 넘게 고생을 했다는 후문입니다. 


마틴 프로스트가 연주한 이 작품의 1악장을 잠시 감상해 보실까요?

https://youtu.be/4 kGaF3 qHLCc? si=5 Ss61 qLMdg_kMdE3    


   



3. 클라리네티스트 김우연 

“먹물을 잔뜩 머금고 화선지에 매끄럽게 그려지는 웅혼한 서체 같은 소리”_월간 객석

심지가 굵고 깊은 견고한 음색과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 무대 장악력으로 무장한 클라리네티스트 김우연은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으며 레퍼토리를 넓혀가고 있는 차세대 연주자입니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라 자비네 마이어의 한국인 첫 제자이기도 한 그는 서울예고를 졸업하자마자 독일로 건너가 쾰른 국립음대와 뤼베크 국립음대에서 수학하고 뤼베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단원과 객원 단원, 팔룬 달라 신포니에타 클라리넷 부수석을 역임했는데요, 앙상블 뷰티풀 랑데부와는 2021년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 뮤직비디오 프로젝트로 인연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연주되는 비발디의 클라리넷 협주곡 1번 또한 클라리네티스트 김우연의 진가를 확인하게 되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클라리네티스트 김우연 



4. 그리고 앙상블 뷰티풀 랑데부 

이번 공연 1부에 바로크 음악을 준비하며 가장 든든한 지원군인 옛 건반악기 연주자 최현영과 고음악 전문단체 '알테 무지크 서울'의 악장 바이올리니스트 안세훈은 성숙한 해석과 리드로 비발디 클라리넷 협주곡을 준비 중입니다. 하프시코드의 음향을 고려해 오케스트라가 아닌 실내악 편성으로 연주되는 이 프로그램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거쳐 현재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예원과 비올리스트 조재현, 첼리스트 임재성, 그리고 베이시스트 장승호가 함께합니다.



<공연 & 예매 안내>

앙상블 뷰티풀 랑데부 6회 정기연주회 〈로맨틱 헤븐〉 - 인터파크 (interpark.com)

공연일정 | 공연·전시·강좌 | (sejongpac.or.kr)

매거진의 이전글 브람스 피아노 오중주 Op. 3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