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아프리카 르완다에 와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접하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곤 합니다. 오늘은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12월 5일)을 기념하여 큰 행사가 열렸어요.코이카(한국 국제 협력단)와 일본의 자이카, 그리고 영국의 자원봉사단체인 Vso가 합력하여 카부가에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수도 키갈리에서 버스로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카부가는 시골의 아늑한 풍경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어요. 르완다 어디서나 숲의 정경이 아름답지만 이곳은 유독 한 폭의 수채화를 펼쳐놓은 듯한 배경입니다. 소박한 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컷 찍었습니다. 행사장의 하얀 부스 뒤로 언제 살며시 다가온 안개도 있고 뾰족 뾰족한 삼각형의 붉은 지붕과 사이사이 초록숲의 물결이 붉은 흙길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
2024년 11월 30일 (토)
르완다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우무간다 날로 지정을 하고 있어요. 이날은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을 생각하면 되는데요. 마을 주민들의 공동협력체로 함께 나무를 심거나 함께 거리를 청소하거나 하는 공동 작업을 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우무간다날에 맞춰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을 기념하게 된 것이죠. 오늘 행사는 이른 아침부터 마을 주민들과 함께 나무 심기부터 진행이 되었습니다.
나무 심기를 하며
도로를 쭉 따라 미리 파 놓은 웅덩이에 각각 배분받은 어린 나무를 심고 땅을 밟아주면 됩니다.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이라 따로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네요. 작은 묘목들이 하나둘씩 제 자리를 찾아갈 때 봉사단원들의 즐거움도 한 컷 씩 커지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언제 삽을 잡아 본 적이 있고 언제 이렇게 흙을 발로 밟아 본 적이 있었을까요. 무리무리 모여 사진도 한 컷씩 남기고 싶었겠죠. ^^
르완다는 식물이 자라기에 적합한 땅과 기후를 가진 나라입니다. 이 어린 나무도 머지않아 키를 쑥 밀어 올리며 기골이 장대해지겠죠. 산악지형인 르완다에는 거리마다 나무가 많아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같아요. 길을 가다 보면 잘라낸 줄기가 땅에 꽂혀있는 것을 흔히 보게 됩니다. 르완다 사람들에게서 작은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것이죠. 지역주민들과 봉사단원들이 우르르 함께 모인 현장은 식목일 행사를 하던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행사를 기다리는 지역주민과 장애인 단체
디귿자 형태로 세워진 행사장에는 어느새 지역주민들이 꽤 많이 모였어요. 자리는 이미 가득 찼고 빙 둘러서 있는 사람까지 합하면 이 마을 전 주민이 모이지 않았을까 가늠해 봅니다. 노인부터 어린아이들까지 온 동네잔치가 열린 날입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진행이 된 행사는 좋은 날씨 덕분에 차질 없이 진행이 되었어요.
코이카 김진화 소장의 인사말
부스투어 등 오전 행사중에서
오전에는 환영사 및 코이카 김진화 소장의 인사말, 부스 투어, 공중보건이나 질병 예방을 위한 강의가 있었고 오후에는 카부가 예고센터의 전통무용 및 아크로바틱, 현대무용, 그리고 이명희 봉사단원의 연주, 한국 노래 부르기 대회 3등 수상자의 공연, 아티스트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검은 피부의 사람들이 기타를 치며 부르는 아리랑은 언제 들어도 감격스럽고 르완다 전통춤은 보기만 해도 어깨가 들썩여지네요. 그리고 각 기관별로 한 명씩 봉사활동 및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오후의 다양한 행사
무료 건강검진을 받기 위한 주민들
프로그램 중 역시 지역주민들에게 가장 관심거리는 무료 건강검진인 듯싶습니다. 어지간히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참는다는 이 사람들에게 오늘은 얼마나 좋은 날일까요. 나는 부스 안을 살짝 들여다봅니다. 한쪽에는 안과 진료를 하고 있고, 한쪽 부스에는 기본적인 검진을 위한 피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메디칼 부스 앞 대기 줄이 얼마나 긴지 겹을 이루고 있습니다. 오늘 300여 명의 지역 주민에게 무료 검진을 실시한다고 하네요.
