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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트레바가 고아원을 운영한다구요!!!

우간다, 둘째 날 ( 9/9 화)

by 시인의 숲

아침에 커튼을 젖히고 바라보는 우간다. 푸른 녹색과 빨간 지붕이 나직이 앉아있다. 호텔 3층 공용 베란다에서 조식을 먹었다. 일행이 앉아서 먹기에 너무나 좋은 공간이다. 앞에 펼쳐진 풍경을 벗 삼아 빵과 오믈렛과 티로.. 오늘 일정은 매우 빠듯하다.


대학교방문


개혁신학 대학교(RTC) 방문

서명진 선교사 안내로 오전에는 강병권 총장님이 사역하는 신학 대학교를 방문했다. 교문에서 한참을 들어갔다. 넓은 광장같이 펼쳐진 곳에 세워진 학교는 깔끔하고 잘 정리되어 보였다. 총장님은 스크린을 통해 먼저 학교의 전반적인 모습을 소개했다. 총장님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 학교는 처음에는 신학으로 시작하여 현재 예배음악과 와 유아교육학과가 있다. 지금 아프리카에는 교회가 많고 기독교도 많지만 목회자들이 신학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이단이 팽창하고 있다. 학교에 가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교육받기에 불가능한 이들을 위해 장학생을 모집하여 공부를 하게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배출된 졸업생이 천여 명이 된다. 지금은 한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빨리 자립의욕을 갖출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강의는 어떻게 하시나요? 앞으로의 비전은?

선교사들이 서로 협력해서 강의를 도와주고 있으며 현재 대학으로 가는 정식 절차를 신청 중에 있다. 그리고 목회자 훈련 차원에서 매일 새벽예배를 드린다. RTC의 비전은 경건한 지도자 육성이다. 총장님의 말씀을 듣고 방명록에 서명을 하는데 먼저 다녀간 낯익은 이름들이 보였다. 그것조차 왜 이리 반갑던지.. 교정에서 학교의 발전과 앞으로 있을 건축을 위해 총장님과 함께 빙 둘러서서 기도했다.


이경옥 선교사의 설명을 들으며


굿시드 초등학교 (Goodseed School) 방문

개혁신학교에서 담벼락을 따라 내려가면 이경옥 선교사가 사역하는 30년 된 굿시드 초등학교가 있다. 첫인상이 너무 푸근하고 밝은 이경옥 선교사는 아프리카에 온 지는 25년이 되었고, 굿시드 초등학교 사역을 한지는 4년이 되었다. 그녀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곳은 바로 도서관이다. 아이들이 와서 책을 빌리고 읽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우와!! 말 그대로 영어교재가 즐비하다. 교과서도 없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재로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정말 뿌듯해한다. 교재가 넘쳐나는 한국에서는 이것이 얼마나 귀한지를 모를 것이다. 교재가 있고 가르칠 소스가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단다.


사역하면서 힘든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우간다는 다민족국가로 34개 정도의 다양한 부족이 존재한다. 현지 선생님들과도 이런 점에서 서로 화합이 잘 안 되더라. 그럴 때 "우리는 다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다." 라며 그들을 끌어안았다. 그녀 또한 처음에는 이들을 이해하기가 힘들었지만 혈기를 숙이고 겸손히 낮아지니까 도움의 손길이 오더라는 것이다. 곳곳에 선교사님의 손길이 느껴지는 아담한 굿시드 초등학교는 현재 학교의 2층 건물을 짓기 위해 기도하고 있다.



고아원에서



고아원 (GMG) 방문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 17살 청년이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아이가 아이를 케어한다는 거지~~. 고아원의 대문이 열리자 갑자기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우르르 몰려나왔다. 저마다 활짝 웃으며 우리 품에 안긴다.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처음 보는 낯선 품인데도 너무 포근하게 안겨있다. 눈이 마주치면 그저 웃는다.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나왔다. 따뜻한 가슴과 가슴이 엉겨있는 고아원 마당. 투명한 햇살이 우리의 마음을 안다는 듯 머리 위에 서 있다.. 이곳은 가정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다. 30여 명의 학생들의 눈빛이 빛났다.


어떻게 트레바는 고아원 아이들을 돌보게 되었을까?

2020년부터 그는 어려운 아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모아 케어를 시작했으니 벌써 5년째가 되었다. 다행히 부모님이 집을 내주었고 그렇게 고아원이 시작된 것이다. 최근에 좋은 후원자를 만나서 3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이 집에 거주한 지 1년이 되었다. 서명진 선교사와 인연이 닿은 지는 2년 정도 되었는데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수어도 배우고 있으며 5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서명진 선교사의 기타 반주로 아이들과 찬양을 불렀다. 오랫동안 함께 한 자연스러움이 가득 배어 나왔다. 기타를 치는 서선교사의 모습은 천상 교회 오빠였다. 가장 빛나고 행복한 모습 같다.



