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 후 암수술 전 떠난 호주 여행, 감사로 채운 시간
호주행 비행기를 결심한 순간, 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했다.
유방암 수술을 앞둔 환자가 해외여행이라니. 그것도 보름 동안이라니.
귀국하면 바로 다음 주에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나는 지금 멜번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패션 일을 한다.
어릴 적부터 옷을 좋아했고, 예쁜 옷만 봐도 가슴이 뛰었다. 액세서리와 화장품에도 관심이 많아, 늘 여성스럽다는 말을 자주 듣고 살아왔다.
그런데 결혼을 준비하면서, 나는 내가 생각했던 나와는 전혀 다른 ‘낯선 나’를 발견했다.
결혼은 인생 최대의 이벤트라 했는데, 나는 의외로 빠르고 담대했다.
웨딩플래너 친구에게 대부분을 맡겨두고, 결혼식장도 검색 한 번 없이 바로 결정했다.
선택 장애가 심해 늘 메뉴조차 남편과 친구에게 맡기던 내가, 결혼반지와 드레스, 가전과 가구, 신혼집까지 단번에 선택했다.
심지어 신혼여행지도 남편이 추려준 리스트에서 골랐다.
모든 걸 직접 챙기느라 속앓이 했을 남편에게 지금은 미안한 마음뿐이다. 미안해, 내편.
그리고 이번.
유방암 진단이라는 커다란 파도가 밀려왔을 때, 또 한 번 낯선 나를 보았다.
어릴 적부터 가장 무서운 병이라 여겼던 게 유방암이었다.
나와는 먼 이야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병이 내 앞에 다가왔을 때, 나는 무너져내리는 대신, 놀라울 만큼 차분했다.
펑펑 울며 두려움에 휩싸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족과 친구에게 괜찮다며 담담히 위로하는 내가 있었다.
부분절제에서 전절제로 수술 범위가 점점 넓어질 때도, 마음은 아팠지만 빠르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감사할 이유를 찾았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기도로 나를 지켜주는 부모님, 따뜻한 밥상을 준비해 주시는 시어머니와 든든히 격려해 주시는 시아버지, 수술날 두바이에서 날아오겠다며 약속한 동생, 대신 아파주고 싶다며 늘 내가 우선인 남편, 그리고 나를 위해 작정 새벽기도를 드린다는 교회 집사님까지.
사랑이 이렇게도 많구나. 그 사랑이 나를 살리고 있었다.
나는 아프지만, 동시에 참 행복한 사람이다.
2주 전, 베프가 호주 여행을 제안했다.
“수술 전, 집에서 혼자 두려움에 갇혀 지내는 것보다 자연 속에서 마음을 풀고 오면 더 좋을 것 같아.”
남편은 흔쾌히 동의했고, 아빠는 “잠시라도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 새롭고 넓은 대륙을 경험해 보고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경험하며 친구와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그 응원 속에서 나는 여행을 결정했다.
암 수술을 앞두고 떠난 호주 여행.
누군가는 무모하다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멜번의 카페에서 가장 맛있는 라떼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나는 확신한다.
이 선택은 참 잘한 일이라고.
43살, 내 인생의 가장 큰 고비일지 모를 6월.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멜번에서의 이 빛나는 시간들이 내 마음의 힘이 되어줄 것이다.
오늘도 나는 감사하다.
그 감사가 내일의 나를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