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 단상 (12/1/2022) 새옹지마
오호통재(嗚呼痛哉)라~~~ 모든 선택은 나에게 달려있고 모든 행복과 불행도 다 내가 만든 일이다. 어제 큰고모 여행에 남편이 함께하자는 제안에 앞뒤 생각을 안 하고(시간을 가지고 결정을 못 하는 실수를 범 함) 호텔을 예약했다. (보험을 걸었기 때문에 40불 손해만 보면 되지만) 문제는 첫째, 아빠와 언니다. 두 고모 부부들의 여행인 것도 있고, 초대받은 것도 아니고, 우리가 자처해서 그들의 여행에 끼어든 거라 아빠, 언니 그리고 우리까지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남편과 나 둘이 가기로 했다. 하지만 남은 두 분의 섶 한 마음을 어떻게 내가 감당할까? 이다. 두 번째는 내가 일하는 학교 스케줄이다. 이번 12월 말까지 일한다고 했거니와 방학 시작이 23일 이다. 나의 여행은 20일부터 22일이다. 너무 속보이게 씩 데이를 쓸까? (씩데이를 쓰면 3일 일하고 2주일 주급을 받을 수 있다) 아니면 전주인 16일까지 일한다고 다시 말을 바꿔야 하나다.항상 어떤 기회가 있었을 때 할 것을 또는 안 하길 잘했다는 결론이 나지만 그건 지난 후에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결론이다. 이런저런 일로 지금 행복한? 고민 중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쪽을 결정하던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토요 단상 (12/3/2022) @ Kiawah Island
우리 부부와 마음이 맞아 같이 골프 여행을 다니는 부부는 나이도 있고 골프 외에는 절대 돈을 안 쓴다. 골프장은 부르조아, 호텔과 비행기는 빈민 수준이다. 어제와 오늘 새벽까지 정말 대단한 날 이었다. 우리나라가 기적적으로 6% 승률을 깨고 강적 포르투갈을 2:0으로 이겼고, 뉴저지에서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원스탑으로 끊은 우리는 첫 출발부터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마지막 행을 놓쳐서 항공사까지 바꿔가며 하루에 3번을 타는 곤욕을 치른다. (12시 넘어서야 리조트에 도착) 남편 말로는 그 많은 짐을 잃어버리지도 않고 도착한 게 기적이란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책 제목) 새옹지마 라는 말을 곱씹으며 마음을 진정 시킨다. 그래 이런 경험도 사서하는구나... ㅠㅠ 항상 이런 불안감에 불만이었는데 이런 난리 덕분에 전에 항상 느끼던 비행기 공포가 사라졌다.
오늘 The Ocean에서 캐디와 함께 플레이했다. 날씨도 너무 좋고 골프장도 아름답다. 이 맛에 골프를 친다.
수요 단상 (12/7/2022) 비행기를 탄다는 건…
비행기를 하루에 1시간 간격으로 1시간 반 비행을 3번 스트레이트로 타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번 골프 여행이 그랬다. 뉴왁에서 찰스톤으로 1시간 반 비행이 꼬박 하루가 걸린 것이다. 전엔 비행 도중 비행기가 기압으로 흔들리거나 랜딩하기 위해 오랜 시간 선회할 때면 괴롭고 힘들었는데 이런 난리를 겪은 후 무서움도 없어지고 그러려니 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계획과 루틴의 변경으로 인해 오는 것들에 대한 불안함과 게으름으로 고정된 것에 안주하여 당연히 경험해야 하는 일들을 소홀히 하며 오십 평생을 살아왔던 내가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인다. 길을 잃는 두려움에서 벗어난 작은 시작은 어설프고 두렵지만, 결정에 따른 새옹지마의 희로애락을 시시각각 느끼며 작은 희열을 느낀다.
나는 보물을 찾아 도전하는 모험가이고 싶다.
금요 단상 (12/16/2022) Demarest Middle School
8년 동안 일했던 학교생활을 마치며..
헤어짐은 정말 쉽지 않고 불편하다. 오늘이 그날이다. 5학년 Madi가 운다. 8학년 Anastasia가 운다. 정말로 슬퍼하고 아쉬워한다. 이런 그 아이의 마음에 가슴이 따뜻하다. 교장이 2주 전부터 이메일로 알린 터라 몇몇 선생님들과도 아쉬운 인사들을 이미 나누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말의 어려움을 새삼 깨닫는다. 정든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보고 싶을 것이다. 눈물이 없다시피한 나에게서 순간순간 눈물이 나려 해 적잖이 놀라고 있다.
학교생활의 시작은 남편과 가족생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당시의 나는 자존감이 무너져 밑바닥을 뒹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반강제적으로 결혼 생활 내내 24시간 나를 사로잡았던 남편과의 문제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주어졌고 그 편안함이 나도 모르게 나를 치료해 주고 스스로 설 힘을 키울 수 있었다. 다시 돌아가는 주부 생활에 약간의 두려움과 의구심이 앞서지만, 그때의 내가 아니니 좀 더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 일을 관두는 결정을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에 힘을 더 실어 본다.
