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외전] 히치콕의 바다, 보데가 베이

크램 차우더와 태평양 나들이

by 유지니안

그렇다. 삶을 살아가기에 바쁜 우리는 여행다운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고효율로 쥐어짜서 가고자 노력했다. 그중 하나가 보데가 베이(Bodega Bay)였다.


데이비스 인근에는 참으로 갈 수 있는 곳도 많고 놀 곳도 많았다.

새라와 앨리슨의 추천으로 알게 된 보데가 베이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The Birds'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사실 공포물을 잘 모르는 나는 히치콕의 'Psycho'도 보지 않았지만... 일단은 공포 스릴러물을 예술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대가라는 것을 알고 있다.

"히치콕 영화 봤어?"

"아니, 근데 크램 차우더가 맛있다며?"

우리는 히치콕의 팬들은 아니지만, 겸사겸사 촬영지도 둘러볼 겸 보데가 베이를 찾았다.




보데가 베이는 작은 해안 마을이었다. 가족 단위로 캠핑을 많이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크램 차우더 맛집을 찾았다.보데가 베이의 첫인상은... 영화의 첫인상 때문일지는 몰라도... Sunny California와는, 이것은 매우 주관적일 수 있지만, 조금은 어두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추웠다. 바닷바람 때문인가.

"7월인데 이렇게 춥다니."

"재킷 가져오길 잘했네."

그래도 멋진 해안도로를 달리고 크램 차우더도 먹고 샌드위치를 양껏 먹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가는 길에 Doran Beach에 들렀다. 차가운 바닷물에 엘리는 까르르 웃으며 도망갔고, 남편은 엘리를 쫓아다니며 함께 뛰었다. 모래성을 쌓다가 파도에 무너지면 또 다시 쌓고. 단순한 놀이였지만 엘리에게는 최고의 놀이터였다.

보데가베이.gif
KakaoTalk_20250913_221202775.jpg
KakaoTalk_20250913_221338920.jpg


해안가에서 잠시 엘리를 위한 모래놀이 시간을 가진 후, 다시 해안도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달리다가 좋은 지점을 발견하면 간이 의자를 꺼내서 태평양을 바라보고, 또 다시 달려서 좋은 곳이 보이면 서보고...

이것이 정말 천연자원이 아닐까.

"저기 봐, 카이트 서핑!"

카이트 서핑이라는 것을 처음 봤다. 정말 평화롭지만 다이나믹하게 그들의 레저를 즐기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팍팍하게 삶을 보내느라 여가활동이 제한되어 있는데, 정말 미국은 이런 자연자원을 통한 다양한 레저가 많은 것 같았다.

아마 우리도 돌아가면 끝없는 경쟁에서 살아내고 버텨내야겠지?

"한국 가면 우리 취미가 뭐가 될까?"

"취미라고 해봤자 맛집 탐방뿐이겠지...?"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문득 서글퍼졌다.


한편,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미요가 그 근처에 좋은 굴 레스토랑도 있다고 했지만... 굴을 즐겨 먹지 않는 남편 때문에 가지는 못했다.

"다음에 가자."

"다음이 언제야?"

그렇게 당일치기의 여행이 추억의 한 편으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