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갖가지 문화생활이 넘쳐나지만 르완다에는 이렇다 할 문화생활이 거의 없다. 찾아보면 영화관이나 공연장도 있겠지만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영화관이 어디에 한 곳 있다는데극장 위치가 매우 가파른 지역이라고 들었다.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등산하고 온 것 같다나. 얼마나 힘들었으면 절벽 같다는 말을 했을까~^^ 나도 상상이 안 간다. 오늘 이 작은 음악회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르완다에 와서 알게 모르게 겪었을 외로운 마음과 정신을 달래 주는 힐링의 시간인 것이다. 음악회가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르완다에서 한인회가 발족한 지 현재 3개월쯤 되었고, 오늘은 교민과 함께하는 첫 행사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2024 르완다 교민을 위한 작은 음악회
2024. 07. 22. 월요일 오후 4시
#3 KG 28 Ave, kimihurura, Kigali
남편이 직장에 있는 시간인 4시라 애매하긴 했다. 다행히 집에서 음악회 장소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니까 일단 안심이다. 나 혼자 가야 될 상황을 대비해서 이틀 전에 남편하고 미리 답사를 했다. 집 근처에 있는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M 호텔이 보이고 그 뒤편이라는데 눈으로 보기에는 분명 가까운 거리지만 막상 걸어보니 제법 멀다.남편은 부지런히 길을 설명해 주는데 내 머릿속에는 이쪽 길과 저쪽 길이 섞여 감을 못 잡겠다.
산을 깎아서 만든 곳이라 그런지 길이 비슷비슷했다. 쭉 뻗었다가는 돌아가고 올라갔다가는 내려가는 산길의 전형적인 형태다. 게다가 고지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매연이 심하고 황토가루 날림이 심해서 숨이 턱 막혔다. 르완다는 높은 지역일수록 집값이 비싸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늦은 후회를 한다. 마스크를 가져올 걸~~!
결국, 남편은 음악회가 있던 날 나와 함께 동행했다. 내가 길치인 것을 어쩌겠는가. 집과 직장 중간쯤에서 만나 1시간 정도를 걸었다. 답사를 해서 한 번 와 봤던 길이지만 여전히 나는 처음인 것처럼 두리번거렸다. 키 좀 커 보이라고 키 높이 운동화를 신었는데 걸어가면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편하게 발을 뗄 수가 없었다. 평평한 길에서는 괜찮더니 내려가는 길이 너무 불편한 것이다. 나중에 보니 양말에 또 구멍이 났다. 키 좀 작으면 어떤가. 그저 편한 게 제일인데 말이지. 이런 간단한 진리를. 또 늦은 후회를 한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교민과 현지인 손님을 맞는 한인회 회장님과 부회장님, 르완다 대사님!! 이들의 밝은 웃음 때문에 친정을 찾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음악홀 중앙에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있다. 저 피아노는 얼마나 오랜 시간 이런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르완다에서 이만한 피아노를 칠 사람이 몇이나 있겠으며, 이만한 피아노를 또 어디 가서 볼 수 있을까. 둥근 형태로 의자를 둘러놓은 홀의 분위기가 한결 좋아 보인다.
학생 작품
잠시 기다리는 짬을 이용해서 학교 구경을 했다. 보석공예와 한글 수업반을 둘러보았다. 섬세한 손길이 요구되는 보석공예 수업은 6개월간의 기초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학생들의 작품을 보니 섬세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 수업을 어떻게 가르치고 또 어떻게 배워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한글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노트를 보고 그들이 한글을 어찌나 바르게 쓰는지 깜짝 놀랐다. 그래서 눈에 띄는 학생 노트를 카메라에 남겼다. 르완다에 와 보니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한 것을 느낀다. 따라서 한글 교육은 이들에게 매우 유용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 가서 공부하고 일하고 싶다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롤 모델로 삼고 꿈꾸는 이곳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한인회 부회장의 사회로 시작된 작은 음악회
한인회 강광종 회장님의 인사말은 듣는 그대로 교민들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는 말이었다.
"앞으로도 한인회는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교민 여러분들을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그때마다 여러분의 적극 후원을 부탁드리며 항상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이어서 르완다 연합대학의 권혁표 부총장님의 학교 소개가 잠시 있었다. 앞으로 항공정비 외에 자동차 공학, 원자력 등 6개 과정을 3년 동안 가리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공과목을 한국 기업과 연계해서 학생들의 취업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지도한다는 것이다. 르완다의 교육부 승인절차가 까다로워서 아직 설립인가를 받지 못했지만, 이 학교의 모든 전공과목들이 르완다에는 없는 과목들이라고 하니, 교육을 통해 르완다 미래산업에 매우 큰 도움을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곡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해주는 최다은 피아니스트 그리고 그녀의 연주 모습
최다은 피아니스트는 드뷔시의 달빛, 4월의 파리 등 네 곡을 연주했는데 곡 하나하나마다 상세히 설명을 해 주어서 듣고 감상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오늘따라 드뷔시의 달빛이 은은하고 짙은 향기로 가슴에 와닿았다. 사실 피아노 곡을 이해하는 데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 느낌 그대로 피부로 또는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저것은 사랑의 언어다, 저것은 슬픔의 언어다 뭐 이러면서 말이다. 최다은 피아니스트가 전한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꼭 말을 전해주세요~~"라는 그 말, 진짜 감동이었다. 그 말 때문인지 파리의 연인은 그 느낌이 매우 사랑스럽고 행복하게 들렸다. 한국어 수업을 듣는 르완다 학생들에게 배려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공연이 다 끝나고 관람객들에게 일일이 인사까지 하는 겸손함이 돋보였다.
현 월드미션 프런티어 KOCC단원, 뮤지컬배우 김진영 씨
김진영 형제는 그리운 금강산과 Amazing Grace 두 곡을 불렀다. 그의 깊고 웅장하게 쏟아내는 목소리를 통해 그리운 금강산이 흘러나오는데 온몸이 전율함을 느꼈다. 그것은 울컥 쏟아내는 고국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이었다.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짜릿한 감동을 느꼈다. 김진영 형제는 뮤지컬 요한복음에서 요한을 맡아 열연했던 배우였다. 남편과 함께 한국의 광야극장에서 그 뮤지컬을 익히 보았던 터라 너무 반가웠다. 오늘의 작은 음악회는 이름 그대로 짧고 굵은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되었다.
교민들 모습
(UAIT) 부총자님. 총장님, 출연자들, 한인회 회장님, 부회장님, 르완다 대사님
음악회에 참석한 한글반학생들도 음식을 나누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음악회가 끝나고 한인회에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 떡, 김밥, 야채 튀김, 과일, 음료 등)은 보기만 해도 즐거웠다. 역시 한국 음식이 최고였다. 먹고 마시며 얘기하며 그렇게 오늘 한 나절이 갔다. 또 집까지 가파른 길을 걸어가야 한다. 오늘은 운 좋게도 도로에서 올라가는 샛길을 발견했으니 시간이 조금 단축되었다. 더운 열기도 한풀 꺾여 저녁이 오고 있는데 남편이 커피 한 잔 하고 가잔다. 남편은 아메리카노를 나는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남편이 아이들에게 전화를 건다. 그런데 오늘따라 큰 딸도 안 받고, 둘째 딸도 안 받고, 막내아들도 전화를 안 받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꼭 말을 전해주세요~~! 라던 그 말을 남편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걸까.