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콰이어 캐피탈의 Product-Market Fit Framework
오늘 소개할 프레임워크는 세콰이어 캐피탈의 아크 제품-시장 적합성 프레임워크*다.
(*공식 명칭: The Arc Product-Market Fit Framework)
업계에서 PMF를 이야기할 때, 보통은 PMF 달성 여부를 진단하는 숫자 중심의 지표를 언급한다. 하지만 세콰이어 캐피탈의 프레임워크는 달성 여부 진단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와 시장에서 제품의 위치에 따라 어떻게 PMF 전략을 세워야 할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이 프레임워크는 가장 먼저, 고객이 접하는 문제를 아래와 같은 3가지 유형으로 정의한다.
유형 1) 발등에 불이 떨어진 문제(Hair on Fire)
유형 2)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문제 (Hard Fact)
유형 3) 먼 미래처럼 느껴져 상상하기 어려운 문제 (Future Vision)
각각의 유형에 따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고객이 명확하게 느끼고 있는 문제, 당장 해결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문제를 의미한다. 이 유형은 고객의 수요가 분명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고, 다수의 경쟁자가 존재한다. 고객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시장의 여러 제품을 비교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수많은 경쟁 제품 사이에서 우리 제품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조금 더 낫다"의 수준이 아니라, "최고 수준의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단순히 더 빠르거나 저렴한 제품이 아니라 말 그대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훌륭한 제품과 훌륭한 시장 진입 전략 모두 필요하다. 최고의 솔루션, 공격적인 판매 전략, 빠른 시장 대응이 핵심이다.
1) 시장 전략
고객 마인드셋(Customer Mindset):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경쟁사의 제품을 이용하고 있거나 여러 제품을 평가하고 있을 가능성 높음. 제품의 기능과 가격에 대해 잘 알고 있음
카테고리 (Category): 경쟁자가 많아 포화 상태일 가능성이 높음. 가격이 낮게 형성될 수 있음. 따라서, 이를 상쇄할 만큼의 큰 시장이어야 함
반드시 극복해야 할 것 (Must Overcome): 수많은 경쟁 제품 사이에서 눈에 띄어야 함
2) 제품 전략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 문제의 해결책이 독보적이어서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버리고 갈아탈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함
실패 유형 (Failure Mode): 경쟁에서 뒤처지면 위험함. 속도가 가장 중요. 차별화된 제품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야 함
성공 요인 (Winning Ingredients): 성공은 차별화된 고객 경험에 달려 있음. 따라잡기 어려운 기술적 우위는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 핵심 역량이 됨.
협업툴, 프로젝트 관리, HR, ERP, 그룹웨어 등 전형적인 B2B 시장이 이에 해당
'콘텐츠'도 제품으로 보면 YouTube 시장도 이 유형으로 볼 수 있음
대부분의 시장/카테고리에는 이미 경쟁 제품이 존재한다고 봐야 함
"당연한 거 아니야?" 또는 "원래 이렇게 불편한 거 아니야?"라고 받아들이는 문제를 말한다. 고객은 오래전부터 문제를 인식하고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만 해결책을 찾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현재의 불편함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유형에서 성공하려면 문제를 재정의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참신한 방식이 필요하다.
현재 프로세스나 문제에 대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고객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시장과 고객에게 메시지를 던져서 문제의식을 일깨워야 한다. 고객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문제를 제시하고 설득력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익숙해져서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 게 되게 불편하지 않았어? 이런 문제들이 있었잖아.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 이렇게 해결할 수 있어."와 같이 말이다.
1) 시장 전략
고객 마인드셋(Customer Mindset): 고객은 현재의 문제와 불편함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해결하려고 하지 않음.
카테고리 (Category): 경쟁이 덜한 시장일 가능성. 정체된 시장에서 혁신이 필요한 카테고리일 수도 있고, 임시방편과 낡고 일시적인 해결책 사이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할 수 있음.
반드시 극복해야 할 것 (Must Overcome): 현상을 유지하려는 습관과 태도. 고객에게 문제를 던지고, 그 문제를 전에 없던 방식으로 해결해야 함
2) 제품 전략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 문제와 불편함을 떠안고 사는 고객에게 새로운 방식의 해결책 제공
실패 유형 (Failure Mode): 중요한 문제를 다루지만 제품이 제공하는 솔루션에 고객이 공감하지 못하면 실패함. 또는 애초에 고객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다루는 경우에도 실패함
성공 요인 (Winning Ingredients): 해결책이 설득력 있고, 고객이 마음을 바꾸도록 울림을 줘야 함. 마케팅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메시지에 걸맞게 제품이 따라와야 함
에어비앤비: 모르는 사람의 집에서 자는 것. 또는 모르는 사람에게 내 집을 내어 주는 것은 불편하다는 사람들의 심리 극복
우버: 낯선 사람을 내 차에 태워도 괜찮다고 사람들을 설득
토스: "은행이 아닌 곳에서 송금하는 것은 불안하다"는 인식을 오히려 '안전하다'라고 느낄 정도로 인식을 바꿈
사람들의 인식이나 습관을 바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만 결국은 기존 시장과 경쟁하고 파이를 뺏어오는 형태로 성장한다고 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가 호텔, 여행사의 실적을 뺏어오듯이)
고객이 먼 미래의 일이라고 느끼거나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상상해 본 적이 없으므로 공상 과학의 영역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문제인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뿐더러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해결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유형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라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기술로 미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객에게 제시하고, 그것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
고객이 아직 모르는 영역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품이 상상하고 있는 미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서 보여주어야 한다. 먼 미래일 수도 있기에 그만큼 성공할 확률이 낮지만 성공했을 때의 보상은 어마어마할 수도 있는 유형이다. (High Risk, High Return)
이를 위해서는 긴 여정에 함께 할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고 유지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1) 시장 전략
고객 마인드셋(Customer Mindset): 고객은 문제에 대한 아무 생각이 없음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까지는 스마트폰이 왜 필요한지 아무도 몰랐음) 또는 비현실적인 문제라고 생각함.
