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날, 두려움 너머의 다짐

나는 여전히 충분하다, 삶은 다시 이어진다

by 지혜로운 기록


호주 여행에서 돌아온 지 어느새 일주일.

숨 돌릴 틈도 없이, 드디어 아산병원 입원 날이 찾아왔다.


집 안 가득 펼쳐놓은 짐들을 챙겼다 풀었다, 더했다 뺐다.

결국 26인치 캐리어 하나, 커다란 쇼핑백 하나, 마트 가방 하나.

남동생이 “누나,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하고 웃었지만, 혹시나 필요한 순간에 없으면 얼마나 아쉬울까 싶어 입원 준비물 리스트를 검색해 하나하나 꼼꼼히 챙겼다.


입원 수속을 마치고 나는 2인실 병실로 배정받았다.

창가 자리에 누워 병원 밖 풍경을 바라보니 마치 내 앞날이 조금은 환하게 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후 시부모님께서 병원에 오셨다.

환자복을 입은 내 모습을 보자, 어머님의 눈가가 금세 젖었다.

그 순간, 미안함과 감사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아버님은 따뜻한 기도로 힘을 주셨고, 어머님은 나를 꼭 끌어안으며 “사랑한다” 말씀해 주셨다.

그 품에서 나는 다시 다짐했다.

“꼭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이어지는 검사와 설명, 그리고 수술 디자인.

복부에 그려지는 큼지막한 선을 보며 순간 움찔했다.

허리 끝에서 끝까지 이어지는 굵은 선.

“아… 정말 이렇게 크게 뱃살을 떼내는구나.”

농담처럼 ‘확실히 뱃살은 없어지겠다’고 웃었지만,

사실은 두려움을 삼키는 나만의 방식이었다.


그래도 교수님께 몇 번이고 부탁드렸다.

“모양 예쁘게, 최대한 맞춰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나의 작고 간절한 바람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또 다른 교수님께서 찾아와

수술에 대해 차분히 설명해 주셨다.

“수술은 잘 될 겁니다.”

짧은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단단하게 붙잡아주었다.


밤이 깊기 전, 샤워실로 향했다.

상체는 씻지 못한다는 말에 하체만 대충 씻으려 했는데 배에 그려둔 수술 자국에서 파란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아이고, 괜히 했나…” 순간 후회했지만 결국엔 개운함이 이겼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내일 아침 8시 30분, 나는 첫 수술 환자로 수술대에 오른다.


병실 불빛 아래 누워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지인들의 기도를 떠올린다.

나를 위해 마음 써주는 이들의 응원이 오늘 밤 내 가장 든든한 호흡이 된다.


나는 믿는다.

내일의 수술은 단순한 절제가 아니라, 새로운 삶을 향한 관문이 될 것임을.


그리고, 나는 여전히 충분하다는 사실을.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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