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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따라 시 한 줄 9

사탕 한 개

by 시인의 숲

사탕 한 개



내가 매고 다니는 작은 가방엔

한 아름의 별이 들어있다

모서리가 깎여 둥글어진 별

알록달록 색색의 옷을 입고

오늘은 누구의 마음에 별꽃이 필까


눈이 동그랗고 하얀 이를 가진

흑인 아이거나

새벽 일찍 마른 잎을 쓸어 담는

두건을 두른 거리 청소부이거나

배고픔을 쓸어내리던 남루한

사내의 허기이거나, 한 낯

풀밭에 쓰러지듯 누워있던 여인에게로


어느 날 카페에서 글을 쓰고

집으로 오다가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온몸에 힘이 쫙 빠지는 경험을 했다

집이 코앞인데도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그때 가방에 남아있던 딱 한 개의 사탕,

그것이 나를 일으켰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건넨 것이 단순한 사탕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생명이 될 수도 있음을,

그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이

내민 손 잡아주는 한 줌 빛이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작은 가방 안에

한 아름의 별을 담고 간다

여린 숨을 틔우며 일어서는 아프리카 땅,

입 안 가득 사탕을 굴리며 가는

여인의 마음에 별꽃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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