목사님의 설교


박민부 목사님이 말씀을 전해주셨다.

"믿음의 씨앗은 옥수수 씨앗보다도, 해바라기 씨앗보다도 작아서 눈에도 잘 안 보이는 너무 작은 씨앗인데, 하나님께서 비를 주시고, 해를 주시고, 지렁이가 땅 속을 지나게 하여 공기도 잘 통하게 하셔서 무럭무럭 자라나 사람들이 열매를 따먹고, 새들이 와서 쉴 만큼 커다란 나무로 성장하는 것처럼 성장하는 거란다" 아이들의 눈빛이 온통 목사님께로 향하면서 다 같이 따라 했다.

"Tiny seed"

"plant the seed"

"God take care the seed"

"Big Tree"

"Tiny Seed like Heaven"


마지막 인사를 하며 이상현 팀원은 아이들에게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면 하나님이 도와주신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고, 정광덕 고문님의 뜬금없는 질문에 폭소를 자아냈다. " 내 나이 몇인가요?" 그러자 여기저기서 60, 62, 70, 78 아이들은 신나게 나이를 맞추기 위해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팀원 중 가장 연령이 높은 고문님의 나이는 77살, 활짝 웃는 고문님은 아이들 재롱 덕분에 훨씬 젊어진 듯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찬양 몇 곡을 더 부르고 우리는 작별을 해야 했다. 헤어지는 게 섭섭해 꼭 안겨있는 아이를 떼어 놓으며 대문을 나서는데 발걸음이 무겁다. 오다가 돌아보니 대문으로 길게 고개를 빼어내 손을 흔드는 아이가 보였다. 나도 손을 오래 흔들었다. 안녕~~! 방문객들에게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아이, 많은 인원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아이, 그리고 13살 아브라함의 모습이 떠오른다. "여러분들을 마음속에 간질 하길 원한다는~!"



유치원에서 김은희 선교사의 설명을 들으며


레인보우기독교 몬테소리스쿨 (RCMS) 유치원과 초등학교 방문

언뜻 보아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유치원은 김은희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는 사립 유치원이다. 유치원 아래쪽에는 초등학교도 있다. 이곳에서 서명진 선교사는 학교 코디네이터로서의 활동과 초등수학 보충지도, 양영식 선교사는 유치원 기독교재 편집등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시야에 들어오는 색다른 건물들이 한국의 여느 유치원 못지않게 잘 꾸며져 있어서 놀라웠다. 좋은 소문이 나서 서로 들어오고 싶어 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각 반을 둘러보며 방학중에도 일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눴다. 선생님들은 밝고 열성적인 모습이다. 반마다 너무 예쁘고 색감이 너무 좋다. 누가 보아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아프리카에선 정말 보기 드물게 화장실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를 둘러보다

교실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1인용 책상이다. 왼쪽 상단에 각자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한국의 것과 다를 것 없는 선명한 빛깔로 된 나무 책상이다. 교실 벽면을 보면 학생들을 위한 환경이 잘 꾸며진 것을 볼 수 있다. 놓인 책과 교재들이 가지런하다. 서명진 선교사는 4학년 학생들을 담당하고 있고, 지금 5,6,7학년을 위한 교실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캬라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곳에서 노효선 선교사님을 만났다.



아프리카음악대학 (AIM) 방문

오후에는 김성환 목사님과 박마리아 선교사님이 사역하는 음악대학을 방문했다. 잔디밭을 중심으로 디귿자 형태로 놓인 음악대학 건물들은 오랫동안 정성을 기울인 모습이었다. 학교 투어를 하다가 교실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학생과 전자기자재를 다루고 있는 학생들을 만났다. 예배실은 전통악기를 비롯해 건반이 놓여있었고 천장이 높고 둥근 아치 형태로 넓고 쾌적했다. 가끔씩 한국에 들어와서 공연도 한다는 박마리아 선교사님은 나이에 비해 하얗고 고운 외모가 돋보였다. 투어를 마치고 잔디밭 쉼터에서 모링가 차를 마시며 음악대학에서의 아름다운 선율처럼 아쉬운 오후 시간이 흘러갔다.

