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는 르완다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르완다 마지막 왕이 1935년까지 거주했던 왕궁이 위치했던 곳이다. 이곳에는 전통적인 건축양식으로 세워진 Rukari 왕궁과 벨기에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현대식 건물의 왕궁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키갈리에서 약 88킬로미터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차로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에 있어 당일코스로도 여행이 가능하다. 내가 머물렀던 후예(부타레) 터미널에서는 40분 거리에 있다. 난자 터미널에서 왕궁까지는 약 3킬로미터 정도로 모토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버스 안에서 미리 현지인에게 물어보기를 잘했다. 현지인이 친절하게 모토까지 잡아주며 오백 프랑을 주면 된다고 요금까지 알려주었는데 남편은 천 프랑을 건네준다. 궁이 있던 곳이라 그런지 마을로 들어갈수록 경치가 좋다. 완만한 곡선을 따라가다 보면 툭 트인 마을 정경이 숲과 어우러져 아름답고 평화롭기까지 하다. 이곳은 산악지대가 아닌 거의 대부분 평지를 이루고 있다. 이러니 이곳에 왕궁이 세워졌겠지 싶다.
입구 기념관과 왕궁으로 들어가는 초입, 저 안쪽이 왕궁이다
입구에 있는 기념품점을 거쳐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입장료 티켓을 끊었다. 가격은 확실치 않지만 현지 가격으로 5천 프랑인가 6천 프랑을 주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와 르완다 화폐는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우리를 안내하는 가이드는 영어를 잘하는 젊은 청년인데 전통 복장이 잘 어울렸다. 르완다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질문하는 남편의 호응에 가이드는 신이 났는지 매우 적극적으로 안내를 한다.
왕궁 앞에서
이곳은 왕이 있는 곳이다. 난자 Rukari 왕궁은 전통적인 르완다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복원된 왕궁이다.촘촘히 엮은 초가지붕 위를 보면 뿔 세 개를 볼 수 있다. 나란히 있는 두 개의 뿔은 왕을 상징하는 것이고 가장 꼭대기에 있는 것은 피뢰침 역할을 한다.
왕궁 내부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서늘하고 통풍도 잘 된다. 왕이 안에서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대나무로 짜인 창문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 틈으로 적당히 볕이 들어온다. 중앙에는 회의장소인 듯하고 한쪽에는 침실이 있고 르완다의 독특한 문양으로 짜인 발이 쳐있다. 그 옆으로는 작은 바구니가 즐비하다. 이것은 르완다 전통 가구로 주로 옷이나 물품 등을 보관하는 장소다. 르완다 관광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기념품 중 하나인데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바구니에 짜 넣은 문양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매우 세련되기도 하고 고급진 것들이 꽤 많다. 그 옛적에 어떻게 이런 무늬를 생각했을까! 할 정도로 말이다. 왕이 앉는 자리에 떡하니 앉아있는 남편, 가이드가 건네준 긴 막대를 들고 앉아있는 모습이 은근히 잘 어울리지 않는가~~!!!
왕실 소 (이내암보)의 모습
이렇게 멋진 뿔을 가진 소가 있을까~!!! 사진보다 실물로 보면 이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왕실 소 (King's Cattle)로 알려진 이내 암보(lnyambo)를 키우는 왕궁의 뒤꼍이다. 아름답게 뻗은 긴 뿔, 걸음걸이조차 우아하게 걷는다. 십여 마리의 소들은 모두 한 가족이라고 한다. 그래서 싸움도 없고 위계질서가 잘 서있단다. 소를 만져도 괜찮다고 해서 손을 뻗긴 했는데 너무 조심스럽다. 겁이 많은 통에 엉덩이를 뒤로 빼고 조심스레 다가갔는데 정작 소는 자기 자리를 지키며 위엄 있게 서 있다. 역시 왕궁의 소답다.
식민지 시대의 왕궁과 박물관
전통왕궁을 보고 오는 길에 현대식 건물이 서 있다. 이 건물은 벨기에 식민지를 받던 시대에 세워진 건물로 전통왕궁과 함께 난자의 중요한 역사적인 장소다. 오래전에 사용했던 물건들이 그대로 놓여있고 각각의 방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어서 그 시대의 르완다를 좀 더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보수작업하는 모습, 궁의 벽화
수도 키갈리로 옮겨지기 전까지, 르완다 정치. 문화의 중심지였던 난자.돌아보니 끊임없이 왕궁을 보존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오늘날의 르완다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의 시간을 견뎠을까~!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난자에서 무언지모를 힘을 얻고 간다. 간단히 요기도 했기에풍경을 즐기며 걸어가자고 했는데 버스터미널까지 너무 멀다. 남편 말대로 자전거 택시라도 탈걸... 괜한 객기를 부렸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