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과 믿음
이 드넓은 스페인 평야 곳곳에 조그만 마을이 많이 있다. 그 조그만 마을에 큰 성당이 한두 개는 꼭 있다. 뜨거운 뙤약볕에 걷다 지쳐 성당 안에 들어가면 얼음물에 몸을 담근 것처럼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쌀쌀한 새벽 일찍 문을 열어 놓은 성당 안에 들어가면 봄바람처럼 따스하다. 그 옛날 문명의 이기 없이 살던 조상들은 어린아이 키보다 더 두꺼운 벽을 쌓아 만든 이 거대한 성당에 들어섰을 때 건축물 자체의 웅장함과 나의 필요를 채워주는 이 장소가 믿음을 더 충만하게 만들어 주었으리라. 까미노길을 걸으며 괸그레 사서 고생하는 나 또한 오래된 성당의 무게만큼 나를 채워주는 무언가에 흠뻑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