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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인 Jan 07. 2021

1. 마음을 놓다

허수경, <不醉不歸>


어느 해 봄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


- 허수경, <不醉不歸> 중에서 






'마음을 놓다' 


마음을 놓는다는 건 무엇일까.

(시에서는 '마음을 놓아보낸'이라고 표현했지만, 

어쩐지 내 입에서는 '마음을 놓다'라는 말로 계속 맴돈다.)


마음을 놓다. 

그건 마음을 어디에 놓았느냐에 따라 

어디에 서서, 어디를 바라보며 말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테다. 


 - 마음을 내가 있던 자리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나는 떠난다)

 - 마음을 저멀리 떠나 보낸다 (그러나 나는 그 자리에 남아있다)

 - (불안하게 떠있던) 마음을 제자리에 둔다 (두 손으로 가슴께를 쓸어내린다)


나는 어떤 마음을 어디에 놓았는가. 

나는 그 마음을 향해 서있는가. 등을 돌렸는가.

마음이 떠난 자리에 또 다른 마음이 들어찼는가.

여운만 남아있는가. 

그 조차도 없는가. 

비어버린 마음은 마음이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만족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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