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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라이언 Nov 13. 2023

재테크 말고 육테크(육아+Tech) 합니다.

나는 20개월 된 남자아이의 아빠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하루하루 육아를 해내기에 급급했고, 그것만으로도 벅찼다. 일과 육아 두 가지를 잘 해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차!” 싶었다. 육아는 아이의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인데 눈앞에 보이는 일만 탁탁 쳐내고 있는 건 아닐까? 육아가 힘들고, 바쁘다는 이유로 이렇게 그냥 하루하루 짧은 호흡으로 ‘오육완(오늘 육아 완료)’하면서 사는 게 맞을까?


그렇지 않다. 육아 또한 긴 호흡으로 장기적인 관점의 계획이 필요하다. 3년, 10년, 20년 후의 아들의 모습을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고민해보기로 했다. 


“육아의 끝과 완성이 독립이라면 아들의 독립을 위해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와이프와 논의한 끝에 3가지 육아의 목표와 방향성이 생겼다.


1.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고 성장하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

2. 스스로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과 삶을 개척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길러주는 것.

3.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존감을 느끼게 하는 것.


방향은 잡았으니 그 다음으로 넘어가보자.




‘재테크’와 ‘육테크’


이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실행이 필요하다. 감이 안 오던 중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재테크와 투자의 관점을 육아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자금을 효율적으로 투자/운영하여 돈을 잘 불리는 것이 “재테크”라면 부모의 돈, 시간, 사랑을 투자하여 아들을 잘 양육하고 성공적으로 독립시키는 것이 바로 “육테크(육아+Tech)”가 아닐까?


재테크를 위한 펀드 매니저가 있다면, 나는 육테크 펀드 매니저가 되기로 했다. 어린 아들이 본인의 미래와 성공적 독립을 위해 성인이 투자해달라고 나에게 위임했다고 가정하고 말이다. 계약 기간은 아들이 스스로 의사결정 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까지다.


•  투자자(클라이언트) = 아들

•  목표 = 아들의 성공적 독립을 위한 각종 소양을 길러주는 것.

•  자금(시드) = 엄마 아빠의 돈, 시간, 사랑


육아를 투자로 생각하니까 관점이 바뀐다. 잘하고 싶어지고, 손해 보고 싶지 않아졌다. 그럼, 본격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 육테크 포트폴리오를 짜보자.




‘육테크 포트폴리오 구성’


안정적인 재테크를 위해서는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 자산을 배분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핵심이다. 그리고 각 자산 안에서 세부적인 투자 종목을 관리하게 된다. 육테크도 마찬가지로 자산 배분이 중요할 것 같다. 내 기준으로 육테크의 투자 자산 종류는 총 4가지다. 배움, 건강, 사회성/대인관계, 정서적 안정이 바로 그것. 이들을 균형 있게 성장시키는 것이 바로 육아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그럼, 자산을 하나씩 살펴보고 나의 돈, 시간, 사랑을 어떤 종목에 투자할지 생각해보자.


첫 번째 투자 자산은 ‘배움’이다. 

국어사전에서 배우다의 의미는 아래와 같다.


1)    새로운 지식이나 교양을 얻다.

2)    새로운 기술을 익히다.

3)    남의 행동, 태도를 본받아 따르다.


육아, 양육, 자녀 교육은 결국 아이가 무언가를 배우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배움’ 자산에 가장 높은 비율의 자금을 투자할 것이다.


첫 번째 종목으로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데 투자하고 싶다. 억지로 강요하고 싶진 않지만, 아들이 책을 통해 사람, 세상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법을 배우고 세상을 이해하며 자랐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책을 자주 읽어주고, 나부터도 책 읽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려고 한다. 나는 드라마 보면서 “아들아 책 좀 읽어라.”고 말할 수 없다.


다음 종목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처음부터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진 과목에는 지레 겁먹고 “아 어려워 못하겠어”하고 포기했던 것이 많다. (수학도 그랬고, 플루트도 그랬다) 당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우리 아들에게도 꼭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무엇을 배우든 처음에는 어렵지만 반복하면 결국 실력이 는다고. 처음부터 잘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인내심을 갖고 배우라고. 그러면 결국 성장과 발전은 따라오게 되어있다고.


세 번째 종목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투자다. 아기 때도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의 다채로운 자극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하듯이 성장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경험과 자극은 지식의 뼈와 살이 될 것이다. 집 안에 있기보다는 바깥에서 안 해본 것을 해보는 새로운 경험에 투자하려고 한다. 국내외 여행, 원데이 클래스, 직업 체험이나 농어촌 체험과 같은 활동을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같이 하려고 한다.


마지막 종목은 목표 의식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면서 얻는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아주 작은 목표부터 시작해서 큰 목표까지 달성하는 연습은 꾸준히 함께 해보려고 한다. 이 목표 의식이야말로 ‘배움’의 모든 종목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다.



두 번째 투자할 자산은 바로 ‘건강’이다. 

