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지켜낸 나의 선택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다시 찾은 나

by 지혜로운 기록


유방암 진단 후, 가장 먼저 찾아온 건 두려움이 아니라 끝없는 기다림이었다.

아산병원 첫 진료까지 남은 2주는 몇 달처럼 길게 늘어졌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친정에 머물며 부모님과 함께 지냈다.

아침저녁으로 걷고, 채소 위주의 식단을 챙기며, 일찍 잠드는 생활.

건강을 잃고서야 비로소 건강한 삶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진작 이렇게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조용히 마음을 파고들었다.



- 아산병원 첫 진료


드디어 찾아간 아산병원.

교수님은 내 검사 자료를 살펴보시고 조심스레 말했다.


“종양 두 개가 가까워서 부분절제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1차 병원에서 전절제를 예상했기에, 그 말은 내게 기적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그 기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술 날짜는 6월 30일.

그날부터 혈액검사, 엑스레이, 골밀도, MRI 등 수많은 검사가 이어졌다.

몸은 지쳤지만, 하나씩 과정을 밟아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안도했다.



- 다시 뒤집힌 결과


MRI 결과는 내 희망을 무너뜨렸다.


“작은 종양이 더 보여서, 전절제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순간 숨이 막혔다.

부분절제와 방사선을 기대했는데, 돌아온 건 전절제와 재건수술이라는 현실이었다.


“복원수술도 함께 하시겠습니까?”

교수님의 물음에 나는 잠시 멍해졌지만, 곧 “네”라고 대답했다.

깨끗이 제거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살아남는 길이니까.



- 또 다른 선택, 재건수술


다음은 ‘보형물’이냐, ‘자가조직’이냐의 문제였다.


보형물은 수술도 짧고 회복도 빠르지만, 언젠가는 교체해야 한다.

자가조직은 내 몸의 일부로 만드는 만큼 자연스럽고 교체할 필요도 없다.

대신 수술 시간은 길고, 배에는 큰 흉터가 남는다.


며칠 밤을 고민했다.

상담실에서 마주한 보형물은 내 몸과 어울리지 않는 이물감이었다.

“평생 내 몸에 있어야 한다면, 나는 내 살로 된 가슴을 갖고 싶다.”

그게 내 결론이었다.


게다가 실손보험 덕분에 로봇수술이 가능했다.

흉터는 겨드랑이에만 남고, 가슴은 최대한 지킬 수 있다는 말이 내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했다.



- 마음을 붙잡아 준 말들


전절제를 결정하고 돌아오는 길, 부모님은 크게 상심하셨다.

하지만 남편은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 깨끗하게 다 없앨 수 있으니, 오히려 잘 된 거야.”


그리고 내 베프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결국 자기 생각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더라.

무엇보다 빨리 알아차리고 수술과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니,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야. 같은 상황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지지.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네 곁에 있고, 언제나 널 응원하고 있어. 그러니 지금은 오직 치료와 회복, 네 건강에만 집중하면 돼.

이번 일을 통해 너는 더 단단해지고, 분명 새로운 삶이 열릴 거야.

넌 해낼 수 있어. 언제나, 나는 네 편이야.”


그 말들이 내 흔들린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 수술을 앞두고


수술 날짜는 6월 25일로 앞당겨졌다.

마지막 검사에서는 림프절 전이 가능성까지 언급되었다.

혹시 항암까지 이어질까 두렵지만,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듯, 남편의 권유로 베프와 호주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새로운 하늘과 바람 속에서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돌아올 것이다.


나는 유방암 환자가 되었다.

그러나 두려움만으로 이 시간을 채우고 싶지 않다.


건강한 습관을 배우고, 선택의 순간마다 내 마음을 지켜내며, 조금씩 새로운 삶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


나는 이제 수술이라는 문 앞에 서 있다.

문 너머에는 두려움과 동시에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걸어가듯, 나는 이 길을 선택했고, 끝까지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오늘을 돌아보며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때의 선택이 내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해 주었다”라고.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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