우간다 한인교회에서


우간다 한인교회 방문

우간다 한인교회라는 간판이 십자가 아래 선명하다. 오성욱 담임 목사님은 우간다에 온 지는 24년이 되었다. 현재 우간다에 거주하는 교민은 500명 정도인데, 교회는 교파를 초월해서 이곳 딱 한 군데다. 현재 교민 70명에서 80명 정도가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한인회가 결성되어 있고 선교사들이 교회를 잘 도와주신다며 그들은 순수하게 예배를 돕는다고 뿌듯해하며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당에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내 눈에는 그들이 한없이 평안하게 보였다.


널찍한 공간이라 교민들과 마당에서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교인의 절반 이상이 선교사님이고 순수교인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매주 점심 식사가 나온다며 먹을거리가 참 많다는데 주일에 방문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나는 했다. 아프리카 타지에서 특히나 교회에서 먹는 점심이 얼마나 기다려지는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교회의 활동 중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한글학교가 있다. 말씀 속에서 무엇보다 기억나는 것은 "선교사 협의에서 교회를 하나로 하자고 해서 우간다에 한인교회가 하나만 세워졌다"는 그 말씀. 이것이 우간다 한인교회가 서로 끈끈하게 하나가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저녁식사에 초대받다


이동해 목사님, 김은희 선교사님 댁에서 저녁식사를 하다

집에 큰 개가 두 마리 있어요. 무서워하시는 분 있으시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일행이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지라 미처 개를 들여놓지 못했다고 했다. 그랬다. 두 분 집에 도착해서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저 멀리서 와락 반갑게 달려오는 두 마리의 개^^ 어떤 사람이 저보다 더 반갑게 손님을 맞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듯 달려온다.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는데 엉덩이만 살짝 두드려주었을 뿐 더 친근히 안아주지를 못했다. 사실 나는 고양이만 길러봐서 개를 다룰 줄 잘 모른다. 그런데 너무 행복한 건 사실이었다.


집 안을 가득 메우는 음식냄새... 어제는 서명진 선교사님 댁에서 오늘은 김은희 선교사님 댁에서 우리는 맛있는 한식을 맘껏 먹었다. 오늘은 어느 날보다 일정이 빠듯하고 방문한 곳이 여러 곳이라 어리둥절했던 날이었다. 식탁에 차려진 음식에 침이 고인다. 닭육개장에 두부조림, 총각무, 호박전, 갖가지 나물등... 보기만 해도 너무 먹음직스러운 음식이다. 건더기가 풍성한 육개장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역시 남편의 식성은 번득여서 두 그릇을 후딱 비웠다. 식사를 하며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사역하시면서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김은희 선교사님은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담당하고 있고, 이동해 목사님은 현재 개혁 신학대학교(RTC)에서 강의도 하시고 목회자 훈련도 담당하고 있다. 유치원을 재정비하며 고민했던 것은 운영적인 면이었다. 선교사니까 학교 비용을 받아야 할지를 고민했다. 모든 환경을 깨끗하게 바꿨고 학비를 두배로 올렸는데도 학생들이 안 나갔다며 받은 수업료로 선생님들 월급을 주고, 또 오십 프로는 학생들을 선별하여 장학금을 주고 있다. 하나님의 사역은 하나님이 채워주신다는 간증을 했다.


여기에 나오신 지 20년이 되었는데 삶을 돌아봤을 때 어떤 느낌이세요?

서명진 선교사가 물었다. 누구나의 고민이 듯 이동해 목사님도 아이들 교육이 참 힘들더라고 했다. 이에 박민부 목사님은 우리가 보기에는 힘들어 보였지만 두 분에게는 사명감과 부르심이 있었다. 자녀들이 잘 자랐다. 두 분 선교사님은 자녀들에게 좋은 마인드를 심어 주었다며 선교사님 부부에게 모든 일에는 하나님의 타이밍이 있다 했다. 아, 그렇구나. 하나님의 타이밍에 대해 나는 잠시 생각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바로 그 타이밍이 아닐까. 그래서 한 순간 한 순간이 너무 귀하다는 생각을...


선교사님 자녀들은 하나님이 길러주더라, 선교지에서 즐겁게 사역했더니 후임자가 많이 오더라, 크리스마스 때 선교사들을 집에 초청해서 재미있게 놀았더니 딸이 선교가 이렇게 재밌어요? 라며 딸도 선교사가 되겠다고 하더라... 저마다 체험에서 우러 난 이야기를 나눴다.


늘 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정광덕 고문님은 학교와 집의 화장실 차이에 대해서 말했다. 화장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김은희 선교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전에 방문했던 레인보우 몬테소리 유치원에서 나도 보았던 바이지만 고문님처럼 이렇게 깊이 생각하지는 못했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으면 개선에 대한 싹이 자랄 것이다라는 그 말이 깊이 새겨진다. 우간다의 밝은 미래가 그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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