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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에서 부는 바람 55화

'Muraho korea'

by 시인의 숲

무라호(Muraho)는 키냐르완다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 르완다에서 흔히 쓰는 아마꾸루 라는 말보다 좀 더 격식 있는 표현이라고 한다. Muraho Korea 오늘 열리는 K-POP 대회 슬로건이기도 하다.



40여 분을 걸어서 대회장인 UAIT 르완다 공과대학으로 향했다. 햇살은 따갑지만 바람이 제법 불어서 오랜만에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교회에서 만난 한 코이카 직원의 부모님은 르완다에 피서를 왔다고 했다. 르완다에 살아보니 날씨 하나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37.8도를 오르내린다는 한국의 여름에 비하면 일 년 내내 봄, 가을 날씨가 지속되는 이런 천상의 나라가 또 어디에 있을까 싶다.


눈앞에 멀찍이 보이는 대회장 입구,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젊은이들로 활기차다. 댄스팀 등이 무리 지어 있는 모습을 보며 저들의 꿈이 이곳에서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머리에 붉은 띠를 질끈 동여맨 모습, 단체 복에 쓰인 빛, 소금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정우진 르완다 대사님 얘기로는 두 번의 예선을 거쳤다고 했다. 한 번은 지방의 교육도시인 후예에서 또 한 번은 키갈리 라피키 청소년센터에서다. 이렇게 해서 18개 팀이 선발되었는데 이 중에서 8개 팀이 댄스팀이다. 워낙 많은 인원이 참여해서 선발을 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었다는 한인회 강광종 회장님의 얘기가 내게는 즐거운 비명처럼 들렸다.


무대를 중심으로 하여 의자가 둥근 형태로 빼곡히 놓여있는데 시작도 전에 거의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찼다. 경연자들과 응원하러 온 이들의 기대에 찬 모습이 대회장의 분위기를 한껏 출렁이게 했다. 현지인들의 인원이 많은 관계로 올해는 따로 교민들을 초청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경연자들 속에 교민의 모습이 더러더러 보였다. 반가운 눈인사를 통해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눴다.


대사님의 격려사


대사님의 사이다 같은 멘트는 특별했다. 격려의 말씀을 짧게 전하더니 르완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먼저 시작한다. 핸드폰의 영상을 틀어서 마이크에 가져다 대며 흥얼거리니 모인 사람들이 다 같이 따라 부른다. 편안하면서도 모두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흥을 돋운다. 금세 몸을 흔들며 한마음이 되는 무리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도 가사를 잘 몰라도 언어가 달라도 그것은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격식을 갖추기보다는 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배려의 마음이 느껴졌다. 몇 번의 행사를 통해 느낀 것이지만 참된 리더의 자리에서 내려놓음이라는 단어가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의 실력이 작년보다 월등해진 것에 놀란다. 혀를 두를 정도로 너무 잘한다. 그래서 다음 참가자에게 더 기대가 된다. 노래는 노래대로 춤은 춤대로 어쩌면 저렇게 몸이 유연하고 가창력이 뛰어날까 싶다. 어쩌면 이들은 재능을 타고났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배우고 익혀서 재능이 되기도 하지만 이들에겐 타고난 재능이 분명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악보를 보지 않고도 음을 익힌다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저렇게 흥겨움에 빠질 수 있는 것이겠다. 알고 보니 음악 과목 자체가 없는 학교가 많이 있다는데 저들은 진정 천재가 아닐까. 음악은 내게는 닿을 수 없는 어려운 영역이지만 재능을 갖춘 이들에게는 이곳에서 봉사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재능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대회 경연자들의 모습


분홍 드레스를 입고 머리 스타일이 독특했던 다섯 번째 도전자에 나는 큰 점수를 주었다. 내심 이 사람이 일등이 될 것만 같았다. "아홉 살 새색시가 시집을 간다네" "꽃가마 타고 가네"는 많은 여운이 남았다. 초등학생 합창단의 노래였는데 어린 학생들의 화합의 목소리가 매우 돋보였다. 아이랑 퍼포먼스를 펼친 팀, 싸이 노래에 맞춘 댄스, 검은색에 노란색 띠를 두른 5인조 댄스팀이 눈에 띄었다. 사실 팀마다 솔로마다 다 특징이 있어서 딱히 누구라고 지명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다들 실력이 쟁쟁한데 어떻게 심사를 하지?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이 되었다. 이 대회 작년 우승자는 사랑의 배터리를 불렀다. 대회에서 주어진 상으로 한국에 다녀왔다고 했다. 훨씬 여유롭고 세련되고 연륜이 묻어났다. 벌써 프로의 느낌이 든다.


내 사랑을 받아 주오~~!!! 가장 핫했던 장면


가장 웃음이 터졌던 이 장면. 능청스러운 르완다 젊은이가 부른 노래는 사랑을 갈구하는 퍼포먼스가 포함되었다. 한 편의 뮤지컬을 감상하고 있는 착각을 불러왔다. 노래를 부르다가 관객석으로 향하더니 우리 교민을 향해 손을 내민다. 갑자기 찜을 당한 그녀는 당황해서 땀까지 흘렸다고~~. 저렇게 무릎까지 꿇더니 꽃을 내민다. 여유로움과 얼굴 표정 등 분위기가 최고다. 객석에서 박수갈채가 터졌다. 노래를 마치고 심사위원 한 사람 한 사람과 모두 악수를 청하고 나서야 퇴장하는 넉살 좋은 청년에게 그 누군들 한 표를 던지지 않을까...


