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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진주, 우간다

첫째 날 (9/8 월요일 )

by 시인의 숲

드디어 출발~~


르완다에서 아침 8시 10분에 출발해서 우간다 시간으로 10시 30분에 엔테베 공항에 도착했다. (우간다 시간은 르완다보다 1시간 빠르다) 항공사의 시간 변경으로 세 번의 취소와 예매를 거쳐서 이곳에 오게 된 것인데, 그럴 때마다 여기가 아프리카지~~!!! 하며 마음을 달랬다. 거의 2년 가까이 살고 있는 르완다를 벗어나 보기는 처음이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이륙하자마자 도착한 것 같아 다소 아쉬움이 있다.


공항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묘한 감정이 든다. 이륙하고 착륙하는 순간이 설렘과 아쉬움을 동반하는 우리네 삶과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우간다에 도착한 날도 그만큼 설레었고 긴장도 되었고 또 이 나라가 궁금했다. 공항 잔디밭을 거니는 두루미들과 넓은 초원은 평화로워 보였다. 우간다 공항은 생각보다 컸고 공항 내 상점들의 규모도 르완다보다 훨씬 컸다. 공항 내에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큰 레스토랑이 있다는 것도 그 하나였다. 비로소 나는, 르완다가 얼마나 작은 국가인가를 알게 된 것이다.


두루미 카페


한국에서 오는 일행과 만나려면 최소한 5시간 정도를 머물러야 다. 두루미 카페 (Crane Cafrteria)에서 일단 점심을 먹었다. 간판에 그려진 두루미는 우간다에서 국조이자 국가상징으로 여겨지는 새다. 카페 환경이 그 이름에 걸맞지는 않았지만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딱 한 군데에 있는 음식점이다. 그런데 모든 음식에 가격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1인당 10달러(32,000실링) 씩이란다. 어떤 메뉴든 가격이 똑같다고~!!?


남편은 비프를 나는 치킨을 시켰는데 쇠고기는 대체로 질겼고 치킨은 프라이드 몇 조각과 밥, 딱 그뿐이었다. 야채는 하나도 없다. 혹시 더 나올 게 있는가 싶어 물어봤는데 줄 것처럼 대답하더니 깜깜무소식이다. 어쨌든 배가 고프니 먹어두고 보자.~^^


르완다프랑은 한국 돈의 가치와 거의 같아서 계산이 쉬웠는데 우간다 실링은 어려운 것 같다. 긴 시간을 기다리면서 5달러를 현지 돈 실링으로 바꿔보았다. 16,500실링을 보여주며 과자를 달라고 했더니 카페 주인이 고개를 젓다가 자기가 선물하는 거라면서 과자 두 봉지를 건네준다. 아마 내가 낸 돈이 모자랐던 모양이다. 그래도 친절한 주인 덕분에 점심을 먹고 장시간 편하게 앉아서 쉬기도 하고 성경도 읽었다. 한참 앉아있는데 Oli otya?라고 직원이 인사를 건넸다. 이는 안녕하세요?라는 우간다 인사말이다.


고릴라상 앞에서 우리의 출발을~^^


드디어 한국에서 오는 일행과 합류했다. 20시간의 비행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지친 기색도 없이 반갑게 인사하는 그들이 참 대단해 보였다. 공항 밖으로 나가니 우간다의 상징인 고릴라가 우리를 마중 나온 듯 우뚝 서 있었다. 그 앞에서 우리는 오랜 비행의 피로도 잊고 기쁘게 사진 한 컷을 남겼다.


캄팔라로 이동하다


공항에서 픽업해 준 서명진, 양영식 선교사부부가 우리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선교사님 댁에 들어서자 양영식 선교사가 얼마나 반갑게 맞아주는지 나는 그녀가 초면인데도 많이 알고 지낸 듯 반가웠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 그리고 미소가 지금도 기억난다. 식탁에 차려진 것은 한국의 비빔밥이다. 많은 나물이 가지런히 볶여 있고 맛있는 된장국에 배추김치, 총각무, 무말랭이 등...



너무 맛있는 비빔밥, 그리고 후식


정성껏 준비해 놓은 비빔밥에 고추장을 넣어 쓱 쓱 비벼 먹는 맛을 무어라 표현할까. 아프리카에서 먹어 본 한국 음식 중 최고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콩나물은 참 귀한 나물이다. 내가 아프리카에 살다 보니 이런 재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것 같다. 후식으로 망고와 패션플류트가 나왔는데 르완다의 것보다 훨씬 크고 달고 맛이 있다. 우리를 위해 큰 시장에 나가 골랐다고 하는데 정말 알갱이가 달라붙지도 않고 껍질에서 톡 떨어지는 게 특별했다. 이것을 일명 개구리알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서명진 선교사가 일일이 내려 준 커피, 한 잔의 커피에 모든 피로가 다 녹는 것 같았다.


서명진 선교사는 한국에서 수학교사를 하다가 왔고, 양영식 선교사는 한국에서 유치원 교사로 30년을 일하다 이곳에 왔다. 서명진 선교사와는 교회 오빠로 만나 결혼을 했다는데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양선교사는 요즘 유치원에서 기독교적인 요소를 가미시켜 교재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빛과 태양열, 그리고 이것을 하나님의 존재까지 연결하는 식으로 만드는 것이란다. 자신이 가장 행복할 때가 교재를 만드는 때라고 말하는 양선교사의 모습이 천진한 어린아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혹시 두 분 이름이 바뀐 거 아니에요?

우리는 이들 부부 이름 때문에 한바탕 웃었는데,

서명진 선교사님이 남편이고

양영식 선교사님이 사모님^^

그 누구인들 고개가 갸웃 되지 않겠는가!



축복송을 부르며


식사를 마친 일행은 모두 일어나 선교사님 부부를 향해 축복송을 불렀고 박민부 목사님의 기도가 이어졌다. 한국전문인 선교훈련원(GPTI)에서 함께 훈련받은 이들이기에 나는 이들의 모습에서 참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진심으로 아끼며 사랑하고 있음을 알았다. 선교훈련과 무관한 나는 사실 모든 것이 낯설기도 했지만 내가 할 일이

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들의 발자취를 남기는 일, 바로 그것이 나의 사명이었다. 우간다 캄팔라에서 맞이하는 첫날밤이 깊어가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내일은 또 어떤 여정일까?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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