건강에서 아들에게 투자하고 싶은 종목은 딱 하나다. 바로 ‘운동’이다.


다른 종목도 고려하긴 했다. 예를 들어, 건강한 음식을 먹이는 것. 초콜릿, 과자 등 군것질 못 하게 하고 라면이나 인스턴트, 탄산음료 식품 섭취를 막는 것 등이 있겠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경험했듯이 못 먹게 해도 알아서 다 먹는다. 섭취량 조절은 필요하겠지만 건강한 음식을 먹이는 것에 집착하진 않을 것이다.


다시 운동으로 돌아오면, 아들이 운동을 즐기고 평소 생활 습관이 되도록 하고 싶다. 그러려면 아들과 함께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을 꽤 들여야 할 것 같다. 잘 걷기 시작하면 자주 데리고 나가려고 한다. 달리기, 공차기도 할 것이다. 더 크면 같이 캐치볼도 하고, 농구나 축구, 헬스도 언젠가 같이하고 싶다. 나도 유년 시절에 아버지와 함께 야구, 농구, 배드민턴 같은 운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지금도 그렇다.


건강한 몸은 건강한 마음으로 이어지고, 무언가를 할 힘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아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세 번째 투자 자산은 ‘사회성과 인간관계’다. 


이쯤에서 다시 육아의 최종 목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들이 성공적으로 독립하여 사회로 홀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회로 나아간다는 것은 나 외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교류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따라서 ‘사회성/인간관계’에 대한 투자는 아들의 독립을 위해 필수적이다. 


투자할 세부 종목은 뭐가 있을까?


우선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사람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려고 한다. 어린이집, 유치원을 제외하고도 놀이터, 키즈 카페, 문화센터로 자주 나갈 생각이다. 친구들을 만나고 놀면서 부딪쳐야 항상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음을 알게 되고, 양보를 배우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투자 종목은 ‘팀 스포츠(축구, 야구, 농구 등)’가 아닐까 싶다. 팀 스포츠에서 인생에서 배우게 될 여러 가지 감정과 교훈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려와 협동, 나 혼자만 잘한다고 이기지 못한다는 것, 패배의 아픔과 좌절, 승리의 기쁨, 고된 훈련을 통한 성장의 즐거움, 상대 팀 전력 분석을 통한 승리 전략 등 많은 것이 있다. 아들이 더 크면 축구 교실 같은 팀 스포츠는 꼭 시켜볼 것이다.


그 외에도 친구들과 함께하는 그룹 활동이라면 어떤 것이든 장려하려고 한다.



마지막 투자할 자산은 아들의 ‘정서적 안정’이다. 


최근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 육아>를 쓴 지나영 교수님 강의를 들었는데 내용은 2가지 메시지로 요약된다. 


하나,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것

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아이가 느끼게 하는 것.


이 두가지 요소는 아이의 심리적 안정성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아이의 건강한 정신 건강은 부모에게 받은 사랑과 비례하는 것 같다.


사랑을 주는 최선의 방법은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닐까? 대화, 여행, 운동 무엇이 됐든 자주 가져야겠다. 물론 사춘기가 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그전까지라도.


그리고 아들에게 표현을 더 많이 하자고 다짐했다. 사랑한다고,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엄마 아빠는 네가 태어나서 정말 행복하다고 하루에 한 번씩 이야기 해줘야겠다.




육테크’에 실패는 없다.


지금까지 육아의 궁극적인 목표 ‘아이의 성공적인 독립’을 위해 육테크의 4가지 자산(배움, 건강, 사회성/인간관계, 정서적 안정성)을 알아보고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에 시간과 돈과 사랑을 투자할지 적어봤다. 앞으로 자산 배분 비율을 적절하게 정하고 리밸런싱도 중간중간 하면서 우리 아들 잘 키워보고 싶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께도 한번쯤 생각해 볼 거리가 되었기를 바란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바로 ‘육테크’에 실패는 없다는 것. 


대학교 1학년 때 들은 회계관리 수업의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내가 투자한 돈 중에 자식에게 들어간 돈이 수익률이 가장 안좋다.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했는데 20년 뒤에 보니 현재 가치가 0이다.” 물론 농담으로 말씀하셨다. 교수님과 똑같은 관점에서 보더라도 육아가 실패했다고 할 수 없다. 다음 20년, 40년 뒤 아이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부모가 먼저 죽을 텐데 말이다. 따라서, 아이의 가치를 지금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아이들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투자한만큼 아이에게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부모와 아이 모두 행복할 수 없다. 결과를 기대하면 실망이 따르고, 관계도 틀어진다. 아이도 부담을 느끼고, 점수와 결과만 바라는 부모를 원망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가는 것 아닌가. 부모의 마음 내면 깊숙이 들어가면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말을 안 듣든 사고뭉치든 간에 우리는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거면 된다. 그러니까 아이가 지금 건강하다는 것만으로 최소 본전은 찾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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