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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인 Jun 07. 2022

3. 전생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악의 꽃>>, <전생>


나 오랫동안 살아왔네, 드넓은 현관 지붕 밑에서

바다 햇살이 수천 가지 불빛으로 물들이는,

저녁엔 곧고 우람한 기둥들도

현무암 동굴처럼 되는 이곳에서.


()


내 이마를 야자 잎으로 식혀줄 때조차

그들은 집요하게 파고들었지,

나를 피말리게 괴롭히던 번민을.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전생> 중에서






'전생'


이전의 생일수도.

생의 전체일수도.


도깨비 신이 나오는 드라마에서 인간은 네 번의 생을 부여받는다.

단, 지금의 생이 몇 번째 생인지 인간은 알 수 없다.

그것이 인간을 어리석게 만드는 거겠지.


요가의 근간이 되는 인도 철학에서 생은, 끝없이 이어진다고 한다.

사라지지 않고 계속 존재한다.

다만 '죽음'이라는 사건을 경험하고 난 후 다른 육신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일 뿐.


내게 요가 철학을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는 이런 비유를 하셨다.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와 잠옷으로 갈아 입고 다음날 다시 외출할 때는 어제와 다른 옷을 입고 밖에 나가는 것처럼 우리의 육신 또한 이번 생에는 이 얼굴과 이 몸으로 사는 것일 뿐 지금의 얼굴과 몸을 잃는다고 해서 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그저 다른 옷으로 갈아 입고 또 다른 영원 같은 하루를 살게 될 뿐.


나는 몇 번째 생을 살고 있는 걸까.


생이 거듭될수록 살아냄의 지혜가,

고민과 번뇌를 담담하게 껴안을 넉넉한 품이,

그 모든 것들을 가능케 할 용기와 사랑이,

과연 생겨날까.


훗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내가 살아 온 경을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나는 어떤 마음으로 마음으로 살아왔노라고 웃으며 말해줄 수 있을까.


나 오랫동안 살아왔네.

빛과 그림자가 아름답게 뒤섞인

모든 공기가 그리 차갑지만은 않았던

때로는 부드럽기도 보송하기도 했던 그곳에서.


흔들리는 나무와

흐르는 구름들을 바라보며

나 역시 천천히 이곳으로 흘러들어 왔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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