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외전] 차를 팔땐 Carmax에서!

by 유지니안

돌아가는 길에 우리의 애마 RAV4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2년 동안 정이 많이 들었고 연비가 너무 좋아서 또 타고 싶었던 차였다. 메탈릭 그레이, 그 짙은 검회색의 묵직한 자태. 한국으로 가져갈까 했다가 세금 때문에 마음을 접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차를 팔면 될까? 우리는 또 다른 퀘스트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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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지만 힘 좋고 튼튼했던, 무엇보다 연비가 미쳤던 RAV4 Hybrid




"여보, RAV4 한국으로 가져가면 어때?"

귀국 두 달 전, 내가 남편에게 던진 한 마디. RAV4 하이브리드를 정말 잘 탔던 우리였기에, 가능하면 한국에 가져가고 싶었다. 하지만...

"관세가... 차량 가격의 8%에 부가세 10%, 개별소비세 5%..."

계산기를 두드리던 남편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운송비까지 하면 거의 만 달러네. 그리고 한국 가서 또 검사받고 하면..."

"차라리 그 돈이면 한국에서 괜찮은 차를 새로 사는 게 낫겠네."

결국 미국 땅에서 팔고 가기로 결정. 문제는 어디에, 어떻게 파느냐였다.


"Craigslist에 올려볼까?"

"미쳤어? 현금 들고 오는 사람들 위험하다고. 시운전하다가 사고라도 나면?"

직거래는 처음부터 제외. DMV 가서 명의이전 하는 것도 복잡하고, 이미 이삿짐 정리로 지친 우리에게 행정처리 하나라도 줄이는 게 급선무였다.

"그럼 이곳저곳 오퍼나 받아보자."


첫 번째는 Toyota Elk Grove. 작년에 리콜 수리하러 갔을 때 '중고차 매입' 광고판을 봤던 기억이 났다. 무엇보다 그때 직원들이 친절했던 좋은 기억이 있었다.

"2022년식 RAV4 하이브리드, 약 30,000마일 정도 탔어요."

"음... 2만 달러 정도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네? 2만 달러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우리가 산 가격의 거의 절반이었다.

"지금 고유가 시대라 하이브리드 수요가 엄청난데... 중고차 가격도 여전히 높잖아요."

"그래도 이게 최선입니다."

기분이 확 상했다. 사람을 호구로 보나?


화가 난 채로 집에 돌아와 Carmax 온라인 견적을 신청했다. 차량 정보 입력하고 30분.

"예상 매입가: $32,600"

Toyota보다 12,600달러나 높았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여보, Carmax로 하자. 다른 데는 보지도 말고."

"그래. 그게 제일 낫겠다."


차를 이끌고 방문한 Carmax 매장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끝없이 늘어선 중고차들과 에어컨이 빵빵한 사무실.

"온라인 견적 받으신 분이시죠? 차 키 주시고 30분만 기다려주세요."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는 30분. DMV도 안 가도 되고, 복잡한 서류도 없다니. 역시 자본주의의 나라다.

"검사 완료했습니다. 제시한 금액 그대로 $32,600 드릴게요."

"DMV는요?"

"저희가 다 처리합니다. 사인만 하시면 돼요."

세상 편했다.


차를 팔고나니 뭔가 참...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진짜 미국을 떠나는구나 싶기도 하고.

"이제 어떻게 하면 돼?"

아무 생각 없이 따라온 나와 달리, 남편은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왔나보다.

"근처 Enterprise 렌트카를 예약해뒀어. 반납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하고."

옆에서 Enterprise라는 단어를 들었는지, Carmax 직원이 우리에게 말했다.

"렌트카 회사 가시나요? 제가 데려다드릴게요."

불과 5분 거리였지만, 이런 작은 서비스가 Carmax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확신을 줬다.


그렇게 우리의 RAV4는 그래도 좋은 가격에 팔려갔다. 다사다난했던 우리의 차와의 작별을 끝냈다.

"안녕! 정말 고생 많았어! 그리고 고마웠어. 꼭 좋은 주인 만나라!"

그렇게 우리의 미국생활도 하나씩 정리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