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반의 긴 여정 끝에 얻은 삶

예상보다 평온했던 회복, 로봇수술의 힘과 감사

by 지혜로운 기록


2025년 6월 25일.

나는 아산병원에서 유방암 전절제 로봇수술과 복부 자가조직 재건술을 받았다.

유방외과 손병호 교수님, 성형외과 엄진섭 교수님.

두 분의 손길 속에서 내 몸은 긴 여정을 지나 새로운 모양을 갖추어 갔다.


수술 전날은 분주했다.

입원 준비와 검사, 수술 디자인까지 이어지며 하루가 훌쩍 흘러갔다.

‘자고 일어나면 수술이구나.’

그 생각에 밤새 뒤척였고, 자정부터는 금식이라 물 한 모금도 삼킬 수 없었다.


새벽 5시. 병원은 이미 분주했다.

수액이 연결되고, 남편이 내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주었다.

서툰 손길이 만들어낸 삐죽삐죽한 머리, 그 모습이 왠지 귀엽고 짠해서 웃음이 났다.


8시 15분, 나는 수술장으로 향했다.

휠체어에 앉아 남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길.

순간 울컥 눈물이 고이자, 남편이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다 끝나 있을 거야. 잘하고 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술장 문을 들어섰다.

그리고 눈부신 조명 아래, 분주한 발걸음들 사이에서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회복실에 있었다.

누군가 내 이름과 나이를 묻고, 지금이 어디인지 확인했다.

‘아, 수술이 끝났구나.’

그제야 가슴속 긴장이 풀리며 안도감이 밀려왔다.


“통증은 1부터 10까지 몇 정도인가요?”

“4 정도요.”

내 대답에 곧바로 진통제가 투여되었다.


선생님께서 지금 오후 7시가 넘었다고 하신다.

아침 8시 반에 시작한 수술이니, 도대체 몇 시간을 한 걸까?

순간 하루 종일 기다렸을 가족들이 떠올랐다.

그들의 마음이 얼마나 애가 탔을까 싶어 가슴이 뭉클했다.


병실에 올라오니 남편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 괜찮아. 수술 오래 한 것 같지? 걱정했지?”

내 말에 남편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괜찮아. 수술 잘 됐대. 너무 걱정하지 마.”


잠시 후 친정엄마가 올라오셨다.

내가 웃어 보이자, 엄마의 얼굴에도 비로소 안도의 빛이 번졌다.

알고 보니 수술은 무려 10시간 30분이나 걸렸다고 한다.

유방 전절제 로봇수술이 5시간 반, 이어진 재건술이 5시간.

남편은 오후가 훌쩍 지나도 끝났다는 연락이 없어 마음이 타들어갔다고 했다.


하지만 내 회복은 예상보다 훨씬 괜찮았다.

회복실에서 춥지도 않았고, 고통도 크지 않았다.

가슴 부위는 경미한 통증 정도, 배는 당겨서 불편한 정도.

상상했던 끔찍한 고통은 없었다.


병실 옆 환자분이 말씀하시길, 예전 입원하셨을 때 같은 수술을 받은 분이 너무 아파서 후회할 정도였다고 한다.

“근데 너무 괜찮아 보이네? 로봇수술이라 그런가? 참 신기하네.”

그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보호자는 한 명만 등록할 수 있기에, 남편과 친정엄마가 교대로 곁을 지키기로 했다.

첫날은 남편이, 그다음은 엄마가, 또 주말은 남편이, 그리고 다시 엄마가.

대구에서 올라온 엄마가 병원 1층에서 몇 시간이고 기다리며 교대를 준비해 주셨다.


그렇게 10시간 30분의 긴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남편과 엄마의 눈빛 속에서, 나는 수술이 잘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슴에는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아 신기하다고 했다.

아직 직접 확인할 용기는 없지만, 언젠가 차분히 마주하게 되겠지.


배에는 길게 이어진 상처가 남았지만, 깔끔하게 봉합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 흉터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나는 오늘, 살아서 깨어났다.

수술대 위에서 흘린 10시간 30분의 시간은

나에게 또 다른 생명을 허락받은 은혜의 순간이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충분합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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