월요 단상 (12/19/22) 백수
준비 없는 백수의 시작은 나에게 두려움과 짜증의 혼돈을 가져다 주었다.
화요 단상 (12/20/22) 첫 걸음
12월 16일을 마지막으로 9년 일하던 학교를 그만두었다. 이유는 더 이상 일을 핑계로 하려고 했던 일들을 미뤄 후회하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누구 말로는 지금도 못 하는데 정작 논다고 하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에도 못 했고 일한다는 핑계가 없어야 뭔가 하지 않을까 싶어 큰 결심을 했다.
준비 없는 백수의 시작 며칠은 무척 짜증이 났다. 첫 경고는 스피드 티켓이었다. 기회가 왔을 때 무조건 예스 하자는 결심으로 고모들 여행에 살짝 끼어든 나는 캐나다 몬트리올로 향한다. 내가 운전할 차례가 되자 그냥 달렸다. 90마일로도 달렸었는데 다행히 ㅠㅠ 86마일 규정보다 21마일을 더 달렸다고 걸렸다. 1마일 만 적게 20마일로 티켓을 줬으면 4포인트인데, 6포인트에다 벌금도 500불 이상 알수 없는 얄짤없이 A4용지 2장만 한 티켓을 주고 간다.
워~~~~워~~~~~
우격다짐으로 연결시켜본다.
"너 정신 차려. 안 그러면 또 티켓이야!!!!"
한 방 크게 먹는다.
수요 단상 (12/21/22) 보약
나는 뭣이던 일을 저지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몸이 고단해서인지 추진력은 상당히 부족하다. 다른 이에게서 보는 생동감이 없다. 마음은 한가득히나 재풀에 지쳐 마음만 상하기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가끔 폭발하는 울화의 힘은 어디서 나는 것일까??? ㅠㅠ 보약이라도 먹어야 할까?
인생 선배들에게 ('원하는 일에 미쳐본 자') 나도 해 봤다고 언젠가 얘기해 보고 싶다.
목요 단상 (12/22/22) 만트라
산스크리트어에서 '만트라'의 '만'은 '마음'을 의미하고, '트라'는 '도구'이다. … 특정한 음절이나 단어, 문장을 반복하면 강력한 파동이 생겨 마음이 초능력에 가까운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 만트라의 원리이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나에게 강력한 만트라가 필요하다. 누구처럼 타고난 것보다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아 고달프다. 상시 무엇이든 만트라를 외치며 익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거는 마법의 주문, 나의 인생 만트라를 찾아보자.
목요 단상 (12/29/22) 산스 한 해 소감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온갖 고뇌와 시련을 거쳐 도달한 생의 원숙 경, 오랜 이고 끝에 잉태된 원숙미라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도 중년이 되었을 때 이런 모습이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었다. 시간이 가면서 이런 성장에 대한 욕망과 동경이 아쉬움과 두려움으로 바뀌었고 허접한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점점 지쳐만 가고 있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산스에 들어와 공부하면서 더 넓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책으로만 읽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동훈 사장님도 만나 많은 삶의 지혜를 배우고, 공통된 굶주림(배움과 발전)을 가진 전 세대를 아우르는 나이 또래와 하나가 되어 함께 탐구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었고, 어느 순간 내가 나의 능력으로는 절대로 만들 수 없는 광범위하고 훌륭한 인간관계에 저절로 속해져 있었다. 이건 로또보다 더 값진 것이리라.
일을 관두고 시간이 많으니 그동안 아쉬워했던 것들을 다 할 것 같았지만 현실은 더 게을러지고 시작은 더 어렵다. 나에겐 아직 시간이 있다. 거울 앞에 선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담으리라. 지치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면 옆에서 응원해주는 8색조님들 그리고 산스 전 맴버들의 아우성을 기억하리라.
2023년 3기의 산스의 시작은 트로이의 목마처럼 거대하다. 나무로 만든 목마가 난공불락의 성을 무너뜨렸듯이 산스의 작은 군단이 내년에 어떤 신화를 만들지 사뭇 설렘이 앞선다.
토요 단상 (12/31/2022) 어리석은 복수
과연 복수를 한 것일까???
나에겐 사소한 트라우마가 있다.
가족여행을 하려하면 숙박이며 예약을 내가 했는데... 남편은 그것에 평가하고 불평 했었다. 그것에 질려 여행을 되도록 하려 하지 않았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화가 내 안에 가득 한차에 요즘 들어 남편의 실수들에 무한한 화가 치솟는다. 그럴 수도 있으려니 용서하다가도 자주 의도적이든 아니든 내가 받았던 수모를 남편한테 겪게 해 준다. 자기는 실수할 수도 있고 이유가 있고 다른 이는 아니라는 이기적인 그가 싫다는 나의 표현들이 그를 화나게 한다. 과거 그가 행했던 짓을 되갚아 주는데도 전혀 속이 풀리지 않는다. 참았던 것과 폭발 했던 것 두 경우다 나에게 이롭지 않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지혜롭게 산다는 건 정정말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