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moments

소셜미디어의 뒷편과 '최고의 순간'이라는 허상

by Bee

SNS를 거의 안들어간지 한 이주가 지났다. 소셜미디어에 영향을 많이 받고있다는 걸 깨닫게 되고 급변하는 트랜드, 누군가의 잘 나온 사진과 근황들, 쏟아지는 정보들과 맞춤 알고리즘에서 떠나 현재를 살고 싶었다. 그룹 과제를 할 때 인스타그램 DM으로 자주 소통하기 때문에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고 한 번씩 습관적으로 들어가도 5분도 보지 않은채로 나와버렸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장점은 분명히 있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건 단점이 더 크다. 잘 나온 사진을 고르고 또 사진을 수정하고 보정하고, 그러니까 모두의 '최고의 순간', '잘 나온 외모'가 모두 모여있는 그 세상에서 나오고 싶었던 것 같다. 동료 A가 그런 말을 했다. 사진을 보정하면 결국 내가 아니지 않냐고. 그 말을 듣고 결국 내가 아닌 모습에 만족하고 또 허구의 나를 만들어낸다는게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 사람이라면 좋은 순간들도 있는 만큼 또 안좋은 순간들도 있을 것이며, 항상 행복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인스타를 보면 모두가 행복하고 사람들과 유명한 곳을 놀러가고 또 유행하는 것들이 올라오고 되게 복잡한 하나의 세상이 어플 하나에 있다. 그런 편집된 세상과 멀어지고 싶었다.


외모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화장을 함으로서 좀 더 만족스러운 자신의 얼굴을 갖게되지만 그건 유효하지 않다. 화장은 지워지면 끝이며 맨 얼굴이 정말 나의 얼굴이다. 나도 한창 화장을 많이 하고 다녔을 때는 맨얼굴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왜인지 부끄럽고 밖으로 나갈 때는 항상 화장을 하고, 화장을 안한채로 누군가 밖에서 만나면 당황스럽곤 했다. 근데 굳이 그런 감정을 가져야할까? 나는 그냥 내 얼굴대로 밖에 나간 것 뿐인데?


사람들의 미의 기준은 크든 작든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변한다. 나라별로 미의 기준이 다 다른것도 흥미롭다. 나도 해외에 살기 전까지는 한국의 미의 기준이 내 표준이어서 통통하지 않고 피부가 하얀 그런 타입을 '이쁘다'고 치부했던 것 같다. 그래서 살을 안찌려고 노력했고 바다를 가도 햇빛을 자주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호주에 살면서 한국에서는 칭찬으로 듣던 것들이 여기서는 또 아닌 걸 알고 이곳의 미의 기준도 또 따로 있구나 싶었다. 그래도 호주는 다문화 국가여서 유럽이나 아시아보다는 더 다양한 미의 기준들이 존재하지만, 외모에 대해서 신경쓰고 살기에는 미의 기준이란 건 사실 얄팍한 것이다.


최근에 체중이 오르고 또 살찐 내 몸을 긍정하게 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시간을 거울을 보며 비교하며 내 자신을 과하게 꾸미며 시간을 허비하며 살았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가끔 약속이 있을때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일이 있으면 여전히 화장을 하지만, 예전처럼 매일 화장을 하며 거울을 보고 살지는 않는다. 그러다 SNS를 멀리하고 또 '리즈 시절'이라는 단어에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외모를 더 이상 퍼포먼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고나니 삶이 되게 편안해졌다. 누군가의 시선보다도 나의 가치관이 뚜렷하니 내 자신이 그저 나로서 존재하는 거에 두려움이 많이 사그라들었다. 정의하지도 못할 누군가를 위해 사는게 아니라 내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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