경연에 참여한 젊은이들이거나 응원하러 온 이들이거나 그들의 흥겨운 모습에 눈길이 갔다. 르완다 젊은이들은 즐거움을 온몸으로 표현할 줄 안다. 그것이 너무 자연스럽다. 남을 의식하기보다는 참으로 즐길 줄 안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저들의 방식을 나도 배울 수 있다면 좋겠다. 나 같은 연배가 그렇듯이 그동안 나는 나를 잘 표현하지 못했다. 말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그렇다. 어쩌면 그렇게 배우고 자랐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들이 부러운 것이다. 가진 것이 없으면서도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저들만이 갖는 넉넉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맛있는 식사를 하며


점심으로 한식이 제공되었다. 르완다의 대표적인 한인식당 사카에, 대장금, 몽마르체, 김치에서 전, 떡, 떡볶이, 김밥, 닭튀김 등 한국 행사에 걸맞은 음식을 준비했다. 떡볶이는 어디를 가든 인기 메뉴인 것 같다. 김밥은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검은 띠를 두른 김밥의 모습이 낯선가 보다. 다른 것보다 무지개 떡을 먹지 않고 버린다. 에구 아까워라~~ 이것이 르완다에서 얼마나 귀한 것인데. 갈급했던 한국 음식으로 배를 채웠는데도 고소한 전 냄새가 한 동안 입안에서 맴돌았다.


초정된 르완다 뮤지션

심사를 할 동안 르완다 뮤지션 공연이 있었다. 모인 이들의 반응이 워낙 뜨거워서 옆에 있는 학생에게 물어보았더니 활짝 웃으며 엄지 척을 한다. 그리고 Social Mulla라고 내게 적어 준다. 오늘은 정말 르완다 젊은이들만을 위한 축제 현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뮤지션과 함께 환호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겼다. 분위기라도 느껴보면 좋겠다. 나에게 Mulla를 소개하며 매우 자랑스러워했던 학생처럼 이곳에서 유명한 뮤지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오늘 한 아름 행복을 안고 가겠다. 음악이란 이렇게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이구나! 알고 있어도 진리인 것을 또 깨닫는다.


태권도 시범


최연호 단장이 이끄는 태권도팀의 공연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격파 기술은 시범이라기보다는 묘기에 가깝다고 해야 될까. 국기원 태권 도복을 입고 훨훨 나는 르완다 젊은이들의 모습은 그들의 꿈에 날개를 단것만 같다. 이제, 태권도는 단순히 르완다에 정착한 하나의 운동이 아니라 한국말을 가르치고 예절을 교육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것이 되었다. 거리를 가다가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곧잘 듣는 이유다.


올해의 우승팀


<결과발표>

대회의 우승은 5인조 댄스팀에서 차지했다. 이미 팀의 실력이 월등하다는 평이 나있던 팀이라고 했다. 우승자에게는 한국으로 가는 왕복 비행기 티켓이 주어지고 25만 프랑의 상금이 주어졌다. 이들 중 누군가 한국에서 더 많이 배우고 익혀서 돌아온다면 얼마나 더 탄탄한 실력을 갖추는 팀이 될까. 단원에게 한복을 빌려 입고 열심히 댄스를 추던 학생도 수상권에 들었다. 노래와 춤이 어우러져 벌인 경연 대회는 누군가에게는 기쁨과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을 남기며 지나갔다. 나오는 길에 내가 찜했던 분홍색 드레스 입은 경연자를 만났다. 비록 수상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나는 정말 그녀의 노래에 감동하고 잘 되기를 바랬다. "I want to hear your song again"이라고 했더니 그녀가 환하게 웃는다.


교민들과 함께
사회자
심사위원들
한글이 돋보이는 경연팀, 한국홍보책자를 읽는 아이들
뒷모습도 아름다운 선교사님 부부, 자랑스러운 태권도팀과 한 컷


오늘은 대회를 취재한다는 느낌보다는 즐기는 마음으로 함께 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라 여유도 있었던 탓이겠지만 사람들과 더 소통하고 친밀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더 많이 사진도 찍고 짧은 영어로 더 많이 대화를 했다. 해마다 무르익어 가는 한국 k-pop 경연대회가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내일의 도전을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들에게 응원의 갈채를 보낸다.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한 판의 축제를 벌인 현장을 초록 초록한 대낮의 빛으로 한 아름 안고 있다. 집에 가는 길에 황윤주 선교사 부부가 차를 태워주었다. 노란 승합차에 이미 동네 현지인 아이들 여럿이 타고 있었는데도 고맙게 앞자리를 건넨다. 선교사님 두 자녀와 현지인 아이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모습이 또 다른 선교현장을 보는 것 같아 마음마저 따뜻해졌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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