카테고리 (Category): 경쟁이 거의 없거나, 전무한 상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보다는 초기에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이 더 중요
반드시 극복해야 할 것 (Must Overcome):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 실제로 실현 가능하고,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설득해야 함.
2) 제품 전략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 기존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이 아닌,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여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생태계 제시
실패 유형 (Failure Mode): 잘못된 비전인 경우 실패함. 또는 비전이 옳다고 하더라도 비전과 현재 사이에서 '중간 단계'를 찾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 높음 (비전 달성 전에 자본 소진 및 추가 조달 실패)
성공 요인 (Winning Ingredients): 비전을 끝까지 추구할 수 있는 인내, 공상과학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 상황에 맞게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
애플의 아이폰, 비전프로가 이 유형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제품
테슬라가 로드스터를 처음 출시했을 때도 유사함
OpenAI도 적합한 사례. 인공 일반 지능을 실현하여 인류를 이롭게 하겠다는 큰 비전을 제시함. 비영리 단체로 시작했으나, 결국 LLM 혁신을 위한 컴퓨팅 자금이 필요해짐. '중간 단계'에서 ChatGPT 출시와 함께 영리화하여 수익 창출. 이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의 일부라고 볼 수 있음
이 세 가지 유형의 PMF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면 자신의 제품이 세상에서 어디에 놓여있는지 알 수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지, 어떤 시장에 진입해야 하는지 알고, 이에 따라 적합한 전략을 세우고 고객에게 가치를 제안하면 PMF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김도영 작가의 책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에서 메모한 문장으로 PMF 프레임워크를 정리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브랜딩과 프로덕트 메이킹은 참 닮았다.
저는 이 맥락의 선을 두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곤 하는데요. 하나는 우리의 브랜드와 제품이 존재하는 외부 세계를 다룬 '주변의 선', 다른 하나는 우리가 구현하고 싶은 본질을 정교하게 압축한 '경험의 선'이 그것입니다.
좀 더 쉽게 풀어 설명하면, '주변의 선' 위에서는 우리 브랜드가 왜 이 세계에 존재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고, '경험의 선' 위에서는 우리가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기억되면 좋을지를 구체화할 수 있는 것이죠. 브랜딩은 곧 자기다움을 찾는 것이라고들 하는데 어쩌면 이 과정은 거대한 맥락의 흐름 위에서 내가 놓여야 할 가장 적절한 지점을 찾는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즉, The Arc Product-Market Fit 프레임워크는 우리 제품과 제품을 둘러싼 외부 세계가 만나는 지점을 찾는 프레임워크다.
실전은 항상 이론보다 더 복잡하고 제품과 시장의 역학 관계는 유동적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제품 출시 후, 시간이 흐르면 문제를 대하는 고객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시장이 변하면서 기존 제품의 가치가 변할 수 있다. 그러니까 3가지 문제 유형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따라서, 문제 유형을 하나로 제한하거나 고정하면 안 된다. 성공을 위해서는 유연하게 문제 유형을 전환하여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아래의 애플 사례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을 처음 출시했을 때는 명확한 Future Vision에 해당하는 PMF를 찾았지만 이후에는 삼성을 포함한 여러 기업이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면서 Hair On fire로 변했다. 그리고 2024년에는 비전 프로를 통해 또 다른 Future Vision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뛰어난 기업은 문제 유형에 맞춰 Product-Market Fit 경로를 변경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계속해서 출시한다. 그리고 다양한 제품군을 하나로 묶어낸다. 여러 제품군 중에 하나의 제품이 정체되더라도 다른 제품이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한 제품의 PMF 여정의 결과가 다음 제품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PMF를 도달해야 하는 최종 목적지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제품이 PMF에 도달한 이후에도 이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은 회사가 존재하는 한 계속 지속되어야 한다.
[참고 자료]
1) The Arc Product-Market Fit Framework by Sequoia Capital [원문 링크]
2) Sequoia Arc의 Product-Market-Fit 프레임워크 by GeekNews [원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