교육에 관한 부스
각 기관별로 나눠 부스가 세워졌고 각각의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먼저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영국의 자원봉사단체인 Vso 부스를 찾아가 보았어요. 가장 놀라웠던 것은 바로 이 부스에 놓인 교육교재들이었어요. 숫자 세는 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병뚜껑을 이용하고 거기에다 콩을 붙여놓았네요. 마치 시각장애인들의 점자책을 연상케 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대부분의 교재가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답니다. 골판지나 쌀가마니를 이용해 책을 만들거나 종이컵 전화기, 시계 보기, 알파벳 대문자와 소문자 연결하기 등... 상자 모형 앞에 쓰인TMR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상자 바로 옆 플라스틱 물병 안에 꽂혀있는 잎은 또 뭘까? 궁금했습니다. Tomorrow랍니다. 열심히 공부하면 우리도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을 닮았다고 합니다. 아~~^^
치아관리와 손 씻기에 관한 부스
일본 자이카 자원봉사자들의 부스를 찾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손 씻기 세척에 관한 교육과 칫솔질하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커다란 치아의 모형을 만들어서 칫솔질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옆에서는 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하는지부터 이유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나뭇잎을 준비해서 주민들에게 만져보게 하고 여기에 붙어있는 균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나서 직접 손을 씻게 합니다. 주민들은 착한 학생들처럼 비누 묻힌 손을 손가락으로 아주 깨끗이 문지르고 있네요.
CPR부스와 보건위생에 관한 부스
한국의 코이카 자원봉사자들이 일하고 있는 심폐소생술(CPR) 부스는 가장 핫했습니다. 두 명의 봉사단원이 시범을 보이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어요. 인조모형을 눕혀놓고 압박점을 알려주고 손가락을 낀 두 손으로 가슴을 누르는 방법을 꼼꼼하게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코를 막고 입에 숨을 불어넣는 것도 알려줍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오후시간이라 조금만 움직여도 더운 날씬데 봉사단원들은 하나, 둘... 열까지 세며 계속 움직이고 있으니 얼마나 더웠을까요. 관심을 가지고 모여드는 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얼굴은 벌겋게 익고 머리카락은 흐트러졌어도 제 눈에는 전문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각종 부스행사에 참여하는 주민들에게는 휴지나, 치약, 세정제, 사탕등 푸짐한 선물까지 안겨주었어요. 참 재미있었던 것은 봉사하던 김자문관님이 일러준 말인데요. 선물을 받기 위해 아주 긴 줄이 서 있는데 몇 사람이 슬쩍슬쩍 끼어들더랍니다. 그래서 김자문관님이 그들에게 저 맨 뒤로 가라고 그랬더니, 아까부터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새치기해서 들어온 김사람들을 두둔하더라는 것이죠. "이 사람을 아까부터 봤어요 이 사람 줄이 맞아요 하면서요~!." 이게 무슨 이야긴가요. 우리나라 같으면 가능할까요.^^ 뜻밖의 행동을 보았기에 저보고 글을 쓸 때 재미있을 거라면서 귀띔을 해줍니다. 아하~!!!
모두 모두 애 많이 썼어요~!!!
많은 지역주민들의 간식과 봉사자들의 식사까지 준비하느라 손길이 분주했을 거라 생각이 되네요. 그리고 모든 프로그램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덥다가도 안개가 살짝살짝 끼여 그늘을 만들어 준 날씨 덕분이기도 합니다. 끝날 무렵부터 비올 조짐이 보이더니 정말 운 좋게도 비를 피해서 행사가 잘 마무리되었네요. 집에 오는 도중 우리는 엄청난 비를 만났는데 그래도 오늘 행사를 돌아보면 얼마나 다행인가요~!!!
마더 테레사의 사랑과 봉사에 관한 명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작은 일에도 큰 사랑을 담아라"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할 수는 없지만,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일하는 행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이 우리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란 뜻일 겁니다. 세계 자원 봉사자의 날을 기념하여 함께 한 오늘, 자원봉사에 대해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죠~!!!.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자원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이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얻는 것 같아요.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한 가지 깨달은 것은, 다 함께 하는 힘은 엄청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